김한령
한국 여자핸드볼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로 꼽히는 인천시청의 '막내' 김한령은 지난 2019~2020 SK핸드볼 코리아 리그에서 주전급 활약을 펼치며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고3 전국무대 3회 우승 이끌어
'아테네 신화' 오영란 등 한솥밥
득점·도움 팀내 상위권 '새내기'
몸사리지 않는 플레이 강점 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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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핸드볼의 미래를 이끌어갈 한 유망주가 인천시청 핸드볼 실업팀에서 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 조기 종료된 2019~2020 SK핸드볼 코리아 리그에서 신인답지 않은 활약을 펼친 인천시청의 '막내' 김한령(20)이다.

리그를 앞두고 진행된 여자 실업 핸드볼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한령은 전체 3순위로 일찌감치 인천시청(감독·조한준) 입단이 확정됐다.

그렇게 인천시청 유니폼을 입은 새내기 김한령은 핸드볼 리그에 출전해 걸출한 선배들 틈에서 돋보이는 플레이를 펼쳤다. 센터백이 포지션인 그는 팀 내에서 득점·어시스트 부문 2~3위를 기록할 만큼 개인 성적도 뛰어났다.

대단한 활약을 펼친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한령은 "팀 막내라서 언니들이 힘을 실어준 것일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어 "고등학교 때 힘이 좋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막상 실업무대에 와보니 자신 있다고 믿었던 힘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실감했다"며 "실전경험을 더 쌓고 싶었는데, 리그가 금방 끝나 아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한령은 어려서부터 체육을 워낙 좋아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에는 또래 남학생들과 축구와 피구 등을 하며 뛰어놀았다.그를 눈여겨본 체육교사의 권유로 5학년 때 핸드볼팀이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간 것이 시작이었다. 

 

김한령은 "'우리 딸들도 핸드볼을 하는데 너도 해볼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종목이었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부모님 허락을 받아 전학까지 가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무언가에 홀린듯 핸드볼을 시작한 김한령은 경주여중을 거쳐 청주에 있는 일신여중에서 핸드볼 꿈나무로 성장했다. 일신여고 1학년 때부터 주전을 꿰찬 그는 졸업반이던 지난해에는 전국대회에서 무려 3차례나 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한령이 속한 인천시청은 한국 여자핸드볼의 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4년 국내 최초의 여자 핸드볼 실업팀으로 창단한 인천시청은 1990년 2월까지 운영된 뒤 진주햄(1990.3 ~ 1997.7), 제일생명 알리안츠(1997.8 ~ 2004.8), 효명건설(2004.9 ~ 2007.9) 등 인천을 연고로 한 기업팀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효명건설 부도로 해체위기에 놓인 팀을 인천시체육회가 2007년 잠시 맡았다가 이듬해인 2008년 3월 벽산건설이 이어받았다. 하지만 회사 경영 사정으로 인해 인천시체육회가 2010년 9월부터 다시 팀을 돌보다가 2014년 1월 인천시청 핸드볼팀 재창단이 이뤄졌다.

김한령은 "중학교 때 인천시청이 핸드볼 리그에서 여러 번 우승하던 걸 지켜봤다"며 "오래전부터 실업팀 입단이 목표였는데, 인천시청으로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영화 '우생순'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2004년 아테네올림픽(은메달)의 주역 '맏언니' 오영란(골키퍼), 지난해 국가대표팀 일원으로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대회에 나가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끈 신은주(레프트윙) 등이 현재 인천시청에서 뛰고 있다.

유럽 무대로 진출한 류은희(파리92), SK슈가글라이더즈의 주전 선수인 김온아·김선화 자매 등 다수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인천시청을 거쳐 가기도 했다.

인천시청 핸드볼팀의 미래를 이끌어갈 김한령에게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몸을 사리지 않는 것"이라며 "아직 경험이 부족해 공격과 수비에서 주어진 상황을 잘 대처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앞으로 센스가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