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 깨달음 '걸작'으로 탄생
말러 '탄식의 노래' 배경으로도

도나우강의 발원지이기도 한 이 숲은 그림 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의 배경이다. 숲에서 길 잃은 어린 남매를 향해 식욕을 불태우는 마녀가 '헨젤과 그레텔'에 등장한다. '빨간 모자'엔 할머니를 잡아먹고서 소녀까지 노리는 늑대가 나온다. 이렇듯 과거의 숲은 으스스한 장소로 인식됐다.
구스타프 말러는 빈 음악원 수학 당시 '탄식의 노래'(Das Klagende Lied)를 작곡했다. 합창과 독창,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지는 대 편성 칸타타인 이 작품은 깊은 숲 속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가사는 말러가 직접 썼는데, 그림 형제의 동화 '노래하는 뼈', 루트비히 베슈타인의 동화, 마틴 그라이프의 시를 참조했다. 가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백마 탄 왕자를 도저히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 여왕은 숲 속의 붉은 꽃을 찾아오는 사람과 혼례를 치르겠다고 선언한다. 소식을 접한 형제는 숲으로 꽃을 찾아 나선다. 아우가 꽃을 찾아내자 형은 아우를 죽이고 꽃을 취한다. 동생은 그렇게 버드나무 아래에 묻히고 만다.
어느 날 버드나무 곁을 지나던 음유시인은 죽은 아우의 뼈를 발견해 플루트를 만든다. 형과의 결혼식 날 그 플루트를 불었는데 살인의 전모가 노래로 흘러나왔다. 결혼식 날 왕국은 와해했다.
'탄식의 노래'는 훗날 말러가 선보인 후기 낭만주의 걸작 교향곡들의 밑거름이 되며, 작곡가 특유의 염세주의의 출발점이 되는 작품이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비너발트'(Wienerwald)에는 베토벤 길과 동상이 함께 보존돼 있다. 이 숲 북쪽엔 휴양 도시인 하일리겐슈타트가 인접해 있는데, 베토벤은 요양차 1802년부터 이곳에 머물렀다. 수년 동안 앓은 귓병이 악화했기 때문이었다.
요양 초기, 음악가에게 사형 선고와도 같았던 청력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유서를 썼던 베토벤은 역경을 딛고서 1808년 교향곡 5번 '운명'과 6번 '전원'을 발표했다. 당시 베토벤은 하루도 빠짐없이 비너발트를 산책했다고 한다. 자연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예술혼을 불태웠고, 그 영감으로 걸작을 만들어낸 거였다.
도피와 은둔, 고독과 사색, 휴식과 충전의 공간인 숲은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예술과도 뗄 수 없는 요소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