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대부분 지역제한·대출 기준 강화… 빚 끼고 매매 불가능
투기세력보다 실수요 '서민 무주택자' 내집 마련의 꿈 무너뜨려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규제인 6·17 대책은 풍선효과와 갭투자를 막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규제 지역을 대폭 넓히고 대출 기준도 강화했다. 즉 돈을 빌려 집을 사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부동산 대책 발표 하루도 채 안 돼 수도권에 살고 있는 3040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평생 월세나 전세로 살게 만들고 있다는 성토다. 집값이 대폭 올랐는데 대출마저 묶이면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지 못한 경우 집값을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갭투자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 달리 시장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무너뜨렸다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금기시 됐던 '실수요자 시장'까지 건드렸다는 것이다.
사실 서민들이 대출이나 전세보증금을 끼지 않고 통상 5억원 넘는 도내 아파트를 사기 쉽지 않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고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초과 주택을 사면 대출금을 회수하기로 했는데,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하 아파트는 거의 찾기 어렵고 그 비중도 낮다. → 표 참조

투기과열지구에서 사는 무주택 서민들은 내집 마련을 포기하거나 규제가 덜한 지역에서 집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규제지역 확대로 수도권 내에 집을 사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의정부, 남양주, 부천 등 비규제지역은 시세의 70%까지 주택담보대출(LTV)이 나왔지만 이번 6·17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50%로 축소됐다.
서울 전 지역과 수원, 성남 수정구, 안양, 안산 단원구,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기흥, 화성 동탄2, 인천 연수구와 남동구, 서구가 투기과열지구다.
고양과 남양주, 군포, 안성, 부천, 안산, 시흥, 용인 처인, 오산, 평택, 광주, 양주, 의정부는 조정대상지역이다. 서울 생활권의 수도권은 모두 규제지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대출 한도 축소로 그동안 세웠던 무주택자들의 아파트 마련 계획도 다시 짜야 한다.
조정대상지역은 LTV가 9억원 이하는 50%, 9억원 초과는 30%다. 총부채상환비율(DTI)도 50%다. 투기과열지구는 LTV가 9억원 이하는 40%, 9억원 초과는 20%, 15억원 초과는 0%다. DTI는 40%다.
직장과 주거 생활권이 수도권인 무주택자들은 현금부자를 제외하고 내 집 마련의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처지다. 결국 전 정부에서 "빚 내서 집 사라"고 주장했던 것을 무시한 무주택자들은 후회만 남게 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범위를 넓혀버리면 서울 및 수도권의 모든 지역에서 대출 규제가 근본적으로 강화된다"며 "오히려 반서민정책으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진작 집부터 샀어야 한다는 후회·상실감이 추후 학습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과 전월세 안정방안 등 실수요자 보호대책이 빠진 점이 아쉽다"며 "20~30대와 40대 실수요층은 6년이 넘는 장기간의 집값과 전셋값 급등에 따른 상실감과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맞춤형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주담대 받고 산 아파트, 임대 매물로 못내놔… '전세난' 심화 우려
'세입자 보호' 임대차 3법 발의 등 겹쳐 '시장 불안' 부추길 가능성
# 예고되는 전세대란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평가 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으로 더는 투기수요가 피해갈 곳이 없어졌다"고 예상했다.
다만 당장의 부작용으로 전세대란을 꼽고 있다. 문제는 누군가가 갭투자로 매입한 아파트는 누군가가 전세로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이라는 점이다. 갭투자가 줄면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결과가 따른다. 갭투자 수요 감소로 이들이 공급하는 전세매물이 줄어 전체 전세시장의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급 위축이 전셋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수도권 전세 시장에서는 '전세 물량 부족'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KB국민은행의 6월 8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의 전세수급지수는 167.2에 달한다. 경기도는 170을 넘었다. 100을 넘어갈수록 '전세 부족'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 그래프 참조

전셋값 안정 등 세입자 보호를 위해 발의된 '임대차 3법'이 집주인 등 임대인을 불안케 하면서 오히려 전세시장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 부동산 대책이 이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심교언 교수는 "현재 전세시장이 불안한 것은 주택 가격대별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으로 밀려난 데 따른 영향"이라면서 "이번 대책으로 각종 규제로 매매거래를 못하게 되면서 전세수요는 더 늘어나는 반면 전세 공급 기여 물량이 사라지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달 분양 물량, LTV 등 조정… 계약시 수천만원 추가확보 필요
일정 연기땐 공급난·집값 상승 연쇄작용 '현금부자 잔치'로 전락
# 셈법 복잡해진 7월 분양
당장 다음 달 분양을 앞둔 경기·인천의 분양시장도 이번 부동산 대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산시와 의정부시에서 '오산롯데캐슬스카이파크(2천339가구)', '의정부주상복합라과디아(1천88가구)'가 다음 달 분양 예정인데 조정지역으로 묶여 LTV 등 대출이 변동되기 때문이다. 인천시에서도 중구 '운서2차스카이뷰스카이시티(909가구)'가 7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분양을 고려한 실수요자들이 대출이 줄면서 현금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한 달여 만에 수천만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건설사들이 분양 계획을 미룰 경우에는 공급난이 우려된다. 공급 부족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5억~6억원대의 아파트 분양에서 대출이 10%만 줄어도 수분양자들이 추가로 5천만~6천만원의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며 "당장 5천만원 넘는 현금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하반기 예정된 아파트 청약 시장이 현금 부자 잔치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