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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한국마사회 서울 경마장 예시장의 관중석은 텅 비어 있었다. 무관중경기로 대부분의 좌석에 사회적 거리두기 표기가 돼 있었다. 말과 기수는 이전에 하던 대로 예시장을 한바퀴돌고 경주로로 진입했다.과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업계 사활을 걸고 코로나19 차단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21일 오전 과천렛츠런파크. 한국 경마 사상 최초로 진행된 무관중 경기에는 적막감 사이로 긴장감이 흘렀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19일 부산에서 시작해 20일 서울과 제주, 21일 서울과 부산에서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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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두번째 경기.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말 발굽 소리와 이를 중개하는 아나운서 목소리만 메아리쳤다. 서울 경마장 경주로 바깥 관중석이 모두 텅 비어 있다.  과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무관중 경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마권발매를 배제한 채 경주만 열리는 것이다. 다만 경마의 법적 요건이 마권을 발매토록 하고 있기 때문에 마주 50명을 초대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일 서울 경마장에는 33명의 마주가, 21일에는 45명(예정)이 무관중 경기의 유일한 마권구매자가 됐다.

마주들은 모두 관람대(해피빌) 건물 6층 마주실에 있었다. 마사회 측은 마주들이 쓰는 탁자 1개당 1개의 의자만 배치했다. 소파 1개당 1명만 쓸 수 있도록 여분의 쿠션에는 노란색 커버를 씌웠다. 커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해 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을 적용해 일부는 사용을 중지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17주가량 경마를 쉬었다. 산업위기로 어렵게 관계기관을 설득해 무관중경기를 열었는데 여기서 코로나19 감염사례가 나온다면 재개는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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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 서울 경마장 관람대 건물(해피빌) 6층 마주실의 모습. 1탁자 1의자가 눈에 띈다. 과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무관중경기는 마사회 입장에서 수입없이 지출만 있는 셈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하루 전에 진행된 무관중 경기로 1천400만원의 매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15경기, 제주에서 7경기가 있었으며 제주 경기 중 4경기가 서울로 귀속돼 모두 19경기 매출이 1천400만원이었다. 19경기로 마주에게 지급되는 경마상금이 20억여 원임을 감안하면 말할 수 없이 큰 손실이다. 때문에 무관중 경기를 열어야 하느냐로 내부 갈등이 없을 수 없다. 그래도 관계 부처를 찾고 중앙방역대책본부와 협의 끝에 무관중경기를 허락받은 이유는 경마상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다. 마사회 관계자는 "경마상금이 나가야 말 산업이 움직인다"며 "말 산업 경제규모를 3조4천억원, 산업인구가 2만5천여명으로 집계한다. 그중 경마에 의존하는 비중이 95%이니 경마가 진행되지 않고는 산업의 돈줄이 막힌다"고 무관중 경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무관중 경기로 다음 주와 다음 달 초 각각 전북 장수와 제주에 서는 경주마 경매시장이 다소나마 활기를 찾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도 했다.


코로나19로 무관중경기는 다음 주도 진행된다. 다만 마사회 잉여금이 언제 바닥날지 모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방법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대 국회가 끝나며 자동폐기된 온라인 마권발매 시행 법안이 아쉽다. 마사회 관계자는 "국제경마연맹(IFHA)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등급은 OECD 수준인 파트2인데 그 중 온라인 마권 발매를 하지 않는 곳은 우리뿐"이라며 "온라인 마권 발매가 정부 규제가 쉽고, 고객은 접근이 쉽다는 장점이 심도깊게 검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천/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