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통큰기사 관련 하남 호흡기 감염클리닉30
지난 18일 오전 하남시 신장도서관 내부에 마련된 호흡기 감염 클리닉을 찾은 한 시민이 코로나 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련된 아크릴 함 안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신종플루·메르스 경험 하남시보건소
기존업무 민관이관 코로나 대응 전념
확진 대량발생전 인력·조직 정비마쳐

정부, 국가방역 개편해 '컨트롤' 강화
음압병상 격차… 전문병원 지정 부족
경기·인천, 정책변화 체감효과 '미미'

'민관협력' 경기도 방역체계 성패 좌우
사각지대 관리·의료자원 활용 포인트
언어·문화 장벽 낮춘 프로그램도 필요


이날 진료 봉사를 한 가정의학전문의 민경태 원장은 "하남에 있는 상당수의 병원은 상가 건물 안에 있어 확진자가 내원하면 집단 감염 가능성이 높다"며 "예방 차원에서 지역 내 모든 병원 의료진이 보건소가 호흡기 클리닉을 운영하는 것에 만족하고 안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남시에 이 같은 시설이 들어서게 된 것은 부족한 의료환경 때문이다. 하남시에 등록된 병·의원은 165곳이다. 가장 큰 병원이 병상 62개 규모다. 구성수 하남시보건소장은 현재 하남시 의료환경에서 집단 감염이나 중증환자가 발생하면 지역사회가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환자를 타 도시로 이송해야 한다. 그러나 감염병 환자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보건소가 예방을 위한 모든 조치를 해야 했다. 이런 절박함에서 탄생한 것이 호흡기감염클리닉이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300여명의 환자가 다녀갔다. 하남시의사회 병원장 8명과 육군항공여단 군의관, 보건소 소속의사 등이 클리닉 운영을 돕고 있다. 봉사를 신청하고 대기 중인 의료진도 10여 명이다. 공공의료의 부족한 부분을 민간영역이 적극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하남시가 이처럼 선제적으로 감염병 예방 대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구 소장의 경험치 덕분이다. 신종플루가 유행한 2009년, 구 소장은 성남시 분당구보건소장이었다. 이때 처음 감염병 사태를 경험했다.

대응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던 때라 상황은 걷잡을 수 없었다. 감염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자 보건소 내 감염병 담당 팀장이 사표를 냈다. 보건소는 검사를 받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타미플루가 치료제로 쓰이고 나서야 상황이 진정됐다.

중원구보건소장으로 재직 중일 때는 메르스가 왔다. 중원구에서 발생한 확진환자의 동선에 따라 병원 응급실과 이비인후과 등을 폐쇄 조치했다. 조마조마한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성남시에는 환자를 돌볼 의료시설은 충분했다.

지난 1월 중국 우한발 감염병 소식을 접한 구 소장은 설 연휴 계획을 취소했다. 연휴가 채 끝나기도 전인 27일 보건소 조직도 위에 '대책 본부' 팻말을 붙였다. 보건소가 시행하고 있는 업무를 전부 나열하고 이관 계획을 세웠다. 민간에 협력을 구해 보건증 발급 등의 업무를 맡겼다. 2월 3일 보건소는 사실상 문을 닫았다.

민원이 빗발쳤지만 보건소 인력 50여명은 코로나19 대응에만 전념하도록 조직을 정비했다. 필요한 장비도 마련했다. 검체 채취와 엑스레이 촬영을 할 컨테이너를 사들이고 마스크, 방역복 등을 확보하는데 재원을 아끼지 않았다. → 조직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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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재난안전기금 상당액을 집행 요구하자 담당 공무원이 구 소장을 찾아왔다. 이런 게 지금 왜 필요하냐는 것이다. 아직 감염병 위기경보가 '주의'단계이던 때다. 구 소장은 늦으면 더 큰 비용이 들 텐데, 그 때는 큰 비용을 써도 별 효과를 못 볼 거라고 경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구 소장은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대구 사태가 하남에서도 발생한다면…. 다음 상황은 예측 할 수 없었다. 지난 경험을 곱씹었다. 전염병 대응의 관건은 언제나 '접촉'이었다. 전파력이 높은 코로나19의 경우 접촉 차단은 더욱 절실한 문제였다.

그러나 확진자가 없거나 적은 하남시 상황에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지역 건강을 지키는 것이었다. 일반 환자가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호흡기 감염 클리닉을 생각해냈다.

처음에는 일반 병원에 의뢰를 했지만 확진자가 발생하면 바로 병원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에 대부분 난색을 표했다. 이것도 보건소가 맡을 수 밖에 없었다. 마침 감염방지대책으로 신장 도선관이 휴관중이었다. 보건소 선별진료소까지 도보로 1분 이내 거리에 동선도 접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이 곳을 방문했다. 그리고 5월 초 호흡기전담클리닉 1천 곳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과 독일 등 해외에서도 하남시의 사례에 관심을 가졌다. 구 소장은 "지역마다 보건 방역 환경과 역량이 다르다"며 "공공의료는 지역 내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로컬 방역의 재발견

신종플루, 메르스 등 감염병을 겪으면서 공공 방역 체계는 발전했다. 정부는 국가방역체계를 개편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검역체계를 개선했다.

호흡기 감염병의 유행에 대비해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을 확충했으며, 감염병 전문치료시설 확보를 위해 중앙 및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지정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지역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런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음압 병상은 총 1천27개로, 이중 서울에 가장 많은 383개 병상이 있다. 서울보다 인구수가 많은 경기도는 143개다.

인천은 54개에 불과하다. 2018년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의 지역 격차 없는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 보고서를 통해 중앙 및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지정 등 전문 진료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최근에서야 공모를 통해 감염병전문병원을 설치할 병원을 선정하고 있다.

현재는 감염병전담병원을 69곳 지정해 중증의 코로나 19 감염환자를 전담 치료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다시 돌아온 감염병 바이러스는 이런 사정과는 상관없이 무차별하게 퍼졌고, 지자체는 저마다의 방편을 마련했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와 호흡기감염클리닉은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지금도 부족한 병상 수를 극복하고, 방역에 취약한 장소를 방어하기 위한 각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키 포인트는 민관협력이다.

경기도는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한 긴급대책단도 민관 협력 체계로 운영된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과 이희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교수를 공동 단장으로 두었다. 임 단장은 경기도 방역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민관협력의 거버넌스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별로 가지고 있는 편차가 굉장히 크다. 의료자원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과거의 경험으로 보건대, 시도의 경계를 넘지 못한다. 메르스 때도 다른 지역의 병상을 쓰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 중심으로 방역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현재 지방의료원이 7곳이고, 나머지 대응은 민간 영역이 맡고 있다.

임 단장은 "지방의료원은 150~250병상 규모에 불과하다. 공공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자체는 네트워크가 관건이다. 중증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민간 병원과 협력해 분배의 전략을 짜야 한다"며 "중수부 회의도 중요하지만 지역에서 지역 관료들과 지역의 의료기관 파트너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지역의 로컬 거버넌스를 건강하게 세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방역 체계의 중심이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사각 관리'를 언급했다.

임 단장은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손상이 너무 큰 영역이 의료기관과 장기요양시설이다. 요양병원, 양로원 노인·장애인 복지시설, 정신병원 등으로 이미 집단감염 사례가 여럿 발생했다"며 "위험성이 높은 이유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 장기 체류 시설일수록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에 의한 전염 확률이 높다. 그 중에서도 환자와 가까이 생활하는 간병인, 요양보호사들의 사정을 살펴야 한다. 이들은 만약 오늘 아침에 열이 나도 출근을 한다. 출근하지 않으면 바로 일자리를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분들이 아프면 출근하지 않을 수 있도록 상병시장제도 등의 세밀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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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각으로 이주 노동자 커뮤니티가 지목됐다. 박건희 안산 상록보건소장은 언어·문화 장벽을 낮춘 공공의료 서비스가 제공돼야 지역 전체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언어, 문화, 비용의 장벽 등 때문에 병원에 쉽게 가지 못한다. 감염병이 돌기 전에는 교회나 성당에서 무료 진료소를 운영했고, 언어 문제는 봉사자들이 어느 정도 해결해 주었는데 지금은 이런 곳들이 문을 닫았다"며 "지금은 공공병원이 이런 분들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 외국인 밀집 지역의 의료원에서 통역 서비스를 하면서 감염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승관 단장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는 "특별히 의료 자원 소모의 위험이 큰 곳이 어디인지를 찾아서 그에 맞는 정책을 세울 때 지방 정부와 공공 의료의 힘이 나오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감염병 대응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노력이 더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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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
사진 : 조재현·김금보·김도우기자
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