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불구 '개점휴업'
"시스템 앞세운 위기 극복 관건"
체육시설 등 전반적 논의 시급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역 공공인프라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공연장과 체육관, 학교 등의 인프라는 반년 가까이 가동이 멈춰서며 무용지물이 됐다. 인천지역 주요 관광 인프라 가운데 하나인 인천항크루즈터미널은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지난 10일 찾아간 인천항크루즈터미널은 개점 휴업 상태였다.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인 22만5천t급 크루즈선 접안이 가능하도록 1천18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로 만든 이 터미널도 전 세계를 강타한 감염병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관광객으로 붐벼야 할 1·2층 출입국장은 텅 비었고, 배와 터미널을 연결하는 각각 40억원짜리 '갱웨이(Gangway)' 두 기를 떠받치는 주행 레일은 녹슨 채였다. 430m 길이 부두 안벽에는 화려한 크루즈선 대신 세계적 불황에 갈 곳을 잃은 자동차 수송선이 정박 중이다.
크루즈터미널을 관리하는 인천항시설관리센터의 정순용 소장은 "빈 부두를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곳 터미널을 찾은 크루즈선이 단 1척도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올해 오기로 한 크루즈선은 모두 23척이었다. 상반기 14척이 취소됐고 나머지 9척마저 곧 취소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거라곤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2012년 인천항만공사 의뢰로 진행된 '인천항 크루즈 승객·시설 수요 추정 및 사업성 검토 용역' 결과는 수도권에 크루즈선이 2015년 89항차(관광객 12만2천명), 2020년 128항차(17만6천명), 2025년 186항차(25만5천명), 2030년 270항차(37만명)로 예측했다.
하지만 당시 '감염병'이라는 변수는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일본 해상에서 70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를 발생시킨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의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았다.
크루즈산업과 인천항크루즈터미널은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종말을 맞을 거라는 비관론과 어떻게든 기술적으로 답을 찾아낼 거라는 낙관론이 업계와 전문가그룹에서 뒤섞여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여행업계에서도 크루즈 분야는 가장 마지막에 회복될 거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강숙영 경기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당분간 크루즈터미널과 같은 인프라는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물이다. 위기이긴 하지만 시스템을 만들고 극복하는 게 관건"이라며 "타이태닉호 침몰 이후 아무도 크루즈를 타지 않을 거라 했지만 100년동안 큰 사고가 없었던 것처럼 안전성을 확보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가를 지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공연장, 운동장, 학교 등 기존 도시 인프라 전반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창수 전 인천연구원 부원장은 "도시가치를 높이는 기능을 한 인프라들이 지금은 오히려 '위험공간'이 됐다"면서 "적어도 지난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올해 인프라들이 무용지물과 다름없음이 확인된 만큼 이러한 문제를 대처하고 극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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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김성호·민정주차장, 신지영기자
사진 : 김용국부장, 김금보·김도우기자
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