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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장말 도당신을 모신 '도당'.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

男무당 특색 '국가무형문화재 98호'
부천 중동 '장말' 온전한 형태 전승
보유자 갑작스런 사망… 단절 위기
"혐오시설 없애라" 권익위 청원도


경기도 일대에서 마을의 평화와 풍년을 빌기 위해 진행되던 국가무형문화재 제98호 '경기도 도당굿'(이하 도당굿)이 세간의 편견과 후대 양성의 어려움 등으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1일 부천시와 부천문화원 등에 따르면 '도당굿'은 다른 지방의 도당굿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남자 무당인 '화랭이'들이 굿을 하고 음악과 장단이 판소리 기법을 사용해 지난 1990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역사는 3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화랭이들이 줄을 타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재주놀이를 하면서 축제 분위기로 이끄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기생들의 소리와 춤이 곁들여졌다.

현재 '부천 장말 도당굿'이라는 이름으로 부천 중동에서만 온전한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부천 장말 도당굿은 덕수 장씨들의 집성지인 장말에서 전해 내려온 마을 공동체적 축제형식의 굿이다.

하지만 부천 장말 도당굿은 중동 신도시 개발에 따른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 1일과 11일 '굿당을 없애달라'는 민원이 각각 국민권익위원회와 부천시에 접수됐다. 민원은 '굿당은 혐오시설이며 종교적 성격이 강한 만큼 굿당을 없애고 대신 그 자리에 주차장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으로 파악됐다.

인근 민원도 문제지만 후대 양성 문제도 도당굿의 존립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천 장말 도당굿의 경우 도당굿 전수교육조교 가운데 1명이 보유자로 승급해 명맥을 이어가야 하지만, 보유자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후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수원지역 역시 '영동 거북산당 도당굿'과 '수원 평동 벌말 도당굿'이 도당굿에 속하지만 이름만 존재할 뿐 후대가 아예 없어 사실상 명맥이 끊긴 상태다.

이와 관련 도당굿 관계자는 "보유자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도당굿의 후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요즘엔 도당굿을 하면 '굶어 죽는다'고 생각해 아무도 전승하지 않으려 한다"고 하소연했다.

부천문화원 관계자는 "그나마 간간이 명맥을 이어가던 부천 장말 도당굿 역시 종교적 이유와 각종 개발로 인해 역사성이 희미해져 안타깝다"고 답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