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천국' 등 500여편 탄생
장르따라 다양한 스타일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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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제작된 영화 '황야의 무법자'의 휘파람소리는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유령의 울음처럼 울려 퍼지는 음산한 휘파람 소리(팬플루트로 연주)와 어우러지는 황량한 음악. 이탈리아판 서부영화의 효시로 평가받는 '황야의 무법자'는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를 세상에 알렸다.

이어서 '천국의 나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언터쳐블', '시티 오브 조이', '시네마 천국', '사선에서', '폭로', '러브 어페어', '유턴', '캐논 인버스', '언노운 우먼', '헤이트풀8' 등 무려 500여편의 영화음악을 쓰며 '영화음악의 거장'으로 칭송받은 엔니오 모리꼬네.

그가 지난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91세. 이 거장은 최근 낙상 사고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거장의 타계 이후 전 세계 영화·음악계 관계자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1928년 로마에서 태어난 엔니오 모리꼬네는 이탈리아의 명문 음악학교인 산타체칠리아음악원에서 트럼펫과 작곡, 합창지휘를 전공했다.

그는 20세기 모더니즘 음악의 성지인 독일 다름슈타트의 1959년 현대음악제에서 '우연성음악'의 대표 작곡가인 존 케이지를 만나 사사했다. 이듬해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극장에서 자신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지휘(초연)했다.

그러나 생활고로 라디오와 TV 방송 음악의 편곡을 맡았고, 영화음악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1961년 영화 '일 페데랄로'의 음악을 담당하면서 영화음악가로 출발했으나, 클래식을 전공한 자존심 때문에 본명 대신 '레오 니콜스', '댄 사비오' 등 여러 가명을 썼다. '황야의 무법자'의 성공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모리꼬네의 작업 스타일은 영화 장르에 따라 약간씩 달랐다. 클래시컬한 자국 영화에선 고전적 오케스트레이션을 썼으며, 미국식 블록버스터 영화에선 전자악기의 하나인 신시사이저를 과감히 도입하기도 했다.

영화에 따라 분위기는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그는 어렵지 않고 단순한 멜로디로 음악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탄탄한 베이스로 유려한 선율을 떠받쳐 내는 마력으로 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이는 한때 변방에서 활동한 영화음악가로 푸대접받은 모리꼬네를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악가로 변모시키는 요소가 되었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