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신보재단·인하대 강의 경험… 지역 특성 맞게 정리한 자료 많지 않아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초점·이해하기 쉽게 쓰려다 보니 용어 반복 설명
창업 성공담 모아 차기작 '망하지마라' 함께하는인천사람들과 준비 들어가
국제 경제나 우리나라 전체적인 경제에 관한 책은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면 지역 경제를 다룬 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인천경제를 깊이 들여다보면서도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지역사회에서도 관심이 많다.
인천사람 못지않게 인천에 대한 애정이 많은 김 특보는 본인을 그저 '취미'로 지역경제에 관심 있는 '아마추어' 경제연구자로 소개한다. 직업이 아닌 '취미'로서, 순수한 애호가 차원에서 '인천경제'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애정이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 8일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김 특보를 만나 책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천경제에 관한 책이 없어서다.
인천뿐 아니라 우리나라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 17개 시·도가 있고 지방자치제도는 7기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구조와 특성이 다른 각 지역경제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리한 자료는 많지 않았다.
한국은행 인천본부, 인천신용보증재단, 인하대, 인천 사회적 은행인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사회적은행에서 일하면서 인천 경제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분류하고 논리를 덧대며 책을 내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오다 기회를 봤다.
10년이 훨씬 넘도록 인천경제에 관해 글을 쓰고 방송을 하거나 강의를 하면서도 인천경제에 관한 참고자료가 많지 않아 아쉬웠고, 일반인이 전공이나 학력에 구애받지 않고 이해할 만한 자료는 더욱 찾기 어려웠다.
# '인천사람도 다시 보는 인천경제 이야기'라는 제목에 대해.
내 마음대로 정한 제목이 아니다.
처음에 인천문화재단이 출판 제의를 했을 때 '인천사람도 잘 모르는 인천경제'라는 제목으로 갖고 왔더라.
그런데 도저히 그렇게 못하겠더라. 내가 인천에서 나고 자란 사람도 아닌데 '인천사람도 모르는…'이라는 식의 제목은 쓸 수 없겠더라 '인천경제'라는 말조차 쓰지 않으면 어떻겠냐고 하더라 '인천의 살림살이' 정도로 쓰자고 했다.
하지만 내가 반대했다. 책을 쓰는 이유는 분명했다. '지역경제론'에 관한 책이다. 사실상 지역경제와 관련해 처음 나오는 책인데, 연구자들이나 검색하려면 '인천경제'라는 키워드를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또 오래도록 볼 수 있는 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근데 경제 분야 책이 오래 볼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 '숫자'들이 다 바뀌는데 어떻게 하나 그렇다면 '다시 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 오래도록 두고 볼 수 있는 책인가.
그렇다. 그래서 인천의 '특성'을 담으려 했다. 특성은 변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인천의 특성을 쓰려 했다.
반대로 '특징'은 밖으로 드러나서 보이는 성질이니 굳이 책으로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한꺼풀 벗겨 보아야 하는 특성은 설명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이 두고두고 봐야 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인천의 특성을 설명하고 고민하고 풀어야 할 장기적 과제를 제시했다. 과거보다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경제 용어를 나름의 방식으로 쉽게 설명하려 애쓴 이유도, 두고두고 생각할 수 있는 많은 표나 그래프 등을 담은 이유도 다 그런 것이다.
또 앞으로 지역경제론을 연구하거나 책을 쓸 사람들이 계속 이어가는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면 하고 의도한 부분도 있다. 팔리지 않을 책을 어떻게 하면 계속 볼 수 있는 책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세운 나름의 전략이다.
# 어떤 독자를 염두에 두고 책을 썼나.
쉽게 말해 인천에서 방귀 좀 뀐다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천에 영향력이 있고 인천을 이야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좀 알고 경제 전반을 보면서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천의 지도자, 정책을 다루는 공무원, 광역·기초의원 등 정치인들, 그리고 학자들, 가능하다면 공부하는 대학교 학생들과 나름의 인천 정책이나 방향을 정해야 하는 현업에 있는 기업인들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썼다.
쉽게 쓰려다 보니 중언부언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책 전체를 보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읽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앞에 설명한 얘기 또 하고 용어도 반복해 의미를 설명하고 친절해지려 했다.
읽다 보면 '내가 인천을 잘 아는 사람이구나'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하고 싶었다. 거의 세뇌하는 수준으로 반복했다.
#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인천의 인구가 늘어나는데 왜 경제는 성장하지 않는가'라는 고민을 하길 바랐다.
한 사람당 버는 돈이 줄어서 그런 거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어디에 있겠나 싶었다.
버는 것이 줄어든 이유는 단순화하면 '실력'이 떨어지고 '장비'가 없기 때문인데, '장비'는 투자를 늘려야 하는 문제고 '실력'은 쌓아나가야 하는 문제다. '장비'는 생산설비, '실력'은 1인당 생산성을 뜻한다. 기계를 들여놓고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건데 고민하고 해결하자는 바람이다.
앞으로 인천의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대비해야 한다고 봤다. 인천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얘기다. 도시의 인구 흡인력이 높아야 하는데, 지금 흡인력으로 본다면 타시도와 비교해 경쟁에서 지고 있다. 이웃 경기도로 몰려가고 있다. "왜 준비를 안 하나"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또 독자들이 불편한 현실을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필요성을 느껴야 변한다.
그러자면 무언가를 알아야 하고 바꾸려는 행동이 뒤따르고, 행동해야 습관이 되고 나서야 상태가 변한다.
그래서 내가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수년 전부터 '역외소비'의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제는 '역외소비'의 소득유출 문제를 내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어지간한 사람은 모두가 인지한다. 독자가 문제를 인식하고 바꾸려 행동하고 습관이 되고 그러길 바라는 마음이다. 계속 이야기하면 고쳐지더라.
# 구상하고 있는 다음 책은.
(사)함께하는인천사람들(이하 함인사)에서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을 모아서 그 경험을 다음 창업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책 제목은 '망하지 마라' 정도로 생각 중인데, 이게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500명이 어떻게 성공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정리를 해서 실패를 하지 않도록 교훈을 주는 것이다.
우리 함인사 식구들하고 같이 작업하고 글을 내가 직접 쓰는 방식으로 하는 식으로 구상하고 있다. 그 사람들의 경험을 모은다면 의미가 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상점 주변의 상권분석이나 그런 전문적인 내용도 포함할 계획이다.
글/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김용국 yong@kyeongin.com
■ 김하운 특보는?
▲ 1954년 서울 출생
▲ 서울안산초/광희중/서울고/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한국은행 인천본부 부본부장(1급)(2005년)
▲ 한국은행 제주본부장(2008년)
▲ 한국은행 인천본부장(2010년)
▲ 인하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2011년)
▲ (사)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이사(2012년)
▲ 인천신용보증재단 이사장(2014년)
▲ (주)선광 사외이사(2016년)
▲ 인천시 경제특보(201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