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방해꾼 치부 '레코딩 전념'
다양한 기행만큼 '정교함'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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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문화예술 이벤트들은 취소되거나 온라인 중계 등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술의 현장성'을 강조하는 예술가들은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캐나다 출신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라면 작금의 예술 활동 형태를 반겼을지도 모르겠다. 최고의 바흐 스페셜리스트이자 천재 혹은 기인으로 불린 이 거장은 공개 연주회를 피하고 레코딩 만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린 유일한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객석의 관객을 싫어했다. 자신은 음악의 구도자이며, 관객은 소음이나 만드는 방해꾼으로 치부했다.

굴드의 범상치 않은 행위들과 연주 스타일은 강한 집착과 편집증에서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의 평생을 신경쇠약 상태로 산 그의 연주는 정교함으로 충만했다.

음반을 통해 그의 연주를 들어보면, 음표의 정확한 음가(音價)와 이에 어우러지는 장식음의 균질함에 놀라게 되며, 섬세하고 치밀한 타건(打鍵)은 과한 울림이 아닌 적절한 음량으로 맑은 음색을 냈다.

굴드는 23세였던 1955년 미국 음반사인 CBS(컬럼비아)에서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했다.

그해 6월 녹음을 위해 뉴욕에 온 굴드는 많은 일화를 남겼다. 그는 초여름 날씨에도 두꺼운 코트에 머플러를 두르고 베레모에 장갑을 끼고 있었다. 연주에 들어가기 전엔 두 손을 20분 동안 더운물에 담그고 자신이 가져온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

'미친 사람'으로 오해받을 만한 모습이었는데, 후에 굴드는 "연주 전에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려는 방편"이었다고 설명했다.

굴드는 녹음에 들어가서도 기행을 일삼았다. 그는 피아노를 치면서 도취한 상태로 입을 벌리고 노래를 이어갔다. CBS의 녹음기술자들은 굴드의 허밍을 녹음하지 않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연주자의 신음에 가까운 노랫소리는 곳곳에 담겼다.

녹음 이듬해인 1956년 출시되자마자 이 음반은 곧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이후 한 번도 절판되지 않고, 오늘날까지 팔리고 있다.

많지 않은 공개 연주회 무대였지만, 그마저도 32세에 은퇴를 선언한 굴드는 이후 레코딩에 전념했다.

한 번 레코딩한 곡은 재차 녹음하지 않았던 굴드는 유일하게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49세에 재녹음했다. 20대 때와 다른 해석이 담긴 이 음반은 이듬해 굴드의 급사(뇌졸중) 후 세상에 나왔다. 굴드에게 '골트베르크 변주곡'은 데뷔작인 동시에 사망 전 은퇴작이 됐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