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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장미란'을 꿈꾸는 여자 역도 기대주 박혜정은 뒤늦게 바벨을 잡았지만 탁월한 체격 조건과 기량을 연마하면서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선부중 시절 전국을 제패하는 등 '제2의 장미란'으로 불리며 한국 역도계를 놀라게 했다. /선부중 제공

선부中 시절 태극마크 달고 평양行
세계유소년기록 3개 부문 깜짝 경신
올해 대회 재개후 또 한국주니어 新
우상기록 2년 추월·신체조건도 능가
유연한 발목·손목… 무게 계속 늘려
"머리위로 번쩍, 말할 수 없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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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 여자 역도는 걸출한 스타를 배출하며 세계를 호령할 때가 있었다.

'여자 헤라클레스'로 한국 역도의 한 획을 그었던 장미란(장미란재단 이사장)으로 그는 4회 연속 세계역도선수권대회를 제패함은 물론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에서도 정상에 올라 '그랜드슬램'을 이룬 선수였다. 이후 잦은 부상으로 장미란은 2013년 은퇴후 후배 양성에 나서고 있다.

장미란이란 거목을 배출한 한국 여자 역도계가 또 한 번 스타 탄생을 알렸다.

'포스트 장미란'을 꿈꾸는 여자 역도 기대주 박혜정(17·안산공고)이 주인공이다. 박혜정은 일찌감치 역도 기대주로 성장해왔다. 그는 바벨을 잡은 지 2년 만에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무대는 평양이었다.

당시 안산 선부중 시절 유소년 대표로 뽑힌 박혜정은 2019 아시아유소년·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 유소년 여자 최중량급(81㎏ 이상)에서 인상·용상·합계 모두 1위를 달성, 3관왕을 차지했다.

물론 박혜정의 기록은 대단했다. 인상에서 110㎏으로 경기를 마쳐 세계 유소년 기록(종전 107㎏)을 3㎏ 늘렸고 용상에서도 145㎏을 들어 올렸다. 박혜정은 합계에서 255㎏을 기록, 3개 부문 모두 세계 유소년 신기록을 세웠다.

이런 박혜정이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코로나19로 미뤄졌던 첫 대회를 한국 주니어 신기록으로 채웠다. 박혜정은 지난 21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전국춘계역도대회 여고부 최중량급(87㎏ 이상)에서 인상(113㎏), 용상(154㎏), 합계(267㎏)에서 3관왕에 올랐고, 용상에선 한국 주니어 여자 최중량급 신기록을 세웠다.

국제역도연맹은 지난 2018년 11월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부터 새로운 체급 체계를 만들었고 세계기준기록을 발표했다. 대한역도연맹은 한국기준기록표를 만들었고 한국 주니어 여자 최중량급 용상 기록을 153㎏으로 정했다. 이날 전까지 여자 주니어 역도 선수 중 용상 153㎏ 이상을 든 선수는 없었다.

특히 박혜정이 이번에 세운 기록은 장미란이 인상 115㎏, 용상 145㎏, 합계 260㎏을 기록했던 고교 3학년 시절보다 2년 앞당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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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이 지난해 평양 아시아 유소년 대회에서 세계 유소년 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역도의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선부중 제공

사실 박혜정은 운동선수로는 늦은 나이에 바벨을 잡았다.

지난 2017년 조성현 안산 선부중 지도자를 찾아와 역도를 하겠다며 테스트를 받았고, 역도 체격 조건과 운동 신경이 뛰어나 바로 합격했다.

조 지도자는 "박혜정은 중량급치고는 유연성이 뛰어나고 하체와 발목 등이 민첩해 역도하기에 좋은 체격 조건을 갖췄다"며 "특히 도약력을 측정하는 서전트 점프에선 90㎝를 기록하는 등 역도하기에 좋은 조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다수의 중량급 선수들은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발목 부상을 달고 산다"면서 "하지만 박혜정의 경우 발목과 손목 모두 유연하기 때문에 무게를 계속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혜정은 이후 기본기까지 갖추면서 실력이 부쩍 늘었고 중학교 때 인상 111㎏, 용상 150㎏, 합계 261㎏을 기록하며 전국을 호령했다.

현재 박혜정의 체격은 진행형이다. 신장 175㎝와 몸무게 130㎏ 등으로 장미란의 신체 조건을 능가한다.

박혜정은 "모든 운동이 비슷하겠지만, 특히 역도는 자기와의 싸움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훈련하면서 어려운 고비도 많았지만 머리 위로 바벨을 들어 올리고 기록을 넘어섰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박혜정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 신기록을 넘어서는 게 나의 목표"라며 "내년 도쿄 올림픽은 장담할 수 없지만 후년에 열리는 아시안게임과 차기 올림픽에선 금메달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