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비 부담·교통체증 우려에도 승용차 선호
이동불편한 철도, 의존율 서울比 턱없이 낮아
의정부에서 김포로 출퇴근하는 이모(61)씨는 자가용으로 출·퇴근한다. 출퇴근에 각각 2시간이나 걸려도 의정부에서 고양이나 김포로 가는 대중교통이 모두 서울역에서 갈아타야 해 불가피하게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씨는 "유류비와 교통체증을 감안하더라도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수도권 곳곳에 철도망이 구축되고 있지만, 시민들의 교통 수요를 모두 충족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철도망이 현재 서울 중심으로 연장선들이 개설되다 보니 인천과 경기도는 인근 지역 간 이동이 수월하지 못한 실정이다.
철도보다 승용차 이용이 편리하다 보니 인천과 경기의 철도 의존율은 서울시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등 수도권의 승용차, 버스, 지하철 등의 교통수단 통행 분담률을 보면 2016년 기준 서울시의 지하철 이용률은 36.3%로 인천시 15.9%, 경기도 9.3%보다 높았다. 10년 전인 2006년과 비교하면 서울시는 23.3%에서 13%p 늘어난 반면, 인천시는 7.6%p, 경기도는 1.5%p 상승하는 데 그쳤다.
철도 등 교통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교통비용은 다른 지역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철도 등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못한 지역들은 자가용 등 이용률이 높아 유류비 부담도 크고 교통체증으로 시간도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지역별 생활교통비용 추정 및 격차 해소방안'에 따르면 수도권 동부(광주, 남양주, 양평, 포천 등) 생활교통비는 월 5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수도권 북부(가평, 동두천, 양주, 연천, 파주 등)가 월 44만원, 경기 남부 중 인구밀도가 낮고 철도망이 부족한 지역으로 여겨지는 수도권 남부2(안성, 여주, 오산, 이천, 평택, 화성 등)가 월 42만원이었다.
반면 도시철도 등 교통망이 상대적으로 잘 구축된 수도권 남부1(군포, 시흥, 수원, 안산, 용인, 의왕)은 월 30만원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또 경기 외곽 지역은 남부권에 비해 3.5배 높은 월 70만원 정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GTX-A·B·C 노선은 물론 인천과 안산, 화성, 수원을 연결하는 수인선이 오는 9월 개통하고, 지난해 국토부의 인천과 고양을 연결하는 인천 지하철 2호선 연장 계획이 발표되는 등 서울을 통과하지 않으면서 수도권을 연결하는 노선들이 준비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서울 중심의 철도망에서 벗어나 경인지역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교통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97년 처음 제안된 고속형 순환철도망 계획
택지개발·인구증가 영향 꾸준히 설득력 얻어
수인선·교외선 등 연결… '6~7회 환승' 한계
미완성 북부 구간, 4차 국가망구축계획 건의
외곽 지역과 균형 '경기교통공사' 역할 기대
# 경인을 하나로 연결하는 경기순환철도망 구축
경인지역 중심의 철도망이 구축되기 위해서는 경기순환철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경기순환철도는 서울지하철 2호선 같은 경기도를 순환하는 철도망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경기순환철도망이 구축될 경우, 서울 중심의 철망에서 벗어나 경기 동서남북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수인선 개통으로 직결되는 인천과 경기 남부와 달리, 한강으로 인해 단절된 인천과 고양, 파주, 의정부 등의 경기 북부를 하나로 연결하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순환철도는 이미 20년 전부터 논의됐었다. 지난 1997년 21세기 경기발전위원회가 '경기 2020 비전과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수원, 인천, 일산, 파주, 의정부, 구리, 분당 등 수도권 주요 활동 집적지를 연결하는 고속형 순환철도망 구축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수도권 고속형 순환철도망은 이듬해인 1998년 타당성 조사가 이뤄졌지만, 2010년 전 구간 개통을 전제했을 때 4개 대안 노선의 B/C가 0.71∼0.84 수준으로 사업성이 낮은 데다 국제통화기금( IMF) 외환위기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사업추진이 전면 중단됐다.
또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로 출마했던 김진표 후보가 광역순환철도인 '경기하나철도(G1X)'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워 경기순환철도가 재논의되는 듯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경인지역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택지개발을 통해 급격히 인구가 증가하면서 서울 중심의 교통 여건을 경기도 중심으로 바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올 6월 기준 경기도 인구는 1천333만8천명으로, 1997년 851만5천명보다 500만명 가까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인천시의 인구도 244만5천명에서 294만6천명으로 50만명 넘게 늘어나면서 경인지역의 통행량 또한 늘어나고 있다.
실제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하루 통행량은 2015년까지 308만 통행으로 매년 증가하다 2016년 301만 통행, 2017년 300만 통행으로 점차 감소하는 반면, 경기도에서 경기도로 이동하는 통행은 2015년 2천248만 통행에서 2016년 2천264만 통행, 2017년 2천299만 통행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지난 2015년 보고서를 통해 경기도를 하나로 묶어주는 경기순환철도망은 기존 서울 중심의 수도권 공간 체계를 다핵분산형으로 변화시키고 경기순환버스의 정시성 부족, 통행시간 과다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도는 수인선, 교외선(현 폐선 사태), 별내선, 8호선, 분당선 등 기존 노선들을 연결한 순환철도망을 추진하고 있으나 1회 순환하는데 6~7회 환승을 해야해 순환철도 본연의 기능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 노선도 참조
실제 중장기적으로 각 철도 노선들이 연결되는 경기순환철도망은 오는 9월 수인선이 개통되면 서쪽으로는 원시~소사선, 소사선~대곡선(2021년 개통 예정)으로 안산, 부천을 거쳐 고양시까지 연결되고, 동쪽으로는 분당선과 별내선 등이 이어져 남양주까지 연계되지만, 남양주와 의정부를 잇는 별내역∼별가람역 구간과 별가람역∼의정부역 혹은 녹양역 구간, 교외선(의정부역∼능곡역)은 아직 미연결 구간으로 남아있다.
이들 세 개 노선은 지난해 11월 경기도가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건의 사업에 포함시켜 국토교통부에 사업 건의를 해 놓은 상태다.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내년 상반기 중 국토부가 최종 확정해 고시할 예정이다.
경기순환철도망이 구축되더라도 철도망에서 빗겨간 지자체 간 균형 발전은 문제로 남았다. 장기적으로는 외곽 도시들을 잇는 2차 철도망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승과 환승으로 늘어난 이동시간을 급행화로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철도망 외곽지역의 교통문제는 설립을 앞둔 경기교통공사의 몫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경기교통공사의 법적 근거가 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경기교통공사는 다른 대중교통체계를 통합해 관리하는 교통전담기구로 대중교통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설립될 예정이다.
경기연구원 조응래 연구위원은 "순환철도망이 구축되면 인접 지역으로의 이동이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철도 수요가 부족한 지역은 버스 교통망을 개선해 교통 수요를 높이는 것이 우선인데 앞으로 설립될 경기교통공사가 이러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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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취재팀
글 : 문성호, 김주엽차장, 이원근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 김영준, 안광열, 박준영차장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