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30
등원 60일차를 맞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국회에 대해 "국회의원이 조금이라도 욕심이 있으면 굉장히 바쁘고 업무가 엄청나다. 하루이틀새 새로운 의제가 등장하고 대책을 내놔야하는, 템포가 매우 빠른 곳"이라고 언급했다. 국회의사당 앞에 선 용 의원의 모습.

"의석수로 정해진 힘의 공간" 소수정당 당대표 국회출입증 받기도 힘들어
법안 동의 일일이 동료의원실 찾아 설명… 정책·정무·당무 모두 혼자 해내
안산서 학창시절 '남일 아닌 세월호' 진상 규명 주도… '정치 길' 입문
남은 임기 1400일… 기본소득 도입시기 등 구체적 로드맵 완성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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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회관 541호는 그의 방이다.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내걸린 방에 들어가자 앳된 얼굴의 그가 있었다. 그도 그럴듯이 만으로 갓 서른, 평균 나이가 55세에 달하는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뒤에서 세번째로 젊다.

용혜인 의원은 기본소득당 소속의 유일한 국회의원이다. 4·15 총선을 통해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당선된 지 이제 100일, 541호에서 용 의원을 만났다.

소수정당의 여성 청년 국회의원이 바라본 '여의도 정치'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속 차기 대선 어젠다로 부상하기 전부터 기본소득제 실현을 내건 그였기에 묻고 싶은 점이 많았다. 답변엔 망설임이 없었고 목소리엔 힘이 실려있었다.

인터뷰공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23

#사회문제에 목소리 내던 대학생, 국회의원이 되다

당선된 지는 100일, 임기가 시작된 지는 60일 정도 됐다.

새내기 정치인이지만 용 의원은 여러 초선 의원들, 나아가 300명의 의원들 중에서도 단연 특별하다. 가장 주목받는 정책인 기본소득제를 내건 정당의 대표였으며(지금은 원내대표) 해당 정당의 유일한 의원이다. 여성이고 또 청년이다.

그의 눈에 비친 국회가 어땠는지 물으니 "힘의 논리가 강력한 공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모든 것은 다 의석수 순으로 배분된다. 자리 배치뿐 아니라 무언가를 결정하고 운영하는 것까지. 또 매우 템포가 빠른 곳이다. 하루이틀새 새로운 의제가 등장하고, 그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게 국회에 대한 용 의원의 첫 인상이다.

모든 것이 의석수 순으로 정해지는 힘의 공간에서 소수정당 소속인 그에겐 많은 점이 벅차다.

"당 대표가 국회에 출입하는 것, 출입증을 받아 내는 것조차 어렵다. 의사일정을 결정하는 논의에도 참여할 수 없다. 본회의가 언제 열리는지는 오히려 언론을 통해 더 빨리 알게 된다"고 토로한 용 의원은 "법안도 10명의 동의를 받아야 발의할 수 있는데, 다른 당에선 의원들 단체 카톡방에 올리면 10분 안에 동의할 의원이 모인다고 한다. 저희는 사서함에 넣거나 의원실을 찾아가서 일일이 취지를 설명한 다음 동의를 부탁해야 한다. 혼자니까 더 많이 일해야 하고 더 많은 시간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책과 정무, 당무를 혼자 모두 하고 있으니까. 딱 두 명만 더 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인터뷰공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3

의정활동을 분주하게 해온 만큼 국회의원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용 의원은 "밖에서는 의원들이 편하게 놀고 먹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돼보니 국회의원이 조금이라도 욕심이 있으면 굉장히 바쁘고 업무가 엄청나다. 지금도 손도 못 대는 일들이 많다.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전 용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 운동을 주도해 전국적인 이목을 끌었다. 안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에게 세월호 참사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초·중·고를 모두 안산에서 나왔다. 그 당시 단원고는 교복이 예뻐서 친구들이 굉장히 가고 싶어 했던 학교였다. 사촌 동생의 가장 친한 언니도, 엄마 친구의 조카도 단원고 2학년생이었다. 결코 남 일이 아니었다"고 회상한 용 의원은 "당시 국민 전체가 우울감에 사로잡혔다. 너무 무겁지는 않더라도, 뭐라도 하지 않으면 위험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 번 요구하는 것으로 그치면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또다시 수습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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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바꿔야 또다시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 '이윤보다 인간이 먼저'라는 명제를 실현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정치의 길을 걷게 된 이유다.

#'인간이 먼저' 답은 기본소득

'이윤보다 인간이 먼저'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돈 때문에 죽지 않고 비참해지지 않고 살 수는 없을까. 고민 끝에 찾은 답이 기본소득이라고 했다. 기본소득제를 실현하기 위한 정당을 만들고, 그 정당 소속으로 국회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예상보다 기본소득제가 전국으로 의제화되는 시기는 빠르게 찾아왔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용 의원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모든 게 다 변해야 하는 시기에 직면했다.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도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게 됐다. 그동안 사회를 뒤흔든 경제위기가 금융부문에서 시작됐다면 지금은 사람들의 호주머니에서부터 시작됐다. 개별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책이 아닌 사람들 개개인의 수요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하면서 "긴급재난지원금은 일시적이었지만 온 국민들에게 국가로부터 현금을 받는다는 경험을 하게 해줬고 그게 괜찮다는 것을 체감하게 했다. 여야 할 것 없이 결국 다음 대선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기본소득이라는 말만 무성할 뿐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제안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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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기본소득당의 구상안을 말했다. 매달 60만원을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 기준으로 1인 가구 생계급여가 52만8천원 정도인데,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버팀목이라면 그 정도 수준에서 시작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60만원이라는 금액을 정했다"는 게 용 의원의 설명이다.

재원에 대해선 기존에 선별적으로 지급되던 생계급여, 기초노령연금 등에 청년 기본소득 예산 등을 통합하는 안과 함께 소득공제, 세액공제를 손보는 방안도 언급했다. 모든 소득의 15%를 기금으로 마련하는 '소득 기여금'과 토지 보유세, 탄소세 도입 등도 거론했다. 탄소세와 맞물린 탄소배당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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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사실 21대 국회의원으로서 용 의원이 당초 세웠던 목표는 기본소득제 논의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었다. 누구도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당초 세웠던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서 다음 발을 떼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용 의원은 "대선을 거쳐 다음 총선 전까지 구체적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 같다"면서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좀 더 진지하게 기본소득제 실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용 의원은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한국 사회에서 어떤 기본소득이 가능한지, 도입 시기와 금액 규모는 어떻게 할 것인지,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 보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많은 국민들이 기본소득을 지지하는데 그 논의의 장을 열어가는 게 국회의원, 정당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걸어온 60일, 그리고 남은 1천400일. 그 길 끝에 용 의원이 꿈꾸는 '이윤보다 인간이 먼저'인 세상의 문이 기본소득제라는 열쇠로 열려있을까. 젊은 정치인의 단단함에 희망을 느꼈다.

글/강기정·남국성기자 kanggj@kyeongin.com, 사진/김도우 pizza@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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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혜인 의원은?

▲ 1990년, 부천 출생

▲ 경희대학교 졸업

▲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가만히 있으라' 침묵 행진 제안자

▲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위원

▲ 기본소득당 전 상임대표, 현 원내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