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 헨델' 80대 중반까지 활동
국내엔 95세 피아니스트 제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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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 개최된 제15회 제천국제영화음악제에선 폴란드에서 태어난 영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이다 헨델(1928~2020)의 80대 모습을 포착한 다큐멘터리 영화 '이다 헨델, 삶의 변주곡'이 상영됐다.

2009~2017년 사이에 촬영된 영상들로 완성된 이 영화에서 여든이 넘은 이다 헨델의 낙천적이고 사교적인 모습과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3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7세에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천재 소녀'였던 이다 헨델은 80대 중반까지 활동하며 '영원한 현역'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도 흐르는 시간은 거스르지 못하고 이달 초 미국 마이애미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2세.

헨델의 죽음에 대해 세계 음악계는 "에리카 모리니, 지넷 느뵈, 요한나 마르치, 롤라 보베스코, 이다 헨델로 이어진 '전설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며 안타까워했다.

헨델처럼 인생의 황혼기를 넘겨서도 지치지 않은 열정을 보여주고 있는 연주자로 국내에선 피아니스트 제갈삼(95)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1세대 피아니스트인 제갈삼은 부산대 음대 교수를 지냈으며, 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지난 11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연주회를 했다. 현장을 취재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제자들과 함께 꾸민 연주회에서 제갈삼은 자작곡인 '감각적인 환상곡'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의 1악장을 연주해 관객의 큰 박수를 받았다. 관객들은 박수로 이 원로 음악인의 100세 기념 공연을 염원했다고 덧붙였다.

20세기 정상급 3중주단인 '보자르 트리오'를 이끌었던 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97) 역시 무대를 누비고 있다. 그는 2008년 보자르 트리오가 해산하자 본격적인 솔로 연주자로 새 출발을 선언했다. 이후 다양한 무대에 오른 프레슬러는 2018년엔 드뷔시의 독주곡을 녹음하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이 밖에 파블로 카살스(첼로)의 피아노 파트너로도 유명한 폴란드 태생의 미국 피아니스트 미에치슬라프 호르소프스키(1892~1993)는 99세까지 연주회를 열며 최고령 피아니스트로 기록됐다.

연주자의 은퇴 시기는 나이가 들었을 때가 아니라, 연주자 자신이 최선이 아니라고 느낄 때라고 한다. 상기한 연주자들의 공통분모는 끊임없는 노력과 뛰어난 자기관리, 낙천적인 삶의 태도 등이다. 이들은 다가오는 '100세 시대'의 본보기이기도 하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