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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의 편지', '가을우체국 앞에서'의 김현성 작사·작곡가는 2002년 여주시 흥천면에 이주해 살고 있다. 그는 노래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노래의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오른쪽 책자는 김현성 작곡가의 시집.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2002년 여주 정착 대중과 문화소통
사북민주항쟁 40주년 뮤지컬 참여
'여주의 노래' 새 市歌 창작 구슬땀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 가슴 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 이제 다시 시작이다 / 젊은 날의 생이여'.

대한민국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거나 들을 때면 울컥한다. 이 노래는 김현성 작사·작곡으로 전인권, 윤도현, 홍진영 등 많은 가수가 불렀다. '가을우체국 앞에서'도 그의 작품이다.

그런 유명 작곡가 겸 가수인 김현성(58·'노래의 인문학' 대표)씨가 지난 2002년 여주로 이주해 흥천면 언덕 위의 하얀 집에서 또 다른 감성을 나누며 지내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모행사와 7일 사북청소년장학센터체육관에서 열리는 사북민주항쟁 40주년 기념뮤지컬 '사북 화절령 너머'의 작곡을 맡는 등 하루하루가 바쁘다. 또 윤동주, 백석의 시와 이중섭 화가의 작품 및 가족에게 쓴 편지글에 곡을 붙여 대중에게 노래로 들려주고 있다.

"좋은 시와 글은 시대와 유행이 지나도 우리의 삶 속에 뭉클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이 이미지는 우리 삶을 위로하고 어루만져주죠. 그리고 타자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죠."

김 작곡가의 삶은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노래의 인문학'이다.

'여주의 노래'가 작곡가 김동진의 친일 논란으로 지난해 2월 말부터 사용 중단된 가운데 여주시는 새 노래를 만들기 위해 가사 공모전을 열고 당선작 3편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4월 그에게 곡을 맡겼다.

김 작곡가는 "교가(校歌)나 시가(市歌) 등을 보면 일제 강점기에 전쟁에 나가는 행진곡풍이 대부분"이라며 "처음 '여주의 노래' 작곡을 부탁받을 때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미 정해진 가사에 그는 주 멜로디는 대중적이면서도 여주의 이미지를 고려해 천혜의 자연처럼 수려하고 여주사람의 단아함을 담고 싶었다.

"여주에 처음 왔을 때 정체된 이미지가 강했다. 시가를 통해 시민이 자긍심을 갖고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나아가길 고대한다. 여주여중 합창단과 녹음작업을 통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좋아요'라고 외칠 때, 이것이 시가가 갖는 음악적 역할이고, 더 나아가 사람과 도시의 생명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김 작곡가는 최근 이항진 시장의 '하동 제일시장과 경기실크공장' 매입 등 도시재생사업에 기대감이 크다. 그는 "도시의 공간은 사람들의 추억의 장소로 존재한다"며 "그 장소가 사람들의 소통과 연대, 그리고 사유의 놀이터일 때 도시는 더욱 창의적이고 문화 공동체로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