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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초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손팻말의 내용에 대해 "과천축제하던 곳에 건물이 들어서는 것이 싫다"고 답했다. 과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광장 빼앗길 수 없다" 3천명 발길
'정부 공공주택공급 계획'에 반발
김종천 시장·정치인들도 '목소리'


"과천축제를 하던 땅에 건물이 생기는 게 너무 싫어서 나왔어요."

지난 8일 오후 6시 과천중앙공원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은 '전면철회! 우리의 광장을 빼앗길 수 없습니다'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이날 '과천시민광장(청사유휴지) 사수 시민대책위원회'가 준비한 '청사유휴지 사수 궐기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3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모두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정부과천청사 유휴지(중앙동 4·5·6번지) 내 공공주택공급 계획에 대해 반대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한 것이다.

돌쯤 된 둘째를 안고 아내와 세 살된 아들과 함께 나온 김모(38)씨는 청사유휴지를 '광장'이라며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과천에선 유휴지가 시민광장이었는데 그걸 밀고 아파트를 짓는다니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과천의 정치인들이 대거 참가했다. 김종천 과천시장과 제갈임주 과천시의회 의장, 고금란 부의장, 김현석·박상진·박종락·윤미현 의원은 물론 이소영 국회의원, 신계용 미래통합당 당협위원장도 참석했다.

김 시장은 이날 "과천시민이라면 직관적으로 청사 유휴지가 집이 들어올 곳이 아님을 안다"며 "저 부지는 국가의 미래를 견인할 수 있는 용도로 써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말해 집회 참석자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판 뉴딜의 첨단기지로 정부청사부지를 활용해 달라고 요청하던 김 시장은 해당 부지에 천막집무실을 꾸렸다.

집회에서 시민들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격한 반감을 있는 그대로 내보였다. 의왕과천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 이소영 국회의원이 마이크를 잡자 발언이 어려울 정도로 비난이 빗발쳤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단식 농성을 하던가 확실한 행동을 보여라', '민주당 물러가라'는 분노한 민심에 급히 자리를 떴다.

반면 미래통합당 시의원들은 정치적 호기를 놓치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들 앞에 선 통합당 박상진·김현석 시의원은 '끝까지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드리고자' 그 자리에서 삭발했다. 집회참가자들은 중앙공원에서 1시간 동안 집회를 한뒤 쏟아지는 비에 우산을 받쳐들고 청사유휴지까지 행진했다.

과천/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