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전국 최초 110곳 3400회 진행
이야기 통해 친밀감 형성 건강 챙겨
"획기적 사업, 지속가능 대책 필요"

이달 초 만난 송진호(77) 의왕시 경로당주치의는 켜켜이 쌓인 차트를 앞에 두고 전화상담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경로당 문을 닫아 방문상담 대신 전화로나마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시 경로당 주치의로 일하고 있는 그는 1년여 간 의왕시내 경로당 110곳을 다니며 3천400여회 상담을 진행했다. 요즘은 전화로 하루에 100~150명 어르신의 건강과 안부를 묻는다. 통화를 하면 4~5시간이 훌쩍 간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전화를 받지 않는 분도 있고 귀찮아 하거나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 걱정"이라며 "마스크를 꼭 쓰고 집앞 공원이라도 다녀오시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의왕시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경로당 주치의제'를 시행했다. 2년째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성과를 쌓고 있지만 시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전담 주치의 모집에 애를 먹었다. 1, 2차 모집공고에는 지원자가 없었다. 생소한 일인 데다 그 많은 경로당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일이라 선뜻 나서는 의사가 없었다.
송 주치의는 그동안 지역 경로당 다니는 어르신 대부분을 만났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그는 늘 손을 잡으면서 인사를 하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는다. 어디가 아프다고 말하는 분도 있고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는지 물어보는 분도 있다. 요즘 속상한 일을 털어놓는 분도 계시고 살아온 인생사를 풀어놓기도 한다.
그는 "손을 잡으면 친밀감이 형성돼 이런저런 이야기를 비교적 잘 말씀해 주신다"며 "나도 나이가 들다 보니 서로 말이 좀 통한다.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아하고 나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송 주치의는 본인의 일이 진료가 아닌 상담이라고 한다. 일이 반이고 봉사가 반인 이 일이 마음에 들기도 하거니와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경로당 주치의제는 획기적인 정책이고 좋은 복지사업"이라며 "노인들에게 독거공간, 집을 주는 것보다 집에서 나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치의제가 전국적으로 활성화 되기를 바라는 그는 "이 사업이 뿌리를 내리려면 시에서 지속가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의사 커뮤니티와 소통하고 의사들이 주치의로 나서도록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러면 지역사회는 한층 더 밝고 건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왕/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