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혜 카누3
인천의 카누 유망주인 이은혜(간재울중3)가 청라 심곡카누훈련장에서 태극마크를 다는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박상기 감독 제공

파로호대회서 싱글 첫金… 3관왕
1위로 청소년대표 명단에도 올라
균형 못잡고 물에 빠지던 시절도

학교 카누부 9명 한차 타지 못해
"차량 지원해 줄곳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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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주목할 만한 카누 유망주가 있다. 청소년 대표 선발전을 당당히 1위로 통과한 이은혜(간재울중 3학년)가 그 주인공이다. 카누를 시작한 지 불과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해양 도시' 인천은 카누 꿈나무 육성에 힘써왔다. 지난달 26일 강원도 화천 파로호카누경기장에서 막을 내린 2020 청소년 대표 선발전 및 제19회 파로호 전국카누경기대회에서 그 결실을 봤다. 이 대회에서 인천에 연고를 둔 학생 선수가 무려 8명이나 청소년 대표로 선발됐다. 이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특히 이은혜는 대회 3관왕과 함께 여자부 1위로 청소년 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K-1 200·500m, K-2 500m 종목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이은혜는 "연습하던 대로 떨지 말고 열심히 해 보자고 마음먹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무척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간재울중 카누부 박상기 감독과 김영민 코치 등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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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는 1학년이던 2년 전 이맘때 카누를 배우기 시작했다. 성격이 활발하고 뛰어노는 걸 좋아했던 그는 당시 학교 카누부에서 선수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했다. 가족과 어디론가 놀러 가서 노를 젓는 배를 재밌게 탔던 기억이 나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이은혜는 "어느 날 50m 달리기 수행 평가를 했는데 또래 여학생보다 1~2초 빠른 7초대의 기록이 나오자 체육 선생님이 '너는 꼭 카누부에 들어가야겠다'고 하셔서 얼떨결에 카누를 배우게 됐다. 그때는 운동부라는 것도 모르고 그냥 동아리 활동인 줄 알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카누를 타본 사람들은 균형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카누 유망주인 이은혜도 처음에는 중심을 못 잡고 물에 빠지기 일쑤였다. 그는 "다른 친구들보단 조금 늦게 카누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이렇게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딸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은혜는 이번 대회에서 싱글 종목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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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K-2 종목에 3학년 언니와 함께 나가 금메달을 딴 적은 있지만, 싱글에선 그동안 메달이 없었다"며 "성과를 못 내면 혹시라도 실망하시지 않을까 싶어서 부모님께는 오지 말라고 했다. 대회 일정을 잘 치르고 매일 저녁 집에 전화하면 엄마는 좋아서 우시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이은혜는 "감독님이 학교에서 워낙 자랑을 많이 하셔서 소식을 들은 다른 선생님들이 축하해 주시고 친구들도 좋아했다"고 전했다. 곧장 기말고사 시험을 치렀다는 그에게 잘 봤느냐고 묻자 "시험은 그냥…. 제가 공부는 좀…"이라고 말을 얼버무리며 해맑게 웃었다.

이은혜는 청라 심곡카누훈련장에서 태극마크를 다는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그는 "국가대표로 선발돼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쑥스러워하면서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카누부가 총 9명이나 되거든요. 인원수가 많아서 저희가 이용하는 차량에 모두 탑승을 못 해요. 신입생도 들어올 텐데…. 혹시 저희를 위해서 큰 차량을 지원해 주실 만한 데가 있을까요?" 카누부 친구와 후배들을 아끼는 마음이 커 보였다.

간재울중 카누부 박상기 감독은 "이은혜 선수는 성실하고 끈기가 있다"며 "그것이 좋은 성과를 내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