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솔러지 시리즈'의 한 획을 긋고 '2020 교향악축제'에 선보일 프로그래밍으로 고전적 2관 편성의 이 작품을 정한 것이 왠지 묵직함이 덜한 선곡으로 다가왔으나, 공연을 지켜본 필자는 자네티의 선택이 탁월했으며 경기필하모닉의 단원들이 최고의 기량과 음악성을 녹여내어 소리의 정금을 제련해 내었음에 감탄했다.
밝고 쾌활한 1악장은 마치 지중해 지방의 찬란한 햇빛을 연주회장으로 옮겨놓은 듯하여, 코로나19와 긴 장마로 지쳐있는 청중의 마음을 위로했다.
2악장은 종교적인 엄숙함을 지니면서도 적절한 운동성이 있는 템포와 명료한 아티큘레이션으로 고전적인 균형감이 돋보였으며, 자칫 지루한 음악이 되기 쉬운 3악장은 율동감 넘치면서도 긴 호흡을 갖는 프레이징으로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 찬 음악이 되었다.
옛 이탈리아 민속 춤 살타렐로(saltarello)를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승화시킨 마지막 악장에서는 모든 연주자가 마치 하나의 유기체가 된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어떤 저항할 수 없는 에너지의 분출을 연출해 내었는데, 이는 지휘자와 단원들이 음악적인 합일에 이르렀음을 보여주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은 그 명성에 부합하는 당찬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주었다.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적 흐름을 과감하게 보여주는 자신감 넘치는 오른손과 모든 음과 프레이즈에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도록 의미와 색깔을 입혀주는 왼손의 조화는 서른 즈음의 그가 이미 음악적으로 원숙한 경지에 올랐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빠른 음들의 정확성과 그 언어적 뉘앙스가 돋보였는데, 이는 그가 기술과 예술의 모든 측면에서 깊이 있는 음악가임을 증명해 주었다.
/양승열 열정악단 지휘자 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