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사고' 안성의 산란계 농장
토사 워낙 많아 복구작업 '난항'
재난지역 불구 市 지원은 '한계'
유족들 막막… 정부대책등 절실

"폭우 피해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삶의 터전인 계사도 망가져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12일 안성시 일죽면 화봉리의 한 산란계 농장. 이곳은 지난 2일 26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가 발생해 매몰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주택과 계사 등 3개 동 전체가 흙으로 뒤덮여 무너졌고, 농장주인 A씨도 흙과 건물 잔해에 깔려 구조를 기다리던 중 2차 침수 피해로 익사했다.

이후 안성시와 소방서 등 관계 당국이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복구 작업을 시작했지만, 워낙 많은 토사량과 오락가락 내리는 비로 언제쯤 작업이 완료될지는 미지수다.

또 농장에서 키우던 2만4천마리의 닭 대부분이 폐사하고, 일부 살아남은 닭들은 무너진 잔해와 흙더미 이곳저곳에 방치돼 있어 정부의 빠른 보상작업 등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 관계당국은 해당 농장의 정상화를 위해 복구 작업에는 매진하고 있지만 이들이 수해 피해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보상문제 등은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현장에서 만난 숨진 농장주의 유족들은 온 가족이 평생을 일궈온 삶의 터전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려 폐허가 된 상황에다 가장을 잃는 슬픔까지 겹쳐 향후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농장주의 딸인 B씨는 "부모님들이 한평생 고생하신 것 모두가 이번 폭우로 없어지고, 우리 가족의 기둥이셨던 아버님마저 돌아가셔서 억장이 무너진다"며 "복구도 문제지만 시가 복구 이후에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안성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피해 농장은 사유지와 사유물이기에 실질적인 복구 비용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안성이 재난지역으로 지정됐어도 이들에 대한 보상은 현실 수준에 크게 못 미칠 것이기에 이들의 상황이 더욱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안성/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