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내 규조류 추출, 車 720대분 연료
골칫덩이서 '탄광 속 카나리아' 역할
기초 기술·전문 인재의 부족 '아쉬움'
"인천의 '갯벌'과 '섬'은 해양 바이오산업을 이끌 무한한 동력을 품고 있습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벨기에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 한태준(60) 총장은 30년 넘게 해양바이오 산업을 연구해온 1세대 전문가로서 인천의 '서해안'이 해양바이오 산업을 이끌 지형적 토대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갯벌 1㏊에 서식하는 미생물 '규조류'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대형 승용차 720대의 연료를 가득 채울 수 있다"며 "특히 옹진군과 강화군 인근 수많은 섬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해양생물 서식처가 있는데 이는 곧 연구할 자원이 풍부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한 총장의 해양 바이오산업에 대한 정의는 '해양 생물을 이용하는 모든 활동'이다. 직접 연구했던 제주도 '파래'가 대표적이다. 제주 해안에 급증한 파래를 수거해 토양 비료로 쓰거나 가축 사료로 활용했던 활동이 해양 바이오산업인 셈이다.
한 총장은 더 나아가 파래가 바다 오염 농도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특성을 살려 세계 최초로 파래를 이용한 '해양 오염진단 키트'를 발명하기도 했다. 키트에 물을 넣고 색상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간편함'은 물론, 기계로 화학성분을 측정하는 것보다 높은 '경제성'을 가졌다.
한 총장은 "기계는 특정 화학 성분만 측정하나, 생물은 생존하는 데 위해한 성분이라고 감지하면 어떤 형태로든 반응한다"며 "골칫덩어리였던 생물이 위험을 예고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 역할을 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해양 바이오산업이 유망하다는 전망 속에서도 '나아가야 할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게 한 총장의 판단이다. 기초 기술과 전문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관련 기관은 전 세계 유행하는 연구만 쫓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눈앞에 성과에 연연 하다 보니 산업이 평탄하게 뿌리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태준 총장은 "현재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최우선 사업으로 우뭇가사리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선정돼 이를 의학과 생명과학 연구부터 연료로 활용하는 방안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연구하고 있다"며 "대부분 우뭇가사리를 식품 '한천'의 원재료로만 알고 있으나 다양한 쓰임새가 있듯이 앞으로 해양바이오 산업이 가진 잠재력이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서울대학교에서 지구과학과 같은 대학원 식물학 석사를 전공하고 영국 리버풀대학교 해양생물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녹색환경과학센터장과 해양수산부 해역 이용영향검토 자문위원, 대한환경위해성보건과학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환경표준심의회 물환경 전문위원과 조류제거물질 전문가회의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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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취재팀
글 : 김대현, 김성주차장, 박현주기자
사진 : 임열수, 김용국부장,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 안광열차장, 장주석, 연주훈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