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2시20분 과천소방서에서 소방 지휘차, 펌프차 등 차량 4대가 '소방차 길터주기 운동'을 벌이러 길을 나섰다.
소방차 길터주기 운동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미뤄져, 이번 캠페인이 과천소방서의 올해 첫 행사다. 이에 기자도 펌프차에 동승해 과천의 골목길 상황을 지켜봤다.
기자가 동승했던 과천소방서 중형 펌프차. 전폭 2.5m, 차량 무게 5t, 탱크무게 10t. 15t의 차량이 문원동 언덕을 오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과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시원하게 뚫린 대낮의 과천대로와 달리 '향촌마을'이란 표지석이 세워진 ㎉골목길에 들어서자 소방차 진입이 쉽지 않았다.
양방향 통행길의 한 쪽을 주차로 활용하면서 마을을 나서는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운전 중이었다. 차량은 소방차를 만나자 길을 비켰지만 펌프차는 마을을 나서는 차량을 보내고 진입해야 했다. 뒤따라 오던 또 다른 펌프차는 골목길 진입을 아예 포기했다. 소방서 측은 "이런 골목 화재에 대비해 소형 펌프차를 구비하고 소방 호스를 길게 늘여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초기진화를 해야하는 골든타임 5분을 사수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소방도로 확보의 중요성을 각인시켜야 한다"고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소방펌프차에 동승해 바라본 향촌마을 코너돌기. 소방차가 다니기엔 좁은 골목은 초기진화 대응이 어렵다. 골목 주차 시에는 코너 인근에 주차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과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향촌마을의 도로는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향 통행이었다. 그만큼 마을 도로 치고 좁은 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코너를 돌기는 만만치 않았다. 차는 주차공간에 제대로 주차돼 있었지만 폭 2.5m의 펌프차가 코너를 돌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차는 거듭된 후진 끝에 우회전에 성공했다. 과천소방서 관계자는 "향촌마을과 문원동이 소방차가 접근하기에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시간대가 퇴근 시간 이후로 바뀌면 상황은 매우 나빠진다. 특히 구도심과 재건축이 진행되지 않은 아파트 단지의 경우 소방시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건축과 주차 때문에 과천이 평당 4천만원을 호가하는 '부촌'임에도 화재시 취약하다.
주차공간안에 세웠음에도 지형상 소방차가 지나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런 상황이 퇴근 시간 이후가 되면 더 어려워 진다. 야간에도 소방도로를 확보하기 위해 대로변 주차를 허용하는 등의 안전을 배려한 정책이 시급하다.과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때문에 과천소방서 측은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곳이나 소방차 도착 시간이 먼 곳부터 소방 호스릴과 소화기보관함 등을 설치하고 있다. 소화전 호스와는 달리 일반인과 다루기 쉬운 호스릴 소화전은 관내 10곳에 설치 돼 있고, 18개 추가 설치를 추진 중이다. 과천소방서 관계자는 "대안을 세워 추진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시민들께서 초기진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만일에 대비해 소방도로를 확보해 주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