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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1천원 행복' 취지 감염병 역풍
장수진씨 "가족단위 2~3팀 모아 교육"
인천시 주민참여예산 사업 선정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집밥'의 소중함이 새삼 재조명을 받는 가운데 인천 연수구의 마을공동체 '개구리네 한솥밥 어린이식당'이 운영하는 가족 요리교실이 눈길을 끌고 있다. 가족끼리 함께 밥을 만들어 먹고, 식재료 공부를 통해 환경정의도 배우는 일석이조의 프로그램이 최근 문을 열었다.

지난해 5월 연수구의 마을공동체 공유공간인 연수평화도서관에 문을 연 개구리네 한솥밥 어린이 식당은 동네 주민이면 아무나 와서 단돈 1천원에 밥을 먹을 수 있는 마을 커뮤니티다.

매주 목요일 저녁 한 차례 동네 이웃끼리 모여서 식사 한 끼를 먹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부모의 맞벌이로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자는 의미도 있다. 식당 문을 여는 날이면 40~50명이 찾아올 정도로 반응이 좋았고,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는 식당 문을 열기 어렵게 되자 어린이 요리교실을 열어 맛있는 집밥의 비결을 전수하기로 했다. '집밥'과 '혼밥'이 대세이기는 하나 비대면으로 식재료와 냉동식품을 배달 주문해 똑같은 음식만 반복해서 먹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요리교실은 2020년 인천시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요리교실은 지난 10일 시작했고, 다음달 12일까지 5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장수진씨는 "가족 단위로 2~3팀씩 모아서 어린이들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간단한 가정식 요리 방법을 가르쳐 주고 환경정의 강사도 초청해 안전하고 건강한 식단을 만드는 방법도 교육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큰 틀에서는 환경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식당 이름인 '개구리네 한솥밥'은 시인 백석의 동화시 제목이기도 하다. 개구리가 쌀을 얻으러 가는 길에 다른 동물들에 도움을 줬는데, 개구리가 어려움에 처하자 다른 동물의 도움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장씨는 "학교 등에서 마을공동체 관련 강의를 하다가 진짜 마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동료들과 고민을 했고, 마을에서는 밥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결식 아동 지원은 이미 지원 제도가 있고, 복지는 점차 보편적 복지로 흘러가기 때문에 누구나 와서 밥을 먹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