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올해 횟수로 입단 20년째인 인천 SK와이번스 외야수 김강민은 내년 마흔을 바라본다. 여느 선수 같으면 은퇴를 했어도 벌써 했을 나이인데 조카뻘인 젊은 선수들 못지 않은 기량을 펼치고 있다.

혹독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SK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를 꼽는다면 단연 김강민이다. 타선의 극심한 부진이 가장 큰 고민거리인 SK는 지난 19일 한화와의 홈 경기에서 모처럼 '득점 가뭄'을 씻어내는 대승(26-6)을 거뒀다. 대량 득점의 출발도 김강민이었다. 그는 0-2로 끌려가던 1회 말 2사 만루 상황에서 시즌 6호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3타수 2안타 1홈런 5타점 3득점 1볼넷, 김강민의 활약이 눈부셨다.

김강민은 2001년 SK에 입단해 지금껏 팀을 지킨 '원클럽맨'이다. 그동안 SK의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2년 전 한국시리즈에선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리드 오프' 노수광의 공백을 단단히 메우고 공수에서 '키플레이어'로 맹활약하며 우승 반지를 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 번째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은 그는 당시 "SK 와이번스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강민은 수비에서 더욱 홈 팬들을 열광케 한다. 누가 봐도 안타일 것 같은 타구를 그가 끝까지 달려가 몸을 날려 잡아내면 상대 팀 더그아웃에서도 혀를 내두른다. 이런 호수비 하나는 만루 홈런 못지 않다. 상대의 맥을 끊는 수비는 팽팽하던 승부의 흐름을 일순간에 뒤바꾸기도 한다.

두 번째 FA 계약을 앞둔 지난해 김강민에게 은퇴 시점을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타격에서 내가 발전 없이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수비에서도 내가 가진 것들이 후배들에게 뒤처진다면 은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첫 번째 기준은 수비이다. 그래서 몸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강민에게 있어 수비는 자신을 지탱하는 힘인 셈이다.

SK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선수들은 삼촌뻘인 대선배 김강민을 보고 배운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그의 존재감이 클 수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 자리를 비운 염경엽 SK 감독은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베테랑 김강민의 역할을 강조하곤 한다. 은퇴는커녕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김강민이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