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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 산문집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김봄 지음. 걷는사람 펴냄. 176쪽. 1만3천원 

 

"좌파들, 정말 무섭네. 이렇게 진실 보도를 안 하니."
"엄마 무슨 학원 다녀, 그런 말을 다 어디서 배웠어?" 

혀를 차며 진심 어이없어하는 손 여사를 보고 있자니, 더 갖다 붙일 말이 없었다. 

-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中

이 대화 한 토막은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의견 대립이 '좌파'와 '우파'로 나뉘는 극단의 프레임을 보여준다. "가족끼리는 정치 얘기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언제부턴가 명절 가족모임의 공식이 됐고, 아직도 유효하다. 가정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 얘기를 하다가 고성이 오가는 풍경은 누구나 한두 번씩은 봄직하다.


김봄 작가는 이 웃기면서 슬픈 현실을 직시하며 에세이 쓰기를 결심했고, 대한민국의 축소판과도 같은 '가족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공생(共生)의 전략과 해법을 고민하게 한다.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는 70대 엄마와 40대 딸이 일상에서 겪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면서 사회 구조적인 문제들에 접근한다.

"엄마! 다 가짜뉴스라니까. 그걸 진짜 믿는 사람이 있네, 있어. 그거 유튜브 같은 거 계속 보고 그러니까 지금 세뇌돼서 그러는 거 아냐!"


내 목소리가 커지자, 손 여사는 한 대 쥐어박기라도 할 듯이 주먹을 들었다 말았다.
"이 빨갱이. 너도 큰일이다."
손 여사는 개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 정치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겠어! 이제부터 엄마랑은 절교야."
그때 손 여사 왈,
"빨갱이 좌파 고양이는 안 봐줘."
- 「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中

김봄 작가는 때론 좌충우돌하지만 결국 타협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친숙하고 실감 있게 그렸다. 


작가는 "누군가의 어머니이며, 누군가의 딸인 당신들과 함께 내게 충만했던 그 마음들을 나누고 싶다. 좌파와 우파 모두, 우리 모두.”라며 공생의 메시지를 전한다.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봄 작가는 단편집으로 『아오리를 먹는 오후』가 있으며, 앤솔러지 단편집 『무민은 채식주의자』에 참여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로, 문화예술 기획자로도 활동 중이다. 현재 KBS1 라디오〈주말 생방송 정보쇼〉에서 '김봄의 책을 봄' 코너를 통해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으로 출마한 이낙연 의원을 밀착 취재하기도 했다.


/강희기자 hika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