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EO협회장 역임… "가난 탓 배움 포기 안돼" 장학금 기부 공들여
인천 아너소사이어티클럽 143명중 여성은 24명뿐… 회원 확대 급선무
코로나19로 가정·기업 경제활동 위축 "위기일수록 나눔 도시 위상을"
2015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의 65번째 인천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50년 가까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임남례 인천 W(여성)아너소사이어티 클럽 회장의 좌우명이다.
2018년 출범한 인천 W아너소사이어티 클럽의 초대 회장으로 부임해 2년 임기를 마친 그는 제2대 회장에 연임하며 지난 6월부터 새 임기를 시작했다.
동양주택과 하림(河林)한정식을 운영하고 있는 임남례 회장은 한국여성CEO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명예회장으로 재임 중인 인천지역의 대표적 여성 리더다.
또한 스페셜올림픽코리아 고문 등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비롯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각종 장학금과 정보화 지원사업, 화재 복구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기부하며 지역사회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임 회장이 생각하는 '나눔'은 무얼까. 인천 미추홀구 주안1동 행정복지센터 인근에 있는 하림한정식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전에서 태어난 임 회장은 결혼하면서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경제 활동을 하며 나눔을 실천하기 시작했는데, 이유는 자신이 학창시절 겪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갑자기 가정형편이 어려워졌어요. 유년과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사람이 내게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상상을 했던 적이 있었죠. 그 때문에 내 삶에 작은 여유가 생기면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습니다."
평소 장학금 관련 기부를 많이 하고 있는 임 회장의 첫 나눔 또한 장학금이었다. 그는 "내가 자랄 때 가난 탓으로 배움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더는 가난 때문에 배움을 포기하는 학생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에게 '나눔의 의미'를 묻자, "나눔은 잘 사는 것"이라고 답했다.
"얼마 전에 본 방송에서 어느 강사가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고, 잘 사는 사람은 좋은 추억을 많이 가진 사람'이라는 말에 깊은 공감을 했어요. 저는 부자는 아니에요. 다만 1970년대 초부터 인천에서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잘 사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있어요.
살면서 보니, 부자라고 해서 그들이 모두 나눔을 실천하는 것도 아니고, 적게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서 나눔을 실천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그 도움으로 많은 사람이 행복에 좀 더 가까워지는 모습을 통해 나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고, 그런 실천이 내 삶에 큰 추억으로 남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는 이어서 '특권층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소액 기부교육을 받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은 나눔을 실천하면서 느끼는 행복감을 어려서부터 경험한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기부가 꼭 돈이 많은 사람만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바꿀 수 있을 거예요. 이러한 작은 경험이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인식을 키워줄 것입니다."
화제를 바꿔서 얼마 전 새 임기를 시작한 인천 W아너소사이어티 클럽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1일 현재 인천 아너소사이어티 클럽 회원은 143명이며, 그중 24명(17%)이 여성이다. 남성의 비율과 차이가 크다. 하지만 여성 회원들은 가족과 지인,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에 나눔문화 확산의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면에서 중요하다고 평가받는다. 우리 사회가 임 회장의 활동에 관심을 두고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시기적으로 어려움이 많아요. 그로 인해,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더욱 많아지고 있고요. 아무래도 인천 W아너소사이어티 클럽의 회원 확대가 급선무라고 생각됩니다.
지역 여성경제인들이 나눔의 대열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 계획이에요. 그동안 넓혀온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폭넓은 행보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여성경제인들의 여건은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좋아지고 향상됐다.
임 회장은 여성경제인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기는 하나, 여성 특유의 자상함과 친숙함을 무기로 대인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린다면 얼마든지 큰 기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크고 작은 갈등들을 많이 겪게 되는데, 여성들에겐 어머니와 같은 포용력으로 갈등들을 해결하고 회복시키는 큰 장점이 있어요. 1대1로 만나서 대화로 못 풀 것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같은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여성경제인들의 리더로서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임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외형적으로 발전하는 인천의 위상에 걸맞게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에게 고향 이상의 의미가 있는 인천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나눔문화를 퍼뜨리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각 가정과 기업의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어려움이 커졌습니다. 인천 아너소사이어티 클럽의 회원 가입 또한 줄어들고 있어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일수록 우리 시민은 나눔의 정신을 살려 위기를 극복해 왔습니다.
이번 위기도 십시일반의 정신을 살려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나눔으로 이번 위기를 극복한다면 '국제도시 인천'에 걸맞은 '나눔도시 인천'으로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임남례 회장은?
1951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1969년 인천에서 결혼 후 건설업을 하던 남편의 사업을 이어서 충남 천안에서 주택사업을 시작했다.
음식 솜씨가 좋다는 주변의 권유로 1999년 하림한정식을 오픈, 운영 중이다.
제4대 한국여성CEO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인천 W아너소사이어티클럽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천상공회의소 23대 의원, 인천경영포럼 부회장, 스페셜올림픽코리아 고문으로도 활동 중이다.
슬하에 2녀를 두었는데, 2018년에 열린 제37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대상을 수상한 봄날 이상연 작가의 모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