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혁
골프 유망주 송민혁이 라운딩 도중 물을 마시며 환하게 웃고 있다. /화성 비봉고 제공

작년 소년체전 개인·단체전 1위
올해 2개 대회 우승 '실력 발휘'

평균 65타… 작년보다 2타 줄여
감각적 쇼트게임으로 좋은 성적
상비군 유지 부담감 손떨리기도
"2년뒤 아시안게임서 활약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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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골퍼가 되겠습니다."

한국의 인기 스포츠로 골프가 자리매김한 시기는 지난 1998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박세리의 연못 샷 우승은 온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다.

박세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뒤 17년 동안 메이저 대회 5승을 포함해 총 25승을 수확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남자 프로골프에선 '탱크' 최경주를 꼽는다. 그는 2002년 미국 진출 3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컴팩클래식에서 우승해 남자 골퍼도 PGA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2011년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 이르기까지 10년 간 PGA투어에서 8승을 거두는 등 아시아 골프사의 업적을 썼다. 그의 인지도는 코리안 투어 'KPGA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남자 고교 골프 유망주는 침체기다. 지난해 기준 최근 10년 간 1천16명에서 336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비해 여자 고등부는 2010년 389명에서 지난해 357명으로 변화의 폭이 없어 남자 유망주 저변확대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남자 골프의 전성기를 이끌 기대주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화성 비봉고 1학년에 재학 중인 송민혁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뽑힌 그는 코로나19 정국에도 훈련을 거듭하며 착실히 실력을 쌓고 있다.

지난해 비봉중 시절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출전해 개인전과 단체전 1위를 차지했고 가누다배 주니어대회에서 개인전 우승과 종합 최저타상, 특별상까지 거머쥐는 등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6~8월 전국 중·고 골프대회 그린배와 회장배에 출전해 1위를 차지했고 블루원배 주니어선수권 3위, 허정구배 4위 등 출전한 대회마다 상위권의 실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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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혁이 퍼팅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화성 비봉고 제공

송민혁은 8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가 축소된 만큼 올해에는 상비군 유지를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다"며 "상비군으로 좋은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손이 떨리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즐긴다. 골프가 너무 좋다"고 밝혔다.

지난해 168㎝의 신장에서 현재 4㎝나 성장한 그는 좋은 성적 유지 비결에 감각적인 쇼트게임과 꾸준한 훈련량을 꼽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통한 근력 보강도 좋은 성적의 밑거름이 됐다고 자평했다. 이에 지난해 평균 67타, 올해는 평균 65타까지 줄였다.

전 세계적인 감염병 확산 시기가 도래함과 동시에 엘리트 체육계도 침체기를 맞아 성적이 하향 평준화가 되고 있음에도 송민혁은 롤 모델로 최경주를 꼽았다.

지난 2007년 당시 최경주는 미국 PGA 메모리얼토너먼트와 AT&T 내셔널 우승 업적을 이뤘음에도 "올해 거둔 2승은 그 순간으로 끝이다. 나는 지금 또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의 발언에 송민혁은 깊은 감명을 받았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정진하겠다는 의지를 송민혁 또한 느낀 것이다.

"많은 훈련으로 손에 굳은살이 생겨도 내가 선택한 운동이 즐거워 클럽을 절대 놓지 않을 것"이라는 송민혁은 "최경주 프로는 내게 신 같은 존재다. 최경주만큼 열심히 해서 같은 눈높이에 설 수 있는 자리에 닿고 싶다"며 "2년 뒤 고교 3학년 시기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둬 세계적 선수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