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운 이들에 한해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과 모든 이에게 동일하게 지원하는 것, 그 중심에 놓이는 정책이 달라질 뿐 논쟁의 결은 엇비슷했다. 수혜층에 대한 낙인효과(선별적 복지), 혈세를 동원한 포퓰리즘(보편적 복지) 논란이 거듭됐다.
2020년에도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논쟁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다.
코로나19 사태 속 재난지원금의 대상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언뜻 보기엔 10년간 반복돼온 '선별 VS 보편' 논쟁과 비슷하지만 결은 사뭇 다르다.
그동안의 논쟁이 무엇이 더 훌륭한 복지인가에 대한 다툼이었다면, 최근 전개된 '선별 VS 보편' 논쟁에는 한정된 비용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대결이 더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선별 VS 보편' 논쟁의 2라운드를 본격화한 셈이다.
이는 기본소득제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모든 이에게 일정 정도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일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더해, 개인의 소비 역량을 진작시켜 시장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케 한다는 점에 눈길이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해묵은 논쟁에도 새 물꼬를 텄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명실상부한 차기 대선 어젠다로 떠올랐다.

# 선거 때마다 이슈 '선별 VS 보편'
코로나19 강타… 정부, 모든 가구 '재난지원금' 지급
얼어붙었던 소비심리 살아나 '경제 활력' 불어넣어
'선별 VS 보편' 논쟁은 선거 때마다 주요 이슈가 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선 무상급식이 화두였고 2012년 대선에선 무상보육이 쟁점이 됐다. 청년 지원책을 두고도 수년간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이러한 논쟁 속에서 전국적인 이목을 끌었다. 성남시장 재직 시절 시행한 이른바 3대 무상복지(무상교복·청년배당·산후조리 지원)부터 기본소득까지, 일정 금액을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의 실효성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하고, 이에 따르는 경제 위기가 도래한 올해도 논쟁은 어김없이 반복됐다.
이번엔 재난지원금이 그 중심에 섰다.
상반기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정부는 당초 소득 하위 70%에 대한 선별 지원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이재명 도지사가 경기도 차원의 보편적 지급을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결국 정부도 모든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전 국민이 일정 금액을 보편적으로 지급받은 첫 사례였다. 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가 잠깐이나마 살아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재원 문제가 걸림돌이 되자 이 지사는 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했을 때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며 국채 발행을 역설했다.
그러나 투입한 재원의 규모 대비 경제적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는 선별적 지원으로 한정된 재원 내에서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2차 재난지원금은 선별 지급으로 결정됐다.
다만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쟁에서 눈에 띄는 점은 복지가 아닌 경제 효과에 그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 정치권의 '미래 대비 관심사'
이재명 경기지사 "소비 확대로 투자수요 확충" 주장
道, 오늘까지 '온라인 박람회'… 경제정책 효과 초점
여야 경계없이 주창… 강력한 소득 재분배 '설득력'
보편적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여겨졌던 기본소득도 '선별 VS 보편' 논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경제 정책으로서의 효과에 주목하는 시선이 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는 11일까지 '2020년 기본소득 박람회'를 개최하는데, 지난 박람회와 달리 이번 박람회에선 기본소득의 이같은 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세계 경제의 지속적 저성장은 기술 혁명과 인간 노동 비중 축소에 따른 기업 이윤 확대와 개인 소득 축소로 수요가 구조적으로 부족해지면서 생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경제 위기가 격화됐다"며 "투자 확대도 어려우니 소비 확대로 수요를 확충해야 한다"고 기본소득으로 소비 역량을 키워 수요를 확충하는 방안을 거듭 주장해왔다.

10일 박람회 개막식 개회사에서도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면서 소비 역량은 한계를 맞이하고 있으며 일자리는 줄어들고 특정 소수가 부를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본소득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실용적이고 유일한 정책 대안"이라며 "코로나19 위기는 역설적으로 기본소득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도는 위축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경기도 재난 기본소득(재난지원금)'을 사용 기한이 정해진 지역화폐로 전체 도민에게 지급했는데, 소비를 진작시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의 매출 상승을 견인하는 등 1회성이지만 경제 효과를 충분히 입증했다. 기본소득 논의가 좌우를 떠나 미래를 대비하는 주요 관심사가 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위원이자 경기도 공무원들의 기본소득 교육을 담당해온 김찬휘 위원 역시 경제 정책으로서 기본소득이 가지는 가능성을 역설했다.
김 위원은 정치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기본소득제를 주창하는 점을 언급하면서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이 되면 좌우를 가리지 않게 된다. 기존의 스펙트럼으로 설명할 수 없어야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본소득제가 가진 소득 재분배 효과에 대해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김 위원은 "기본소득을 월 30만원씩 지급한다고 하면 '왜 이재용도 받는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는 '당신은 5만원을 내고 30만원을 받지만 이재용은 수십억을 내고 30만원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해준다"면서 "똑같이 기본소득을 받고 세금도 소득에서 똑같은 비율로 내기에 기본소득은 강력한 소득 재분배 정책으로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기정·남국성기자 kanggj@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