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세필로 담담하게 그린 구조물
콜라주로 연결해 새로운 공간 재현
불규칙 조합속 깊이·안정감 이끌어내
"화면 속에서 보이는 구체적인 형상의 건축물들이나 공간들은 누구나 어디서든 한번쯤 보았을 법하지만,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것들이고 임의적인 나의 그리는 행위 속에서 탄생한 이미지들이다."
지난 12일부터 광주 영은미술관에서 영은 아티스트 프로젝트 일환에 따라 개인전 '흐름_Flow'를 진행 중인 임지연 작가는 도시의 건축물과 공간의 쌓는 과정을 반복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토대로 만든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다음 달 11일까지 개최된다.
그는 "수많은 구조물들이 나의 임의적인 드로잉 속에서 여러 시점에서 합쳐지고 해체되어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비정형적인 그리기 과정의 시도로써 콜라주의 형식으로 공간을 연결해 확장된 새로운 공간이미지를 재현한다.
임 작가는 "이 그리기 과정은 시간의 연속성과 노동력을 담고 있으며 머리가 아닌 몸으로, 그리고 시간으로 '그리기'의 회화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선택적인 행위의 결과이고, 기억 혹은 상상의 세계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먹'과 '세필'을 이용해 반복적인 터치로 화면을 가득 채워 기억하는 혹은 상상하는 세계를, 담담하고 차분히 그려 나간다. 임의의 지점에서 시작돼 그려진 이미지들은 화면 속에서 각기 다른 시점으로 이어진다. 불규칙한 조합에서 자유롭지만 구조의 깊이감과 하나의 덩어리와 같은 안정된 화면을 이끌어낸다.
작가의 기억에 존재하는 공간과 허구의 공간이 반복적이고 연속적인 그리기의 과정 속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공간의 시점으로 표현된다.
트레싱지, 한지, 소포지 등의 지류 위에 그린 그림은 이후 오려지고 붙여지는 과정을 거쳐 또 다른 공간과의 이음으로 연속적인 흐름으로 이어 나간다.
그는 "최근에 나는 드로잉의 가능성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현재는 소재로 삼고 있는 도시 건축물과 공간들을 2차원의 평면성과 이미지의 관계에 집중해 세필로 작업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구체적인 소재와 이미지는 다른 분야로 변할 수 있다. 내가 머릿속에 기억하는, 혹은 상상하는 세계에 대한 그리기 이외에 비정형적인 방식으로 그리는 것에 대한 욕구가 생겨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구체적인 계획 없이 손으로 그려지는, 우연적으로 이어져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완성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나만의 기록이며, 앞으로 형성될 세계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찬기자 chan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