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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옥정동의 공동혁 이장이 "앞으로도 마을 주민들을 내 가족과 부모님이라 생각하고 능력이 닿는 한 끝까지 챙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안성/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

2010년 아버지 병수발 위해 고향찾아
어머니 모시면서 '가업' 농사일 전념
"내 가족이라 생각 발벗고 도움" 미소


"동네 문제요? 우리 아들 같은 든든한 '젊은 이장'이 다 해결해 줍니다."

안성시 금광면 옥장동의 한 마을. 이곳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든 척척 해결해 주는 '수호신' 같은 존재가 있다.

주인공은 옥장동 이장인 공동혁(42)씨다. 공 이장은 50여가구가 거주하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옥장동에서 '해결사'로 통한다.

"아버님 그거 건전지만 갈아 끼우면 될 것 같아요. 제가 이따가 집으로 찾아가서 해 드릴게요." 취재차 만난 15일에도 공 이장은 마을에서 발생한 소소한 민원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주민들의 민원을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민원을 해결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주민들의 절대적 지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로 마을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 모두 공 이장의 손을 거친다. 실제로 그는 도로 신설 및 재포장 구간 선정을 비롯해 가로등 설치, 관공서 행정 처리 자문은 물론 노인들에겐 어려운 전자제품 구입과 AS 신청 등 큰일부터 사소한 일까지 도맡아 처리한다.

공 이장이 마을 대소사를 자기 일처럼 챙기는 모습을 보니 주민들이 '수호신'이라고 칭찬하는 게 괜한 말이 아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처음 고향 마을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10년이다. 아버지가 병환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 없어 서울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곧바로 낙향했다. 1년 뒤 아버지가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홀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가업이었던 농사일에 전념하며 마을 주민들과 교분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후 마을 주민들을 친부모처럼 보살펴주고 무엇이든 척척 해결해 주는 모습에 반해 2013년 당시 34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주민들은 그에게 마을 이장이라는 중책을 맡겼다.

주민들은 "다른 농촌마을도 마찬가지겠지만 동네에 청년들이 없는 상황에서 공 이장이 나타나 마을 일을 해결해주니 우리에겐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다"며 "귀찮을 법도 한데 지금껏 크고 작은 일에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해결해 주니 어떨 때는 친자식들보다 더 자식 같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공 이장은 "가끔 주민들의 민원을 처리해주다 보면 정작 우리 가족 일이 뒷전으로 밀릴 때가 있지만 어머니를 비롯해 가족 모두가 이해해줘 큰 문제는 없다"며 "앞으로도 마을 주민들을 내 가족과 부모님이라 생각하고 능력이 닿는 데까지 챙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안성/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