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북·심벌즈·트라이앵글 등 채용

또한, 베토벤의 극 부수 음악 '아테네의 폐허, Op 113' 가운데 네 번째 곡 '터키 행진곡'도 잘 알려져 있으며, '군대 교향곡'으로 불리는 하이든의 '교향곡 100번'의 2·4악장에도 역시 '터키풍'의 리듬이 쓰였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공통분모는 고전주의를 풍미한 작곡가들로, 제1 빈 악파로 묶인다. 18세기 중·후반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한 세 작곡가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터키풍'에는 시대상이 반영됐다.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1299~1922)은 16세기 술레이만 1세 때 가장 번성했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에 걸쳐 거대한 이슬람 제국을 형성했다. 이러한 대 제국의 건설에는 군대의 용맹성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전사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는데 굳건하고 당당한 군악(軍樂)이 한 몫 했을 터였다.
큰북과 심벌즈, 트라이앵글 등이 곁들어진 당당하면서도 흥겨운 리듬에 기반을 둔 오스만 제국의 군악은 인근 국가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1683년 제2차 빈 공방전에서 오스만 군대는 오스트리아와 폴란드 연합군에 막혀 빈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패퇴했다. 당시 남기고 간 군악대의 악기들이 유럽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18세기 들어서 세력이 약해진 오스만 제국은 유럽 국가들과 전쟁 대신 교류를 택했다.
이때 군악대는 평화의 사절 역할을 했다. 18세기 초 오스만 제국의 군악대는 폴란드에 선물로 보내지고, 이어서 오스트리아와 프로이센, 영국에도 전해졌다. 오스만 제국의 악기인 큰북과 심벌즈, 트라이앵글이 유럽 군악대에 채용됐다.
또한, 이슬람 제국의 악기였던 팀파니 등의 타악기도 수출돼 발전해오다가 베토벤 시대에 이르러 오케스트라 편성의 일부로 정착했다. 오스만 제국에서 도입한 악기와 연주법을 서양음악의 이론에 맞춰 재해석한 것이다.
당대 음악의 중심지였으며 '터키풍'이 가장 유행한 빈에서 활동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은 이국적인 행진곡풍의 작품을 발표했고, 이들 작품은 현재에도 당시 시대상과 분위기를 일깨우고 있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