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자유롭게 쓰는 청년 따라 배워
채널 성장 더뎌도 일기처럼 꾸준히 제작
코로나탓 노래교실 방문 줄자 SNS 활동
체통·품위 따지기보다 한번 도전해보길
"나이가 많아서? 그게 뭐 어쨌다고!"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소재 '브라보노래문화공간(노래 교실)'에서 만난 김혜미(63)씨는 이곳의 부원장으로 일하면서 시니어 유튜버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유튜브 '전도사'를 자청하는 그는 동년배들에게 '비공개'로라도 좋으니 영상을 한번 만들어 보라고 조언한다. 체통이나 품위를 따질 시간에 그냥 저질러 보란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소통 방식으로 '자서전' 한 편을 썼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런 김씨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스마트폰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몰랐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버스 요금을 스마트폰으로 지불하는 모습에서 부러움을 느꼈을 정도다. 당연히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쓰는 젊은 친구들이 부러워지는 거예요. '내가 되게 무식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대 때는 남들이 하지 않는 영어를 해서 인기도 많았고 도전적인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았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점점 자존감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스마트폰이 도대체 뭔지부터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김씨는 스마트폰 사용법과 영상 편집을 가르쳐주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용인 수지에 거주 중인 그는 서울 대학로에 있는 관련 기관에서 스마트폰 사용법을 처음 배웠다. 인천 부평구의 미디어 관련 센터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영상 편집법을 배웠고, 전문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프리미어' 사용법도 서울 성북구의 한 교육기관에서 익혔다.
이런 열정 끝에 2018년 1월10일, 그의 유튜브 채널 '혜미킴TV'에 역사적인 첫 영상이 게시될 수 있었다.
"저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편집도 해요. 하나의 영상을 만들려면 아이템 발굴에서 촬영, 편집까지 12시간 정도 걸려요. 처음 올린 영상들을 보면 무지 촌스럽기도 해요. 냄비 뚜껑이나 주걱을 들고 노래를 한 적도 있고요. 채널만 봐도 제 발전사가 한눈에 보이는 거죠." (웃음)
그가 첫 영상을 올린 뒤 2년, 지금까지 게시한 영상의 숫자는 200개 이상이다. 하지만 채널 구독자 수는 아직 500명 초반에 머물고 있다. 쏟은 힘에 비해 채널의 성장세가 더딘 만큼 창작자로서 자칫 기운이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극적인 콘텐츠가 인기를 끌다 보니 '일상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 영상이 대부분인 김씨의 채널은 더욱 관심받기 어려운 구조다.
"돈을 번다고 하면 노인들한테 무리가 갈 수밖에 없죠.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전문적인 영상을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게 되고,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어요.
저는 유튜브를 '일기장'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하려고 해요.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시니어 대상 유튜브 교육을 하고 싶어요. 작년에 인천 미추홀구 노인복지회관에서 70~80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동영상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수강생 어르신들이 무지하게 좋아하셨던 기억이 있어요."
김씨는 끝으로 비슷한 연배의 기성세대들에게 '반드시 유튜브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거예요. 2020년의 소통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면 시대의 조류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고, 기성세대들은 소외되고 외로워질 수밖에 없겠죠.
우리 세대에게 정신 바짝 차리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베이비부머', 참 열심히 살았죠. 그런데 '낀 세대'라고 한탄하고 있을 시대는 아니라는 거예요. 베이비부머이기 때문에 그게 어쨌다고요? 계속 배우면 되잖아요."
인터뷰를 마친 그는 곧장 스마트폰 앞에 섰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노래 문화 공간을 직접 찾는 사람들이 줄자 SNS 계정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노래 재능기부를 하며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시니어 유튜버 혜미킴입니다. 오늘은 아주 신나는 팝으로 가볼까요?" 57년생 김혜미씨는 그만의 방식으로 누구라도 낯선 '언택트 시대'에 누구보다 빨리 적응하고 있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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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글 : 임승재차장, 김준석, 배재흥기자
사진 : 조재현,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 김동철, 박준영차장, 장주석기자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