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볼랏대회서 3관왕 휩쓸고
소강배 단식 우승·단체전 2위
이진아 코치 권유로 클럽활동
큰키 장점… 근육량 보완 숙제
"나도 할수 있다는 일념으로"
국내 테니스계에서 남자 선수 중에는 은퇴한 이형택을 포함해 '수원의 아들'로 불리는 정현, 기대주 권순우 등이 세계 4대 메이저 대회인 4대 그랜드슬램(윔블던·US오픈·호주오픈·프랑스오픈)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여자 선수 중에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이덕희가 그랜드슬램 대회 여자 단식 16강에 올라간 것이 최고 성적이다.
이덕희는 1972년 12월 호주 오픈 본선에 만 19세의 나이로 참가해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그랜드슬램대회 본선에 출전했다. 1974년 테헤란 아시안 게임에선 양정순과 함께 단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처럼 여자 테니스계에서 인재를 찾아볼 수 없는 가뭄 상태가 이어지면서 오산 문시중 3학년에 재학 중인 김하람이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이달 초 강원도 양구테니스파크에서 열린 제56회 바볼랏 전국남녀 중·고 테니스대회에서 여중부 개인전 단식과 복식 그리고 단체전까지 모두 우승하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앞서 열린 제48회 소강배대회에서도 여자 단식 우승과 단체전 준우승을 이끈 유망주다.
김하람은 21일 각종 대회에서 다관왕을 차지한 것에 대해 "대회에서 우승이 확정된 순간 머릿속으로 '3관왕이라니'라는 생각과 함께 신기한 일을 이뤄냈다고 여겼다"며 "제대로 운동한 지 4년만에 다관왕이 됐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잘한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실감 나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과천 청계초 3학년 시절부터 라켓을 잡은 그였지만 제대로 테니스에 입문한 것은 이진아 코치의 권유에 의해 오산 G-스포츠클럽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다.
김하람은 "우승·준우승 등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부담감도 컸는데 이 코치님의 '모두가 다 겪는 일'이라는 조언으로 마음을 편하게 갖게 됐다"며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카톡이나 문자로 많은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더욱 열심히 훈련해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중학교 3학년임에도 167㎝의 키로 코트를 누비는 그는 고교 졸업 때까지 최소 2~3㎝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근력 운동 등을 통해 근육량을 늘린다면 국내 최상위권으로의 진입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김하람은 "학업과 테니스 훈련을 병행하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승은 했지만 아직 훈련량이 부족하다"면서 "학교 선생님은 물론 동료 학생들이 관심을 두고 도와줬기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전했다.
오산시체육회는 이 같은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오산 G-스포츠클럽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문시중을 비롯해 추후 테니스 인재들이 진학할 고교와도 접촉을 통해 지역 인재 육성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서울 등 전문 엘리트(전문) 체육부가 운영되는 고교가 아닌 집에서 가까운 일반고교에 진학해 테니스 선수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끝으로 김하람은 "한국 등 아시아 선수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인들보다 신장이나 근육량에서 많이 부족해 그랜드 슬램 우승 타이틀을 쉽게 따내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도 "지난 13일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3위 오사카 나오미(일본)가 US오픈 우승을 이뤄내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그랜드슬램 3회 우승을 달성했는데, 나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와 같은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