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서울·경기 쓰레기도 매립 시작… 소음·분진·악취 골치
당초 2016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 계획 흐지부지 결국 연장
인천시 2025년 반입 영구중단·친환경 계획 '독자노선 본격화'
폐기물 태우고 잔재물 하루 160t 처리 자체매립지 조성키로
우리나라의 폐기물 정책은 발생지 처리 원칙을 기본으로 한다. 이는 처리 비용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폐기물을 어디에 버릴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집에서 나온 쓰레기는 우리 집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상식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수도권에서는 이런 당연한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1992년부터 서울·경기에서 나온 각종 폐기물을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는 이런 불공정한 폐기물 처리 방식을 바꾸겠다며 2025년 수도권매립지를 사용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수도권 3개 시·도가 각자 폐기물을 처리하고, 이를 위한 처리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현재의 폐기물 직매립 방식에서 벗어난 친환경 매립 방식으로 전환하고,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인천시는 이런 자원순환 정책의 대전환을 통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이다.
# 2천500만명 쓰레기, 이제는 그만
1980년대 후반 서울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가 포화에 이르자 서울시는 정부(당시 환경청)에 신규 매립지의 건설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정부는 지자체와 협의해 서해안 외곽 지역을 최적지로 판단하고, 김포와 인천 서북부에 걸쳐 조성 중이었던 동아매립지를 수도권매립지 부지로 낙점했다.
대통령의 재가로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뒤로한 채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첫 매립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의 쓰레기가 인천에 버려지기 시작했다.
인천이 수도권매립지로 입는 피해는 막대했다. 인천 북부권을 관통하는 폐기물 수송도로(드림파크로)에서는 소음과 분진이 발생했고, 매립지 주변에서는 악취가 들끓었다.
매립지 조성 당시만 해도 동아매립지는 농경지로 계획된 수도권 외곽이었으나 인근에 청라국제도시와 검단신도시, 검암·경서지구 등 주거지가 조성되면서 매립지는 인천의 골칫덩이가 됐다.
서울, 경기, 인천지역의 수도권 64개 기초단체가 버린 쓰레기의 양만 2019년까지 1억5천280만3천t에 달했다. 하루 평균 960대의 폐기물 운반 차량이 드나들었고, 4천165만㎥ 규모의 침출수가 발생했다.
수도권매립지는 우리가 일상에서 버린 쓰레기만 처리하는 곳이 아니다. 각종 공사장에서 나온 건설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 하수 슬러지 등 수도권에서 나온 거의 모든 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이다. 전체 반입량 중 생활폐기물의 비중은 37% 정도이고, 건설폐기물이 35%, 사업장 일반 폐기물이 28%다.
환경부와 3개 시·도는 수도권매립지를 애초 2016년까지만 사용하기로 했으나 막상 종료일이 다가오자 사용 기간 연장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마땅한 대체부지가 없고, 잔여부지가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1천630만㎡ 규모의 수도권매립지는 총 4개 매립장으로 계획됐는데 절반밖에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인천시는 매립지 종료를 주장했으나 대체부지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2015년 환경부와 3개 시·도로 구성된 4자 협의체는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을 추가 사용하고, 대체 매립지를 공동으로 찾아 나서자고 했다. 3-1매립장의 예상 사용 연한은 2025년이었다.
결국 수도권매립지의 수명이 2016년에서 2025년으로 한 차례 연장된 셈이다.
# 인천시, 자체 매립지로의 전환 도전
여의도 면적(2.9㎢)의 5배가 넘는 초대형 매립지를 대체할 곳을 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환경부와 3개 시·도는 대체 매립지 추진단을 구성, 입지 선정 용역을 진행해 2019년 후보지를 7~8곳으로 압축했으나 주민 반발을 우려해 지금까지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는 3-1매립장이 종료하는 2025년 수도권매립지의 폐기물 반입은 영구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표명하고, 본격적인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인천지역에서 나온 폐기물만 처리하는 '자체 매립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인천시는 생활폐기물을 봉투째 묻어 버리는 현재의 직매립 방식으로는 대안이 나올 수 없다고 보고, 폐기물을 태우고 남은 잔재물만 처리하는 친환경 매립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5만㎡ 이상의 최소 면적만 활용해 하루 160t만 처리하는 미니 매립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20t 트럭 기준 하루 8대 분량의 폐기물만 반입해 주변 환경 민원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천시는 인천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입지 선정 연구에 들어가는 한편 지난달 21일부터 지자체와 개인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매립지 입지 공모를 시작했다. 인천시는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민원 소지가 적은 지역을 후보지로 선정해 연말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인천시의 자체 매립지 구상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 시설의 설치 사업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천시의 폐기물 정책, 더 나아가 수도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으려는 일종의 혁명적 발상이기도 하다.
인천 수도권매립지에 당연하다는 듯이 폐기물을 버려왔던 환경부와 3개 시·도의 안일함 때문에 수도권매립지라는 '괴물'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폐기물 감축 노력 없이 수도권매립지를 사실상 영구화하려는 환경부와 지자체의 무책임함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인천시는 자체 매립지 조성의 선결 과제로 소각·선별시설의 확충과 재활용률 향상을 비롯해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계획을 함께 구상 중이다. 자체 매립지는 소각재만 처리하기 때문에 소각시설의 추가 설치가 이뤄져야 한다.
인천시에는 송도와 청라에 광역 소각장이 설치돼 있는데 내구연한에 도달했고, 노후가 심각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대화 사업을 통한 확장, 신규 시설 설치 등 다양한 방법을 마련 중이다.
또 소각·매립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별 시설에서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미리 분류하고, 자원순환 정책의 대 시민 홍보로 발생량을 줄이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