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합의깨고 후보 내세워 단독선출
사실상 의장… 野 "합의파기" 비판


안양시의회를 '식물의회'로 만들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직무 정지된 의장의 사퇴는 받아내지 못하고 야당 몫으로 남겨뒀던 부의장 자리를 꿰찼다. 이에 국민의힘은 양당 교섭단체 대표의 약속을 민주당이 사전예고도 없이 깼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의회에 따르면 24일 민주당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제260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최병일 민주당 의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시의회는 앞선 22일 합의를 기초로 지난 23일 오전 9시 양당 교섭단체 대표가 부의장 선출을 위한 회의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를 토대로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어 부의장 후보로 음경택 의원을 선출하고 "양당 대표는 전날(22일) 후반기 원활한 의회운영과 제260회 임시회에서 추경 예산안 등 주요 안건처리를 위해 의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한다는 생각에 뜻을 같이하고 부의장을 국민의힘에서 맡기로 합의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화합하는 의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양당 협치는 이날 오후 6시께 민주당 최병일 의원이 부의장 후보로 등록하면서 깨졌다.

음 의원은 "23일 오후 늦게 민주당 이호건 대표와 최우규 의원이 찾아와 김필여(국민의힘) 대표와 회의 중 우리 쪽 의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 최병일 의원이 후보 등록을 했다는 사실을 전했다"며 "그전까지는 민주당이 후보를 낼 거라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고 밝혔다.

24일 오전 2차 본회의에 등장한 음 후보는 부의장 후보로 정견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민주당의 행태를 '일방적 합의 파기', '의회민주주의 파괴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투표 전에 야당 의원들이 모두 나갔고 여당 의원 12명 중 최병일 후보자 1명이 빠진 11명이 투표해 11표를 받아 민주당 부의장을 세웠다.

민주당은 '의회정상화를 위한 첫발'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음 후보가 '양당이 합의를 파기했다'고 했으나 합의 내용을 문서로 서명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호건 민주당 교섭단체 대표는 부의장 선출에 대해 "사실상 의장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의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책임있는 여당이 직을 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야당에게 약속했던 '개원하던 상황으로 돌려놓겠다'는 약속은 유효하며, 의장사퇴로 보궐선거를 하게 되는 때 부의장도 모두 내려놓겠다"고 해명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