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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충전시설 등 인프라 빠르게 보급
내연기관 제한 EU '전기차 시대' 예고
세계각국 '완전 자율주행차' 경쟁 치열
'제로셔틀' 개발 경기도, 기술협력 추진

공급분야에 비해 소비자 태도변화 더뎌
접근성 개선할 '정부 정책적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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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백(시속 0→100㎞/h) 2.8초, 최고 속도 280㎞/h. 국제자동차연맹(FIA) 주관 전기차 경주대회 '포뮬러 E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전기차의 성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부가티 등의 슈퍼카와 비교해도 못지 않은 성능을 자랑한다. 현재 전기차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먼 얘기만 같았던 '미래차'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우리 주변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가솔린과 디젤로 상징되던 내연기관이 모터를 활용한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전 세계적인 탄소배출 저감 노력은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가장 큰 동력이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자율주행차량 개발도 빨라지고 있다. '탄소 없이, 사고 없이', 더욱 편안하게 이동하기 위한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

# 우리 옆에 다가온 전기차

인천에서 시내버스를 몬 지 30년 정도 된 김주화(60)씨는 요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회사가 정부지원을 받아 도입한 '전기버스'를 운전하면서다. 엔진이 없어 소음이 적고, 차량 진동도 거의 느끼지 못하는 데 가속은 매우 빠르다. 차 안은 기름 냄새 없이 쾌적하다. 에어컨을 켜도 차량 운행에 무리가 없다.

노선을 한 번 운행하는 데 보통 4시간 정도 걸리는데, 충전 없이 2~3회 왕복 운행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차 안이 쾌적하고 소음도 없어 승객들도 좋아한다"며 "엔진이 있는 일반 버스보다 성능이 오히려 좋다"고 했다. 이어 "기사들이 이 차를 한번 몰면 일반 버스를 몰기 싫어할 정도"라고 했다.

인천 송도에 있는 초소형 전기차 업체 캠시스는 2인승 모델을 개발해 지난해부터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220V 가정용 콘센트로 3시간 정도 충전하면, 70㎞ 정도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최고속도도 시속 80㎞까지 낼 수 있다.

일반 준중형 차량 대비 절반 정도의 크기로 기동성이 뛰어나고, 에어컨과 히터도 설치돼 있다. 최근까지 1천500여대가 계약된 상태로, 근거리 출퇴근용으로 인기가 좋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국내·외 완성차 제작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전기차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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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자동차 산업의 미래 관련 선진운수 전기버스 2020.09.23 /조재현기자


환경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재 전국적으로 12만대 정도의 전기 차량이 등록돼 운행하고 있다. 전기 급속충전기 등 충전 인프라도 전국적으로 7천240여개가 설치·운용 중이다. 전기차가 우리 생활 속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 대수를 2022년 43만3천대, 2025년엔 113만대까지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EU는 차량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을 기존 130g/㎞에서 단계적으로 줄여 2050년엔 10g/㎞로 줄이는 규제책을 시행하는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탄소 배출량 제한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차량당 95유로의 벌금을 내야 한다. 환경 등을 이유로 향후 10년~20년 사이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전면 제한하겠다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이런 강도 높은 환경규제는 전기차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만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개발 속도 내는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스스로 주행경로를 인지·판단·제어하면서 이동하는 교통수단을 의미한다. 2015년께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자율주행 기술 수준에 따라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구분되는데, '레벨 0'은 자율 주행 기능이 전혀 없는 차량을, '레벨 5'는 조향과 속도 등을 자동차 스스로 정해 운행하는 완전 자율주행 차량을 의미한다. 숫자가 클수록 높은 수준의 기술이다.

교통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차량에 대한 욕구가 자율주행차 개발의 배경이 됐다.

자율주행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업계의 경쟁은 치열하다. 구글 웨이모, GM크루즈, 포드 오토노머스 비히클스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최근 레벨5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 출시가 멀지 않았음을 예고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체도 해외 업체와 자율주행 합작법인을 출범시키는 등 기술 개발에 뛰어든 상황이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도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2027년까지 7년간 총 1조974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자율주행 기술개발 혁신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등을 가리기 위한 법적 체계 정비 등 제도 마련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지자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자율주행 셔틀인 '제로셔틀'(레벨4, 특정구간 조향·속도 자동화)을 개발해 운행하고 있는 경기도는 최근 화성시,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홍익대, 한국첨단자동차기술협회 등과 자율주행차 기술연구센터와 공기조화기술(HVAC) 실증지원센터 구축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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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기업성장센터 일대를 주행중인 '제로셔틀'. 2020.10.6 /경인일보DB

화성시에 들어설 '자율주행 OEM 실증 클러스터'는 자율주행 완성차에 납품될 부품을 시험하고 인증하는 역할을 한다. HVAC 실증지원센터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에어컨, 난방기, 환풍기 등의 성능을 시험한다.

화성시는 4천700여개의 자동차 관련 기업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혁신산업생태계 조성계획'을 수립해 자율주행 인프라 확보를 추진 중이고, 성남시도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과 자율주행차 공동제작에 나선 상태다.

#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를 위한 과제

자동차 운행에 따른 환경오염과 에너지 고갈, 교통사고 발생 등 문제는 자동차 대중화 이후 오랜 기간 사회가 떠안아야 할 숙제였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는 이런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결합할 경우, 시너지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자율주행차 시대를 촉진하기 위해선 내연기관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공급 부분에선 이뤄지고 있지만, 소비 부분에선 아직 더딘 측면이 있다"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발전하고 있는 기술에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윤영 인천테크노파크 자동차센터장은 "환경규제 등의 영향으로 시장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라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개발과 인프라 확충, 보급 등에 있어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이 있다면 이런 전환의 흐름은 한층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