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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승객 年7000만 → 1200만 급감
M&A도 모두 무산… 업계 재편 불가피
사태 장기화 우려 속 항공사 대책 모색

여객감소 영향 '화물운송' 효자로 부각
일부 업체, 비행기 개조 거쳐 재투입도
국내선 경쟁 집중… '회귀선' 상품 등장
세계이슈 'K-방역' 해외와 경쟁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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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산업 지도가 바뀌고 있다. 올해 초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코로나19는 항공산업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국내 항공산업은 지난해까지 늘어나는 항공 수요를 바탕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은 국제선 승객이 7천만명을 넘어서면서 국제선 승객 기준 세계 5위 공항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확산한 코로나19는 한순간에 공항의 모습을 바꿨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 인천공항 이용객이 1천200만명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첫해 승객 1천400만명보다 적은 수치다.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북적이던 인천공항 출국장과 입국장, 면세점에선 승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는 최근 보고서에서 항공산업이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하는 시기를 2024년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 회복 시기가 2024년보다 늦어질 수 있다.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입국을 제한하면서 각 나라 상공을 오가던 항공기는 갈 곳이 없어졌다. 인천공항 주기장에는 갈 곳을 찾지 못해 멈춰 있는 항공기가 줄지어 있다.

# 잘 안 풀리는 항공사 'M&A'

국내 항공산업은 높은 항공 수요 증가세를 기반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이뤘다. 특히 2000년대 들어 LCC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16년 전인 2004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곳이었다.

2005년 제주항공 설립을 시작으로 LCC가 잇따라 생겨나면서 현재는 2개의 대형 항공사와 7개(제주항공·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진에어·플라이강원)의 LCC 등 9개의 항공사가 취항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항공 등 2개 항공사가 첫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항공사가 많아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각 항공사는 항공기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항공 수요를 흡수하고, 타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힘썼다.

항공사의 공격적 경영은 지난해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하면서 일본행 여객이 급감했고 이는 항공사 수익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사의 어려움은 더 커졌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M&A 무산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부터 인수 대상자를 찾는 등 9개월 동안 관련 작업을 진행했으나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제주항공도 올해 초부터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두 M&A가 모두 무산된 데에는 코로나19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수 협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코로나19가 이처럼 확산할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항공산업 구조는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단기간에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국내 항공산업은 항공 수요에 비해 항공사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코로나19가 항공산업 재편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뒷전에 밀렸던 '항공 화물'의 재발견

'항공 화물'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공사들이 주목하는 분야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여객의 이동은 제한되고 있으나 화물 운송에 대한 수요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여객 감소세가 큰 상황에서 항공 화물 분야는 항공사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항공 화물은 화물 전용기와 여객기 하부(Belly)에 실린다. 여객기 운항이 대폭 줄어들자 항공사들은 여객기에 화물만 싣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았다. 대한항공이 시작한 이 방식은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외 항공사 대부분이 활용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여객기 운항이 줄어들면서 항공사가 처리할 수 있는 '화물 운송 능력'도 감소했고, 이는 항공 화물 운송 운임이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각 항공사가 여객기 개조 등의 방법으로 화물 운송량을 늘리면서 운임은 고점 대비 떨어졌으나 전년 대비 1.5~2배 수준이다.

항공사들은 여객기를 항공기로 개조하기도 했다. 여객 수요가 당분간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9월8일 화물 수송을 위해 개조 작업을 완료한 보잉777-300ER 기종을 화물 노선에 투입했다. 국내에서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한 것은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대한항공은 화물 전용 항공편을 투입하기 위해 코로나19 사태로 멈춰선 여객기 2대를 화물기로 개조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의 사전 기술 검토와 항공안전감독관의 적합성·안전성 검사를 거쳐 9월1일 대한항공의 여객기 개조 작업을 승인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세계 최초로 A350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항공기에 있던 이코노미 좌석 283석을 제거하고 화물을 탑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 항공기는 9월24일 인천~미국 LA 구간에 처음 투입돼 IT·전자기기 부품, 전자 상거래 수출품, 의류 등 20t을 탑재하고 미국으로 향했다.

# '목적지 없는 비행'까지 등장

화물 운송에 대한 수요가 높더라도 모든 여객기를 화물 노선에 투입할 수 없다. 특히 화물 전용기가 없는 저비용항공사(LC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처럼 화물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단기간에 영업이 어려웠다. LCC는 자구책으로 국내선을 확장하는 데 힘썼다. 국제선 운항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놓은 대책이다.

외국 여행을 가지 못하면서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도움이 됐다. 진에어, 에어부산 등 LCC는 국내선 승객을 잡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유휴 여객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목적지로의 이동'이 아닌 '항공기 탑승' 자체를 상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승한 뒤 상공을 비행하다 다시 공항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목적지 없는 비행', '회귀선' 등으로 불리는 상품은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 먼저 선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여행 기분'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A380 기종을 '회귀선'에 활용키로 했다. A380 기종은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비행에 활용됐던 항공기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공항 주기장에 발이 묶여 있었다.

이 항공기는 10월24~25일 인천공항에서 이륙해 강릉, 포항, 김해, 제주 상공을 비행한 뒤 다시 인천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 'K-방역' 인천공항 위기 타개 해법 되나

인천공항은 'K-방역'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 세계 공항이 멈추다시피 한 상황에서 인천공항이 가지고 있는 '방역시스템'을 앞세워 타 공항과 차별화를 이룬다는 전략이다.

이는 향후 항공 수요가 회복됐을 때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인천공항공사는 기대하고 있다. 해외 공항 건설·운영사업을 따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공항을 선택하는 기준이 편리함과 효율성 등이었다면 이제는 가장 큰 기준이 위생, 청결, 방역"이라며 "인천공항은 세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국내 방역시스템을 기반으로 '가장 안전한 공항'을 앞세워 해외 공항과의 차별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