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대책' 일부 취지에 어긋나
'국공립보육 필요' 구리시 시설확충 미흡
지자체들 "중앙사업은 거의 없어" 하소연
"혼자 잘해봤자 조삼모사 파격투자 필요"

# 2030과 동떨어진 정책 방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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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경기도 31개 자치단체는 2030이 원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을까. 2018년 사회조사에서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대책을 간절히 원했던 지역은 성남과 하남시다.

성남의 저출산 예산에는 관내 기업에 재직 중인 맞벌이 가정 등에 직장 고충상담 및 컨설팅, 소통 커뮤니티 지원,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이 있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관내 기업의 직접적 변화를 끌어내는 근본적인 정책은 아니지만 대상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움직임은 있다.

반면 하남시가 발표한 올해 성인지 예산은 그 취지와 걸맞지 않다.

모름지기 성인지 예산은 양성평등과 함께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이 대표격인데, 하남시 기업과 일자리 등을 담당하는 일자리경제국이 편성한 성인지 주력사업은 '전통시장 지원사업'에 5억6천여만원, '기업인 교육지원사업'에 5천300만원, '농업인 학습단체 운영 및 지원'에 2천만원 등이다.

하남시 2030이 기대한 성인지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국공립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확충을 가장 많이 꼽았던 구리시는 현재 13개 국공립 어린이집이 있는데, 2018년 이후 지어진 곳은 4개뿐이다. 지난해와 올해 본예산을 들여다보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관련된 예산은 없고, 기존 국공립 어린이집 리모델링 예산만 포함돼 있다.

구리에 이어 보육시설 확충의 목소리가 높았던 용인은 현재 44개 국공립 어린이집 중 2018년 이후 13개가 신설됐는데, 대부분 공동주택(아파트) 건설과 함께 국공립어린이집이 신설된 경우다. 수지, 상현 등 신도시가 개발된 지역에만 한정돼 아쉬움을 남긴다.

아주 어린 자녀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20대에서 어린이집, 유치원 등 기관이 아니라 본인 및 배우자가 100% 보육을 전담한다고 나타난 시흥시는 2017년부터 영아표준보육과정 프로그램에 5억9천여만원을 투입하고 영아반이 있는 어린이집을 평가·인증하고 영아 전용 프로그램 지원에 월 10만~15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 저출산 대책의 대전환은

경기도 2030의 눈으로 본 도내 31개 시·군의 저출산 정책은 '대동소이'하다. 각 지역의 정책은 서로 유사한 모습으로 중복됐고, 다소 상관관계가 적은 정책들도 포함됐다. 무엇보다 저출산을 넘어 초저출산 시대가 눈앞에 닥쳤지만, 깊은 고민과 연구는 요원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 예견돼왔고 이제 현실에서 체감되고 있지만 정책도, 사회 분위기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불행한 것은 지금의 20, 30대는 성장기 동안 정부와 사회가 별다른 대응도 못한 채 속절없이 인구절벽,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20여년간 계속된 정부와 사회의 헛발질에 2030세대의 피로감도 누적됐다.

지자체들은 저출산 현상을 직접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할 말이 많았다. '출산축하금', '임산부영유아건강관리사업', '한방난임지원' 등 지자체가 대부분 시행하는 사업을 비롯해 '신혼부부 주택매입지원', '중·고등학교 신입생 체육복비', '임산부 특별교통수단' 등 저출산 정책 상당수가 '지자체 자체 사업'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관계자는 "국가에서 내려오는 사업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현장에선 진짜 이러다간 큰일 날 것 같아 일단 타 지자체 저출산 정책 중 반응이 좋았거나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그대로 가져와 따라 한다. 일단 우리(지자체들)끼리라도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솔직히 저출산 정책은 정부가 확실한 철학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예산도 파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우리 지역만 저출산 정책을 잘해 인근 지자체 인구를 빼 오는 식은 결국 조삼모사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지금이야말로, 저출산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 '결혼하고 싶고', '아이를 낳고 싶은' 경기도,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라. 우리는 저출산의 늪에서 헤어날 수 있을까.

/공지영·이원근·손성배·김동필·신현정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