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커브 주무기 장신 좌완투수
유소년야구대회 우승·MVP 휩쓸어
소래고 역대 4번째 프로 진출 확정
동료에 죄인 같은 미안한 마음도
김광현 승부사 기질·투구폼 동경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 갖춰야"
중학교 시절까지 스포츠 클럽인 남양주야놀유소년야구단에서 운동하면서 공부를 병행한 소년이 엘리트(전문) 체육으로 전환한 지 4년 만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입게 된 시흥 소래고의 '장신 좌완투수' 최승용이 화제다.
최승용은 지난 21일 2021 KBO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차 2라운드(전체 20순위)에 선발되는 영광을 안았다. 키 191㎝에 몸무게 90㎏의 탄탄한 신체조건을 갖춘 정통파 좌완으로 꼽히는 최승용은 900명 상당의 고교선수들과 300명에 달하는 대학·독립리그 출신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살아남았다.
최승용은 지난 2012년 10월 소래고 야구부가 탄생하게 된 뒤 4번째로 프로행을 확정한 졸업생이 된다. 소래고 출신 프로 선수는 최승용까지 총 4명으로 조정됐다.
외야수 김기환은 2015년 삼성에 입단한 뒤 현재 NC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황성빈은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했다가 지난 4월 군 복무를 결정했다. 투수 이지강은 2019년 2차 9라운드에서 LG 트윈스로 팀을 확정했다.
대한유소년야구연맹 회장배, 속초시 설악배, 크린토피아배 등 각종 유소년야구 대회 우승은 물론 최우수선수상(MVP)도 심심치 않게 받아온 최승용이지만 현재까지 고교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로서의 생활은 아직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최승용은 28일 "(야구부) 동료들과 함께 휴대폰을 보고 있었는데 2라운드에서 나를 발표한 것을 보고 놀라운 마음뿐이었다"며 "모든 선수들이 당황했고 나 역시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가까스로 꺼낸 말이 '축하한다'였는데, 솔직히 친구들에게 (나만 선택된 데에 대한) 미안함도 느꼈다"고 프로행 확정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소래고의 야구 스타일이 특정인의 뛰어난 실력에 의해 승패를 결정짓는 것보단 팀워크와 단합을 중심으로 경기력을 쌓는 팀이었기에 죄인 아닌 죄인이 된 그다. 놀라움도 잠시 사실상 공인급 인사가 된 최승용은 자신보다 더 야구를 잘하는 인재들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을 조만간 직면하게 돼 부담감이 커져만 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볼 끝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승용의 주특기는 직구와 커브인데 프로행이 확정된 만큼 구단 측과 논의 등을 거쳐 근력을 키워 더욱 빠른 공을 던지겠다는 목표다.
그는 "143㎞는 (안팎으로 직구를 던지고 있는데) 고교 에이스급 평균이라고 볼 수 있다. 좀 더 노력해 150㎞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며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았을 때 느끼는 희열 때문에 커브를 좋아한다. 이 두 가지 공을 오롯이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투수 김광현이 롤 모델인 그는 "김광현 선배는 어린 나이에 야구를 취미로 할 때에도 투구자세가 멋있어 동경의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의 특징은 일단 빠른 판단을 근거로 효율적인 승부를 걸었다.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개로 경기를 다 잡았던 모습에 많은 카리스마를 느꼈다"고 전했다.
최승용은 최근 여러 엘리트 출신 선수들의 사건 사고에 대해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실한 프로선수, 인성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두산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고 올림픽 등 세계 무대에서도 뛰어보고 싶다. 차분히 정리해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