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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2007년 1단계·2010년 2단계 '완전 개통'
서울역~인천공항 T2, 63㎞ 단 51분 걸려
동서 관통 14개 정거장중 8곳 환승 가능
인천시, KTX 연결 '제2공항철도' 추진
'4차 국가철도망 계획' 포함 정부 건의

최초의 민간철도… 2041년 소유권 환수
수요예측 실패… 초기 이용객 7.3% 뿐
2009년 민간지분 인수… 2015년 재매각
손실보전 방식 변경 "매년 수천억 절약"
'환승요금 미적용' 불편… 개선 요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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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철도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서울 도심을 연결하기 위해 건설한 국내 최초의 특화 철도다.

 

공항철도는 공항고속도로와 함께 영종대교를 통해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도심을 이어준다.

2007년 3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사이 1단계 구간이 개통했고, 2010년 12월 김포공항~서울역 사이 2단계 구간을 연결했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까지 14개 정거장 63㎞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반열차 기준 51분이다.

초기에는 수송 인원이 예측치보다 턱없이 부족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지금은 공항 외에도 인천과 서울 지역 주민들의 통근 열차로도 활용되고 있다.

전체 14개 정거장 중 8곳에서 다른 철도와 환승이 가능해 인천~서울 북부권의 동서를 가르는 대동맥 기능을 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수송 인원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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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철도 노선도.

공항철도 건설사업은 1990년 영종도가 수도권 신공항 입지로 선정되면서 제1연륙교인 영종대교 건설과 함께 추진됐다. 서울 도심에서 인천공항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특수한 목적을 갖고 추진한 사업이었다.

인천공항 개항(2001년) 당시 해외 공항은 도로 외에도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철도 운송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영국 히스로공항은 공항에서 런던 도심까지 15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히스로 익스프레스라는 철도가 1998년 개통했고, 홍콩 첵랍콕공항도 같은 해 에어포트 익스프레스의 개통으로 공항에서 홍콩 시내까지 24분이 소요됐다.

네덜란드는 기존 수도권 철도를 이용해 스히폴공항에서 암스테르담까지 15분이 걸리는 연계 철도망을 구축했다. 파리 드골공항은 RER-B 도시철도 노선을 공항으로 확장 연결했다.

우리 정부는 해외 사례 검토를 통해 영종대교를 복층 구조로 설계했다. 상부는 차량이, 하부 공간은 철도가 다닐 수 있도록 기획했다. 섬 지역 공항에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연륙교에 철도와 도로를 동시에 건설하자는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인천공항 조성사업에 막대한 SOC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이라 재원 조달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정부는 공항철도를 재정사업으로 기획했다가 수조원대의 사업비가 부담되자 1996년 민자사업으로 전환했다.

정부는 운영사에 최소수입비율을 90%까지 보장해주기로 하고 투자를 유도했다. 총 사업비 4조995억원 중 정부가 1조885억원을 투입하고, 3조110억원을 민간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그리고 공항철도(주)라는 합작 회사를 만들어 철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 회사 지분은 철도청이 9.9%를 갖고 현대건설 등 9개 회사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88.8%의 지분을 가져갔다.

나머지 1.3%는 현대해상이 투자했다. 공항철도(주)는 30년간 운영권을 갖고 투자비를 회수한 뒤 정부에 철도를 귀속시키기로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철도사업이었다.

공항철도는 2001년 4월 1단계 구간을 착공했고, 2007년 3월23일 운행을 개시했다.

최신식 시설을 갖춘 공항철도의 표정속도(정차 시간을 포함한 역 간 평균 이동 속도)는 직통열차의 경우 86㎞/h, 일반열차는 70㎞/h 수준이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표정속도(33.7㎞/h)에 비하면 획기적인 수준이었다. 역 간 거리가 멀다는 점이 이런 속도 상승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운행 초기의 공항철도는 실패한 사업으로 기록됐다. 이용객이 예측치의 불과 7%대에 머물면서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고, 민간사업자와 맺은 협약에 따라 최소운영 수입을 고스란히 정부가 지급해야 했다.

개통 이듬해인 2008년 수요 예측은 하루 평균 23만명이었는데 실제 이용객은 1만7천명(7.3%)에 그쳤다. 정부는 2007년 1천억원, 2008년 1천600억원의 재정을 보전해줬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당시 정부와 민간사업자는 공항 이용객의 교통 분담률 중 철도 비율을 40%대로 예측했는데 실제 분담률은 버스 61%, 승용차 32%, 철도 7%였다.

인천공항 개항과 동시에 철도가 개통하지 못하면서 수도권 리무진 버스 체계가 활성화됐고, 후발 주자로 참여한 철도가 경쟁에서 뒤처진 꼴이었다. 특수 목적을 가진 철도로 건설되다 보니 수도권 통합 환승 할인에 편입되지 못한 불리함도 있었다.

정부는 결국 공항철도 사업의 실패를 공식 인정하고, 민간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개통 2년 만인 2009년 9월 코레일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가진 지분 88.8%를 1조2천억원에 매입했다. 또 협약을 다시 체결해 수입 보장 비율을 58%로 하향 조정하고, 이용객 확대를 위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민간에서 시작했다가 공공으로 전환된 공항철도는 6년 만에 또다시 민간에 매각됐다. 정부는 2015년 6월 코레일의 공항철도 지분을 국민·기업은행 컨소시엄으로 1조8천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항철도는 코레일이 인수한 후 흑자 전환했지만, 공항철도의 부채 400%에 달하는 코레일의 높은 부채 비율이 부담이었다. 코레일이 2조6천억원대의 공항철도 부채까지 떠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천 공항철도 요금체계
청라국제도시역 플랫폼 모습. 2020.10.7 /경인일보DB

국토교통부는 코레일 지분을 민간에 다시 매각하면서 사업 구조를 기존 MRG 방식에서 SCS로 전환했다. MRG는 최소 수입을 보장해주는 방식이고, SCS는 운영 수익이 투입 비용에 미달하는 경우 손해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당시 정부는 MRG 폐지로 2040년까지 7조원을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MRG는 연평균 5천800억원의 비용이 들지만, SCS는 2천700억원 정도로 예측했다.

인천, 서울 북부권 도심의 팽창과 환승역 확대로 공항철도의 수송 인원은 늘어났지만, 여전히 예측치보다 적은 상황이다. 2018년 수송 인원은 하루 평균 23만8천명, 2019년 26만명이었는데 역시 예측치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공항 이용객이 많이 줄면서 20%가량의 승객이 감소했다.

정부는 올해까지 3조원이 넘는 보전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민간 투자 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공항철도 소유권이 정부로 넘어오는 2041년까지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항철도에 투입하는 재정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개통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공항철도 요금 체계 이원화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청라역까지 37.3㎞ 구간은 수도권 통합요금제가 적용돼 일반 수도권 전철 노선과 마찬가지로 환승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청라역에서 인천공항 제2터미널역까지 26.5㎞ 구간은 독립요금제로 구분돼 기본요금이 900원 추가되고, 거리 비율로 추가 요금이 붙는다.

서울역에서 청라역까지는 1천850원을 내면 되지만, 제2터미널까지 가려면 2천900원을 더 내야 한다. 또 환승 할인이 미적용돼 버스로 갈아탈 경우 기본요금(1천25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인천시와 지역 정치권은 이러한 요금 체계 이원화가 불합리하다고 보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개선책을 요구해왔다. 현재 국토부는 공항철도 운임 체계 개선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미추홀구갑)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1월 용역을 마무리할 예정으로, 용역 결과에 따라 운임 체계 문제가 결정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답하는 등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연간 80억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해야 하기에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두 번째 공항철도를 꿈꾸고 있다. 서울이 아닌 인천의 중심과 공항을 바로 연결하고, 인천발 KTX까지 활용할 수 있는 제2공항철도 건설사업의 현실화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공항철도가 수요 예측 실패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과는 별개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인천공항공사와 인천시 주장이다.

제2공항철도는 기존 수인선 노선을 활용해 인천공항과 숭의역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이 노선은 정부의 제1·2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됐으나 타당성 부족으로 3차 계획에선 제외됐다.

인천시는 제2공항철도를 4차 계획에 포함해 줄 것을 정부에 계속해서 건의하고 있다. 제2공항철도는 인천발 KTX가 설치되는 수인선 송도역과 연결되기 때문에 전국 각지를 인천공항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공항철도와 차별성이 있다.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2시간 이내에 인천공항을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인천시 계산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제2공항철도에 화물 운송 기능까지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사업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충분한 경제성 검토를 거친 뒤 시행해야 기존 공항철도와 같은 재정 과다 투입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글/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