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성남 등 '결혼 선호' 절반 안돼
30대 '5년내 출산 계획' 25%에 불과
저출산 첫 원인 '교육비 등 부담' 꼽아
20대, 미취학 아동 '직접 보육' 많아
지역·연령따라 '필요한 지원' 비율 상이
20대 성남 '휴직제' 의정부 '출산장려금'
정부가 공들이는 '공동보육'은 후순위

1993년 경기도 합계출산율은 1.86으로 전국 1위였지만 2018년에 1.00으로 내려앉았고, 지난해에는 그마저도 떨어져 0.94명이다. 올해 2분기는 0.88로 더 하락해 역대 최하위 성적표를 받았다.
출산율 급락에 경기도는 수조원대 예산을 쏟아부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경기도가 저출산 관련 사업에 사용한 예산은 4조3천335억3천만원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저출산 사업에 투입했고, 올해는 1조2천여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경기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저출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018년 도내 '초저출산' 현상이 나타난 곳을 보면 수원 팔달구(0.77), 고양 일산동구(0.79), 고양 일산서구(0.83) 등인데, 차라리 1.0명을 넘는 지역을 찾는 게 빠를 정도다.
한국은행 경기지역본부는 경기도 출산율 급락현상을 두고 '경기도의 서울화'로 설명했다. 그간 저출산 문화가 서울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됐는데 경기도, 특히 도내 대도시가 서울 저출산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문제들이 인근 중소도시로 계속 확산될 것이란 예측이다.
경기도 저출산 문제는 이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금 불을 끌 소화기를 든 건 경기도에 거주하는 '2030'세대다. 정부와 경기도가 이제야 다각적인 측면에서 저출산을 연구하고 정책의 방향을 잡기 위해 각각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인구정책담당관을 신설하며 컨트롤 타워를 자처했지만, 느긋하게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경인일보는 통계청이 매년 실시하는 경기도 31개 시·군의 '사회조사' 중 저출산 질문이 포함된 2016년과 2018년 사회조사 속 2030 세대를 집중해 들여다봤다. 그리고 저출산 불씨를 꺼주길 희망하는 이들의 '니즈(needs)'를 분석했다.
■ [경기도 2030 저출산 리포트-현실]'키우는 돈이 만만찮다' 두려움만 낳는 육아
# 경기도 2030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한국 사회에서 출산의 출발점은 아무래도 결혼이다. 1.0명대 아래로 내려간 합계출산율과 달리 서울대 연구진이 발표한 2016년 기혼 출산율이 2.23명이라는 점은 일단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 일에 긍정적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2018년 사회조사 결과, 경기도 2030의 상당수는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다만 필수보단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이 이전세대와의 확실한 차이점이다.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답한 도내 20대(20~29세)는 전체의 40.6%,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응답은 47.6%를 기록했다.
30대(30~39세)는 20대보다 조금 더 희망적이다.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51.3%로, 과반을 넘겼다.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응답도 42.1%다.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면, 해도 좋을 만한 환경을 제공했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원, 성남, 부천, 고양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도내 10개 지역에서는 2030 모두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이 50%를 채 넘지 못했다.
출산계획을 묻는 응답은 다소 절망적이다. '5년 이내 출산 계획이 있다'에 20대는 16.5%, 30대 25%만 있다고 답했다.
20대 중 5년 내 출산 계획이 가장 적은 곳은 양평군(5%)이었다. 용인시(7%)와 부천시(7.8%), 고양시(9.6%) 등도 한 자릿수 응답을 보였다. 30대는 가평군(15.5%), 시흥시(15.7%), 포천시(15.9%) 등이 불명예를 안았다. 이는 대도시, 농촌을 가릴 것 없이 경기도 2030 대부분이 출산에 부정적임을 알 수 있다.
# 2030이 지목한 저출산 원인 '양육비 부담'
2030은 왜 아이를 낳는 것에 부정적일까. 2030이 꼽은 저출산 원인 1위는 '교육비 포함 자녀 양육의 부담'이었다. 기혼자 비율이 20대보다 높은 30대는 자녀 양육의 부담이 31.8%로 가장 높았고 일·가족 양립 여건과 환경 미흡(27.6%), 직장 불안정 또는 일자리 부족(15.3%), 주거비 부담(13.5%) 등이 뒤를 이었다.
20대도 자녀 양육의 부담(25.9%)을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짚었지만 직장 불안정 또는 일자리 부족을 지적한 비율도 23.5%, 일·가족 양립 여건과 환경 미흡(22.4%)도 근소한 차로 지적됐다. → 표 참조

더불어 2030은 주거비부담을 각각 13.5%, 12.5%로 저출산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2016년 조사 당시, 9.9%였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새 주거비 부담이 높아진 셈이다. 무섭게 치솟는 경기도 집값 상승은 향후 저출산에 악영향을 끼치는 강력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31개 시·군 중 자녀 양육부담을 저출산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한 지역은 동두천시 30대(48%)와 20대(40.9%), 포천시 30대(44.4%), 김포시 30대(39.9%)였다.
일·가족 양립 여건과 환경 미흡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은 곳은 과천시 30대가 36.3%, 파주시 30대 35.8%, 군포시 30대 34%, 양주시 30대 32.5%, 고양시 30대 32% 순이었다.
직장 불안정 또는 일자리 부족 탓에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응답한 지역은 하남시의 20대가 38.4%, 안성시 20대 33.4%, 구리시 20대 32.8%, 의정부시 20대 31.7%, 오산시 20대 31.4%로 가장 높았다.
경기도 2030은 지나치게 높은 양육비용과 육아부담을 부모에게 떠맡기는, 비협조적인 사회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며 주저하고 있었다.
# 2030 양육실태
'미취학 아동의 보육방법'은 어린이집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국공립, 공공형 어린이집이 늘어나면서 어린이집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유치원은 정반대의 결과다. 2016년 사회조사에서 26%를 차지했던 유치원은 2018년에 24.4%로 소폭 하락했고, 같은 기간 본인·배우자가 보육한다는 비율은 21.8%에서 28.1%로 늘어났다.
2년 새 어린이집을 택한 비율이 2배 가량 높아졌고, 유치원 대신 부모가 보육을 한다는 비율이 오히려 증가하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20대는 직접 미취학 아동을 보육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가 어린 탓도 있지만 그만큼 영유아를 믿고 맡길만한 보육시설이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평(100%), 시흥(100%), 파주(84.4%), 오산(78.8%), 고양(76.2%), 포천(67.8%), 성남(67.6%), 의왕(65.9%)순이었다.
보육 만족도는 모든 시·군에서 '만족한다'는 비율이 70%를 웃돌았지만 성남(67.6%)과 안산(54.8%), 용인(50.6%) 3곳에 거주하는 20대는 '만족하지 않는다(보통·약간 불만족·매우 불만족)'는 응답률이 더 높았다.

■ [경기도 2030 저출산 리포트-정책]보육환경 다 다른데… 늘 대책은 거기서 거기
# 2030이 원하는 출산·보육 정책은
2030은 '보육비 및 교육비 지원'을 가장 필요한 출산지원정책으로 꼽았다. 그 뒤를 이어 출산지원금 지원과 육아 휴직제 확대와 같은 제도개선 등이 꼽혔다. 그러나 도내 지역별, 연령별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2030이 원하는 출산지원 정책은 상이하다.
성남시의 20대는 육아휴직제 확대 등 제도 개선(53.1%)을 가장 많이 원했고, 30대는 보육비 및 교육비 지원(37.9%)이 그 뒤를 이었다.
의정부시는 20대가 출산장려금 지원(52.5%)을, 30대는 보육비 및 교육비 지원(40.5%)을 우선 지원 사업으로 꼽았다. 광명시와 동두천시의 20대는 각각 38.5%, 37.2%가 '출산·육아기 이후 여성 경제활동 복귀 지원'을 가장 많이 원했다.
반면 수원시는 20대(36%)와 30대(30.7%) 모두 보육비 및 교육비 지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여주시는 20대(40.5%), 30대(29.2%)에서 출산 장려금 지원 정책을 선택했다.
또 우선 보육정책도 '보육비 지원금액 확대'를 1순위로 꼽으며 양육비 부담의 현실을 지적했다.
하남 20대(30%)가 '보육비 지원대상의 확대'를 가장 크게 꼽았고 이천 30대(21%), 안산 20대(19.9%)가 그 뒤를 이었다.
보육시설 확충 및 환경 개선을 원하는 목소리는 구리 20대가 49.7%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어 용인 20대가 31.7%, 여주 20대가 24.2%, 성남과 의왕 30대 각각 21.5·21.2%로 높았다.
보육교사 전문성 확충은 가평(29.1%)·양주(25.5%)·김포(22.8%)·동두천(18.9%)·양평(19.5%)지역의 20대가 시급한 문제라 판단했다. 안성 20대(24.6%)는 보육시간 연장 등 맞춤서비스 확대를 꼽았다.
한편 2030 모두 가장 후순위로 꼽은 보육정책은 정부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공동보육·품앗이와 같은 돌봄프로그램 지원'이었다. 이는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역의 육아 인프라,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적 지원 등 기본적인 지원조차 아직 부족하고 훨씬 시급하다고 본 까닭으로 읽힌다.
/공지영·이원근·손성배·김동필·신현정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