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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척 알아서 승객 돕고…

안내로봇 '에어스타' 이어 2종 추가
교통약자 태우고 자율주행 '라이드'
탑승권 인식·짐 운반해 주는 '포터'
국내업체 기술로 전 세계 최초 도입

# … 맞춤 정보 활용해 똑똑

'빅데이터 플랫폼'이 공항전략 핵심
유동인구·교통분담률 등 분석 활용
탑승까지 '개인 비서' 서비스 목표
2030년까지 스마트화 장기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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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 가면 여러 로봇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방문객의 첫 이미지를 결정짓는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이 최근에는 한국 첨단기술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는 자율주행 전동차인 '에어라이드'(Air Ride)가 시범 운행하고 있다.

에어라이드는 탑승객이 터치스크린을 통해 항공편이나 게이트를 선택하면 운전대를 잡을 필요도 없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각종 장애물을 피해 3~4분 안에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도 배치돼 교통약자들을 우선 태우고,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에어라이드와 함께 도입된 자율주행 카트로봇인 '에어포터'(Air Porter)는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AI 로봇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 탑승동 면세구역에 총 6대가 배치돼 항공기 탑승객의 짐을 자동으로 운반한다.

에어포터는 로봇이 짐을 싣고 사람을 따라다니는 '추종주행모드'뿐 아니라 탑승권을 인식하거나 목적지를 설정하면 앞장서서 안내해주는 '자율주행모드'로도 이용할 수 있다. 기내용 캐리어 2개까지 맡길 수 있고, 터치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현재 4개 국어를 말할 수 있다.

여객터미널 내부에서 AI 기반 자율주행 전동차·로봇을 도입한 공항은 전 세계에서 인천공항이 처음이다. 에어라이드는 스타트업인 (주)토르드라이브가, 에어포터는 로봇서비스 개발기술을 보유한 (주)원익로보틱스가 각각 개발해 모두 국내 기술력을 공항으로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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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의 '스마트화'를 상징하는 카트로봇 '에어포터', 자율주행 전동차 '에어라이드', AI 안내로봇 '에어스타'(왼쪽에서부터).

에어라이드와 에어포터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떠오를 핵심기술로 꼽히는 AI, 로봇, 자율주행 등이 녹아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처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공항'을 미래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중요해진 비대면 서비스가 첨단기술 도입을 앞당기고 있기도 하다.

스마트 공항은 예측이 가능한 효율적인 공항 운영과 안전하고 편리한 공항 이용이 목적이다. 현재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항공기 운항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인천공항의 경우 해마다 여객과 운항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시설 확장 등 전통적인 공항 운영 방식으로는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산업적으로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AI,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과 융복합 기술이 사회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베이징 등 다른 나라의 허브공항과도 스마트 공항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천공항은 2018년 도입한 입·출국장 안내 로봇인 '에어스타'(Air Star)를 스마트 공항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음성인식, AI, 자율주행 등의 기술이 들어있는 에어스타는 넓고 북적이는 공항에서 게이트 등의 위치를 물어보면, "따라오세요"라고 말한 뒤 길잡이가 돼준다.

길을 물어본 이용객과 거리가 멀어지면 잠시 멈춰서 기다리기도 하고, 장애물도 요리조리 잘 피한다. 현재는 인천공항의 마스코트처럼 여겨지는 에어스타 8대가 공항 곳곳을 누비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난 올해 특히 많은 첨단 기술이 인천공항에 도입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6월부터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발열 체크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공항 이용객이 로봇 앞에 서면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체온을 측정하고, 발열 등이 확인되면 관련 조치 방법을 화면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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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 체크 로봇' 앞에 서서 체온을 측정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AI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 등을 통해 이용객과 대화를 나누며 각종 정보를 24시간 안내하는 챗봇(chatbot) 프로그램인 '에어봇'(Air Bot)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에어봇이 안내하는 정보는 항공편, 항공기 운항, 탑승 수속 절차, 쇼핑·식당 등이다.

수하물을 저울에 올려놓으면 무게, 크기, 기내 반입 가능 여부 등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수하물 저울'은 인천공항이 세계 최초다. 올해부터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항공편 탑승객에게 수하물이 정상적으로 맡겨졌는지 등을 확인해주는 위치 추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항 이용객만 로봇기술을 이용하는 건 아니다. 인천공항 수하물처리시설과 지상조업 근로자들은 '근력보조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일한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은 작업할 때 손과 팔에 가해지는 하중을 몸 전체로 분산해 근육 피로도를 줄이도록 돕는다. 현재 7대를 착용할 수 있는데, 점차 도입을 확대해 근로 환경을 개선하고 작업 능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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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수하물처리시설에서 근로자가 '근력 보조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수하물을 옮기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제공

스마트 공항 전략의 핵심은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될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공항 내 3차원 센서 등을 설치해 여객 흐름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수십개의 시스템에서 처리되는 정보를 축적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활용할 계획이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면 여객의 출입국 흐름과 터미널 혼잡도 등을 예측할 수 있다. 항공수요·유동인구·교통분담률 등을 분석할 수 있고, 기상 악화에 따른 항공기 운항 지연을 예측해 대응할 수도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는 모든 여객에게 일괄적으로 공항 도착 시각을 알리고 있지만, 빅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되면 개개인이 집에서 공항에 도착해 항공편에 탑승할 때까지 걸릴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며 "공항 혼잡도와 대기시간을 대폭 줄이는 등 예측 가능한 서비스를 위한 빅데이터 활용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장기 전략을 세워 스마트 공항을 만들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인천공항 전체 출입국 절차를 생체 정보를 활용해 한 번에 통과하고, 수하물 대부분도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개개인에게 맞춤형으로 탑승 정보, 쇼핑·여행 정보 등을 안내하는 AI 비대면 서비스도 개인 비서 수준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힘들고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에는 물류로봇 등 특수 목적 로봇을 도입해 공항 운영 인력을 돕는다. 드론을 활용해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경비하거나 시설 유지·보수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현재 공항 내부에서만 운행하는 자율주행 차량도 장기적으로 공항 외곽을 넘어 도심과 공항을 연결하는 교통수단으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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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공항 지위를 두고 인천공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 다싱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스마트 공항 전략을 추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3개 허브공항의 스마트 공항 발전 단계가 비슷한 수준이면서도 기술별로는 1~2년씩 격차가 있다는 게 인천공항공사 설명이다.

베이징 다싱공항은 안면 인식 출입국 수속과 수하물 위치 추적 시스템 등을 인천공항보다 1년 정도 앞서 도입했고, 지난해부터 주차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자율주행 조업 차량, 빅데이터 활용 여객 흐름 관리 시스템 등이 조금 빠르다.

인천공항은 세계 최초로 안내로봇을 도입하는 등 로봇 분야에서 앞섰고, 5G 인프라 구축과 AI를 기반으로 한 X-Ray 보안검색 등이 경쟁 공항보다 빠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스마트공항이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미래의 인천공항은 상상하는 이상으로 첨단화하고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