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순안' 年 120만 여객능력 추정
베이징·블라디보스토크 등 국제노선
남북정상간 만남 '역사적 장면' 배경
'삼지연' '갈마' 백두·금강산 관광거점
인천공항, 북한 항공교통 '허브' 구상
평화 무드땐 운영 노하우 전수 가능
북한의 유일한 국제공항으로 알려진 평양 순안공항이다.
인천공항은 남북 정상회담이 이어진 최근 수년간 북한과의 직항로 개설 등을 구상하기도 했으나 남북 관계가 경색된 지금은 당분간 현실화하기 어려운 희망사항이다.
남북의 공항이 한반도 상공으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리려면 북한의 공항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순안공항은 남북 교류 활동으로 남한에서 몇몇 인사만이 항공기를 타고 가서 봤을 뿐 구체적인 정보는 베일에 가려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백두산 방문 때 이용한 삼지연공항이나 원산 갈마공항 등도 그 이름만 알려졌지 시설은 어떠한지, 항공편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인천공항에서 북으로 향하는 정기 항공편을 띄울 날을 위해선 북한 공항에 대한 정보를 쌓는 작업도 중요하다.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북한의 국제공항인 순안공항도 인천공항 등 우리 공항에 비해 열악한 것으로 보인다.
정식 명칭이 '평양국제비행장'인 순안공항은 평양시 북서쪽 외곽인 순안구역 공항동에 있다. 평양 시내 중심부에서는 약 23㎞ 떨어져 있다고 한다.
길이 약 3.5㎞, 너비 70m 규모와 길이 약 4㎞에 너비 60m 규모의 2개 활주로가 있다. 2015년에는 기존 공항 청사의 6배 규모인 제2청사(연면적 1만3천여㎡)를 조성하기도 했다. 출국장과 입국장, 귀빈실, 면세점, 음식점, 주차장 등이 들어서 있다. 여객터미널의 연간 이용객 처리 능력은 12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북한 항공사인 고려항공이 순안공항에서 국내선과 함께 중국 베이징, 마카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으로 향하는 국제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현재 국제선 정기 항공편 운항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민간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도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순안공항에서 베이징을 잇는 항공편을 운항했다.
순안공항은 1955년 9월 개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쟁 중 유엔군이 B-29 폭격기를 동원해 순안비행장에 폭격탄 100여t을 퍼부었다는 동아일보 1951년 6월21일자 1면 기사를 볼 때 개항 이전에도 군비행장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순안공항은 1989년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 개최를 계기로 활주로를 확장했다. 1988년 2월25일자 경향신문은 당시 활주로 확장 공사 공정률이 65%라고 전했다.
이듬해 1월 개인 취재로 중국 베이징에서 항공기를 타고 북한을 방문한 조선일보 전용종 특파원은 1989년 1월22일자 1면 기사에서 "(항공기) 수용 능력은 60여명은 됨직했지만 좌석은 절반밖에 차지 않았고 서양인 승객은 서너 사람쯤"이라며 "보라색 줄무늬 블라우스에 감청색 스커트를 입은 20대 여승무원들이 간식을 날라다 주었다"고 썼다.
2011년 기존 여객터미널을 철거한 후 그 자리에 현 제1청사를 지었고 2012년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1청사 공사 현장을 방문해 제2청사 건설을 지시하기도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015년 6월 제2청사 준공식 직전에 현장을 찾은 김정은 위원장이 "건축에서 생명인 주체성, 민족성을 철저히 구현하면서도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게 항공역사를 잘 건설했다"고 칭찬했다고 전했다.
또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비행장으로부터 평양시 중심 구역까지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하라"고 지시했다고 썼다. 평양의 관문이자 첫인상이라 할 수 있는 순안공항에 각별하게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의 항공은 1946년 12월 북조선 항공건설중앙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위원회 운영권은 소련 주둔군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소련이 북한의 항공편을 운영한 셈이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소련은 비행기와 관련 장비 등을 원조 방식으로 북한에 넘겼다고 한다. 1954년 평양에서 함경북도 청진까지 민간 항공편이 떴지만 1960년 '비용 과다'를 이유로 북한 공군에 민간 항공편 운항도 맡겼다.
북한 국제 항공편은 1960년대까지 중국과 소련 정도만 연결하다가 1970년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 등과 항공 협정을 체결해 비행기를 띄웠다.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에는 동베를린에도 북한 항공편이 취항했다.
2000년 6월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특별기를 타고 순안공항으로 도착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전에 예고도 없이 순안공항 활주로까지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맞이하는 장면은 전 국민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18년 만인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김정은 위원장이 순안공항까지 마중을 나왔다.
남북 교류를 위한 방북은 주로 인천공항에서 출발했다.
가깝게는 2018년 4월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끈 우리 예술단이 평양 공연을 마치고 순안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같은 해 2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장면도 방송 등을 통해 전 국민이 지켜봤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도 인천공항을 이용했다.
북한이 백두산 관광의 거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삼지연공항은 2018년 9월 방북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부부 동반으로 백두산을 등반할 때 이용했다.
삼지연공항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활주로 1개가 있는데 폭이 좁아서 대형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데 어려움이 큰 여건이라 전해진다. 공항 관제시설도 열악해 항공기 자동 유도 등이 쉽지 않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을 찾을 당시 대형기인 보잉747급 공군 1호기가 아닌 규모가 더 작은 공군 2호기를 이용했는데 공군 1호기가 삼지연공항에서 뜨고 내리기 어려웠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원산에 있는 갈마공항은 금강산 관광을 위해 많이 이용될 수 있는 위치다.
현재 북한은 갈마공항 여객터미널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인천공항을 대북 교류의 거점 공항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북한 항공 교통의 허브는 현재 중국의 공항이 맡고 있다. 남북 관계 개선 등 여건이 좋아지면 인천공항이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환승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인천시 구상이다.
인천시는 연구용역을 통해 북한의 항공 시설과 노선 등을 조사하고 인천공항을 대북 교류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각종 법령·제도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인천공항을 인천항, 영종~개성 간 서해평화도로 구상에 연계하는 방안도 찾기로 했다.
인천공항이 북한 쪽에 공항 개발·운영 노하우를 전수할 수도 있다. 이미 인천공항은 이라크, 러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여러 국가의 공항사업에 참여하거나 컨설팅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과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남북 관계 등으로 인천공항의 북한 진출은 먼 얘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훗날을 대비해 북한의 공항과 항공 교통에 대한 상세한 연구는 필요하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대북 항공 교통의 관문 역할은 중국 공항이 하고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인천이 외국인의 북한 방문 환승 거점이 될 것"이라며 "인천공항이 내국인의 북한 관광은 물론 수출입 항공 물류 등 남북한 교류의 관문 역할을 수행하게 되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