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의미 퇴색, 구분도 사라져

단체들 중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이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교향악단으로 표기)와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현재까지도 런던의 양대 산맥을 이루며 세계의 음악팬들을 만나고 있다.
런던 외에도 오스트리아 빈, 독일의 베를린과 뮌헨,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엔 필하모닉과 교향악단이 별개의 단체로 존재하며, 각각의 연주 활동을 펴고 있다.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라면 혼동하기 쉬운 이 같은 명칭은 어떻게 생겼을까? '사랑하는', '좋아하는'을 의미하는 '필(Phil)'과 화음을 뜻하는 '하모닉(Harmonic)'에서 엿볼 수 있듯이 '필하모닉'은 1800년대 초기 시민 사회에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동아리를 지칭했다.
이들의 세력이 커지면서 자신들의 자금(후원)으로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는데, 왕실이나 정부, 시가 운영하는 형태와는 차별성을 강조하며 필하모닉으로 명했다. 교향악단은 관현악의 최고 장르인 '교향곡(Symphony)'을 연주하는 단체라는 점을 부각했다.
20세기 들어서 자본주의가 더욱 발전하고 오케스트라의 재정 자립도가 높아지면서 필하모닉의 의미는 퇴색했다. 오히려 교향악단이 과거 필하모닉의 경우처럼 후원자 그룹의 지원을 받는 경우도 생겼다.
그 때문에 현재 필하모닉과 교향악단은 명칭의 차이만 있을 뿐이며, 형태와 수준 등 여타 차이점을 찾거나 분류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미국 프로야구를 예로 들어보자. 뉴욕(양키스와 메츠)과 시카고(화이트삭스와 컵스)엔 메이저리그 소속 연고 팀이 두 개씩 있다. 필하모닉과 교향악단도 팀 명칭 정도로 봐도 무방하다. 현대 오케스트라와 프로야구단, 크게 동떨어진 비교는 아니다.
단순히 지명만을 내건 악단들도 있다. 지난해 이맘때 아트센터 인천에서 공연을 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 등이다.
또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등은 상주 공연장의 이름을 붙인 경우다.
이 밖에 30~40명 규모로, 실내악단에 근접하는 오케스트라는 체임버(Chamber) 오케스트라로 불린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