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은 배출 거래제 정착하는 시점
업체 부담 크지만 유상 할당 10% 대폭 확대돼
EU는 탄소 배출많은 제품에 관세 추가 검토
친환경 연료 전환·공정 개선한 기업이 '효과'
# 탄소 중립, 지자체·시민 역할 중요
인천 발전소·항만… '공기질 악화' 민원 급증
예산 1조 지자체 정책 참여 안해 대부분 불용
市, 공기업과 협업 배출·저감로드맵 마련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내년도 예산안 제출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탄소 중립은 기후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세계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국가적으로 차분하고 냉철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탄소 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상쇄돼 순수 배출량이 '0'인 상태를 뜻한다. 현실적으로 국가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두 없앨 수는 없으니, 나무를 심거나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 배출된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것이 탄소 중립의 골자다.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은 탄소 중립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관리하는 곳은 인천 서구에 있는 한국환경공단 기후대기본부다. 이곳에서 인천 지역 환경운동가로 오랜 기간 활동한 조강희(55) 본부장이 근무하고 있다.
그는 "대통령이 직접 탄소 중립을 언급한 것은 모든 국민에게 '이제는 온실가스 배출에서 벗어나자'는 신호를 준 것"이라며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이 힘을 모아 탄소 중립을 위한 절차를 하나씩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강희 본부장은 탄소 중립을 위한 첫 번째 절차로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을 꼽았다. 이를 위해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더 확실히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15년부터 시작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 사업장을 대상으로 환경부가 연 단위 배출권을 할당하고, 그 사업장의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교해 여분 또는 부족분의 배출권을 거래하는 제도다.
국내 69개 업종 685개 업체는 온실가스 배출권이 있어야 탄소 등을 배출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우리나라 전체 연간 발생량의 73%에 달한다.
조강희 본부장은 "내년은 국내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차 계획 기간인 2015~2017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무상으로 업체에 줬고, 지난해까지는 연간 3%를 유상할당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 비율이 10%로 대폭 확대될 예정이어서 업체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확대를 늦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차 사업이 진행되는 5년 동안 전체 기업이 8조원 정도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 업체에 할당된 배출권보다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업체는 1t당 2만원대에 달하는 배출권을 거래소를 통해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더 큰 비용이 필요한 셈이다. 수출 기업 중에선 '온실가스 배출 거래제로 우리나라 제품 가격이 높아져 수출 경쟁력이 나빠졌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조강희 본부장은 우리나라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면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제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유럽연합(EU)에선 이미 탄소 배출이 많은 수입 제품에 관세를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탄소 중립에 동참하는 국가들도 각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로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거나 공정을 개선하는 업체는 탄소 감축을 위한 관세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강희 본부장은 탄소 중립을 위해선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많지 않다. 인천을 예로 들면 인천은 화력 발전소, 항만, 공항뿐 아니라 대형 제조 사업장이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공기가 나쁘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사정에도 화력 발전소·항만·공항은 국가 공기업, 대형 공장은 민간 기업에서 관리하고 있어 인천시가 법에서 정한 기준 이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라고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조강희 본부장의 설명이다.
조강희 본부장은 인천시가 권한이 없다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문제를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천시가 주도적으로 나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한국남동·서부발전 등 공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러한 계획에 민간 기업을 참여시켜 대형 사업장에서 내뿜는 온실가스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했다.
국가에서 추진하는 온실가스 배출 사업 예산도 인천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가져와야 한다고 조강희 본부장은 지적했다.
조강희 본부장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환경부가 세운 예산이 1조원에 달했는데, 지자체가 사업에 참여하지 않아 대부분 불용 처리된 것을 알고 있다"며 "인천시가 일정 부분 예산을 투입해 정부 사업에 참여한다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 시민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조강희 본부장은 "인천시가 공기업과 민간 기업에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노력하자고 요구해도 큰 비용을 투자해야 하므로 이를 주저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시민들이 여론을 만들어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강희 본부장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한다.
그는 "20년 전만 하더라도 '기후 변화'라는 단어를 썼지만, 최근에는 '기후 위기'라고 표현 한다"며 "기후가 바뀌고 있다는 게 아니라 기후 때문에 지구 생태계를 현 상태로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추진한 것이 탄소를 줄여나가자는 취지였다면, '탄소 중립'은 이제 '탈(脫) 탄소'를 진행해야 기후 위기에 대응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조강희 본부장은 "인천 지역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인천에 있는 공공기관의 본부장 역할을 하게 됐다"며 "인천시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인천 시민들이 쾌적한 공기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사진/한국환경공단 제공
■ 조강희 본부장은?
▲ 1965년 서울 출생
▲ 1984년 서울 남강고 졸업
▲ 1988년 서강대학교 화학과 졸업
▲ 2003~2012년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2013~2015년 인천환경공단 본부장
▲ 2015~2018년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 2019년~현재 한국환경공단 기후대기본부 본부장
▲ 2019년~현재 한국대기환경학회 부회장
▲ 2019년~현재 한국기후변화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