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이후 체계 변화… 모든 입국자 검역
건강질문서 작성·발열 체크뒤 '일대일 조사'
유증상 판단 '청록색 목걸이' 역학조사·검사
방역강화대상국가서 입국 음성확인서 필요
1896년 제정 '온역장정' 첫 근대적 검역 규칙
180명 근무 인천공항검역소, 국내 최대 규모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 첫 현장 방문지로

우리나라 전체 출입국 인원의 70% 이상이 몰리는 인천공항은 '검역의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검역은 질병관리청 국립인천공항검역소가 맡고 있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승객과 항공 종사자, 여객기, 화물기 등에 대한 검역을 담당한다. 코로나19,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 등과 같은 해외 유행 감염병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게 가장 큰 임무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인천공항 입국자가 하루 평균 9만7천여명 수준(지난해 12월 기준)에서 약 3천100명 수준(올해 9월 기준)으로 크게 줄긴 했지만, 이전과 달리 모든 입국자에 대해 검역을 실시해야 해 업무 강도는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올해 1월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검역 지역을 확대했고, 3월19일부터는 인천공항으로 오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 특별 입국 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모든 승객은 항공기에서 내려 가장 먼저 검역대를 마주하게 된다. 출입국 심사를 받기 전 거쳐야 하는 게 검역대다. 제1여객터미널, 탑승동, 제2여객터미널 모든 입국 통로에 검역대가 있다.
인천공항 검역 체계는 크게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기존에는 콜레라, 메르스 등 검역 감염병이 많이 발생한다고 지정된 국가에서 입국하는 승객, 입국시 증상이 있는 승객 등이 '건강 상태 질문서'를 제출하면 됐지만, 현재는 모든 국내 입국자가 질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특별 입국 절차가 시행되면서 '특별 검역 신고서'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특별 검역 절차는 자가격리 주소지와 연락처가 확인돼야 입국할 수 있는 제도다.
입국자는 검역법에 따라 두 서류에 성명, 국적, 항공기 편명, 한국 내 주소, 연락 가능한 번호 등 인적 사항과 최근 21일 동안 방문한 국가와 오한·발열·두통 등 증상 여부를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 발열 체크는 필수다.
검역관은 이를 바탕으로 입국자와 일대일 조사를 진행한다.
조사대상 유증상자라고 판단하면 입국자에게 청록색 목걸이를 준다. 청록색 목걸이를 받은 입국자는 2선 검역대에서 역학 조사 등을 받는다.

이후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공항 내 유증상자 관리구역으로 이동해 현장 또는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유증상자의 모든 동선은 일반인과 분리돼 있다.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 중증도에 따라 생활치료센터나 의료시설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된다.
이 같은 일련의 입국자 검역을 담당하는 게 검역소 임무다.
최근에도 이렇게 검사를 받은 유증상자만 하루 100명 안팎이라는 게 검역관들의 설명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0월30일까지 인천공항 해외 입국자 중 검역 단계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1천597명이다.
2018년부터 공항 검역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소현(41) 검역관은 "해외에서 폭발적인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해 한국으로 귀국하려는 사람들이 몰린 2~3월이 가장 힘들었다. 검역 체계 구축을 위해 밤을 새운 적도 많았다"며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알 수 없어 항상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방역의 최전선'에서 검역관 모두가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된 지난해 12월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말 그대로 초긴장 상태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종 감염병인 데다, 중국발 국내 입국자가 상당수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검역소는 중국 우한에서 입국하는 항공기에 대해 게이트 안에 검역대를 설치하고 특별 검역을 실시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검역대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의 감염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견된 것도 게이트 검역 과정에서이다.
올 1월20일 국내에서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중국인 여성은 중국 우한에서 출발해 환승차 인천공항을 들렀다. 검역소는 중국남방항공 CZ6079편을 타고 인천공항에 입국한 이 여성이 게이트 검역 과정에서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자 즉시 조사 대상 유증상자로 분류해 검사했다.
국내에서 확진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던 터라 검역소의 관심도 검사 결과에 집중됐다. 이 여성은 결국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자칫 지역 사회 전파나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뻔했지만, 검역 단계에서 감염을 막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지금과 달리 주요 감염병 발생 국가를 검역관리지역으로 분류해 검역하는 방식이었다.
WHO나 해외 현지 공관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바탕이 된다. 올해 1월1일 기준으로는 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 콜레라 등 7종의 검역 감염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콩고민주공화국 등 65개국이 검역관리지역으로 분류돼 있었다.
현재는 모든 국가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입국자 중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률이 높은 국가를 '방역강화대상국가'로 지정해 검역을 강화했다.
방역강화대상국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은 출발일 기준으로 이틀(48시간) 이내에 현지 지정 병원에서 받은 코로나19 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국내 입국이 허가된다. 11월 기준으로는 필리핀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 6개국이 대상 국가로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에는 국립인천공항검역소 등 총 13개의 국립 검역소가 있다. 이 중 인천공항검역소 조직 규모가 약 180명으로 가장 크다.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을 차단해야 하는 만큼 우리나라 최대 관문인 인천공항에 인력이 집중돼 있다. 김포국제공항과 남북출입사무소 검역도 인천공항검역소가 맡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공항과 항만이 있는 인천은 예로부터 검역의 최전선에 있었다. 옛 기록을 보면 지금의 인천공항 검역 모습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96년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검역 규칙 '온역장정(瘟疫章程)'에는 '전염병의 기운이 있는 지방에서 입항하는 선박의 선원과 승객은 임의로 육지에 오를 수 없다' '선박 내 역증(疫症)이 있는 경우 해관 의사가 지정하는 원처(遠處)로 이동해야 한다' 등의 조항이 있다.
1947년 9월7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방역에 만전, 신검역법 발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선박, 항공기로 입국하는 사람들은 호열자(虎列刺·콜레라), 흑사병, 천연두, 티부스(장티푸스) 황열병의 방염 증명서를 반드시 휴대해야 한다. 만일 이것이 없을 경우 예방 주사를 실시하고 억류 감시를 받게 될 것'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 같은 기록은 최근 이뤄진 입국 제한, 자가격리, 특별 검역 신고서 제출 등의 조치를 연상케 한다.
선박 중심이었던 검역 체계는 1949년 12월 김포공항에 검역소가 처음 생기면서 점차 공항으로 확대됐다. 김포공항검역소는 국립인천공항검역소의 시초다. 김포공항검역소는 국립서울공항검역소, 국립서울검역소를 거쳐 2001년 3월 인천공항 개항과 함께 국립인천공항검역소로 탈바꿈했다.
코로나19는 인천공항의 검역 체계를 크게 바꿔 놓았다.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있던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올해 9월 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면서 앞으로 더욱 전문화·세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 호평을 받고 있는 'K-방역'에 있어서도 인천공항의 검역은 상당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은 11월3일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첫 번째 현장 방문지로 국립인천공항검역소를 택했다.

신종 감염병은 예상치 못한 시기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검역에 경찰, 군, 소방등 범정부적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검역 최일선에 있는 검역관의 처우 개선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관계자는 "검역소가 의료기관이 아닌 탓에 긴급 의료 처치가 필요하신 분들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지자체와의 24시간 협조가 아직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입국 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기관이 검역소인 만큼 현장 민원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검역관들의 피로감도 상당히 쌓인 상태다.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검역관에 대한 이해와 협조가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