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전코웍-불량품 잡는 머신비전
1인기업 자금·인력문제 설루션
비용 60% 절감… 올 매출 24억
# 아이앤비코퍼레이션-공기정화기
교수 2명 함께 상용화 밀착 지원
살균기 결합… 특허에 수출 타진
# 이엘테크-폐증기 이용 발전기
'에너지 밸런스' 설계과정 난제
테스트 진행… 용량 확대 계획
중기부 벤치마킹 비수도권 도입
올해 290억원 들여 960곳 지원중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지난 9월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중소기업의 업황 전망을 가리키는 '중소기업 건강도 지수(SBHI)'는 코로나19발(發)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대체로 70 전후로 나타났다.
4월에는 56.8을 기록하기도 했다. 100보다 높을수록 업황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낮을수록 부정적으로 내다본 기업이 많았음을 뜻한다.
위기는 애꿎게도 규모가 작은 곳에 더욱 크게 들이닥쳤다. 매출은 반토막 나는데 내야 할 대금은 줄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 속 산적한 문제를 살필 기력도, 해결할 여력도 없는 중소기업들이 다수였다. 공적 개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였다.
경기도·경기테크노파크(이하 경기TP)의 '기술닥터'는 도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상징과도 같다. 시행한 지 벌써 12년째. 기술닥터 사업의 핵심은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진단할 수 있는 전문가를 경기도·경기TP가 연계된 산·학·연에서 찾아 기업과 연결해주는 것이다.
전문가인 '기술닥터'가 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해 문제가 무엇인지 살피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투자할 자금도, 인력도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큰 힘이 됐다는 평가인데 경제 위기가 유달리 심했던 올해 특히 빛을 발했다. 경기도를 넘어 전국적인 사업이 된 결정적 원인이기도 하다.
#"우린 이렇게 '닥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안산에 있는 비전코웍은 창립한 지 5년 가까이 된 기업이다. 많은 제품이 자동화 설비를 통해 제조되는 가운데, 쉽게 말해 불량품을 잡아내는 기술인 머신비전 제품을 주로 만드는 곳이다.

제품이 작아지고 정교해질수록 불량을 판별하는 기술 역시 첨단화돼야 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제품 제조 속도가 빨라질수록 비전코웍도 업그레이드 돼야 했다.
그러나 1인 기업으로 시작한 비전코웍에겐 적절하게 자금을 투자하는 일도, 그에 맞는 인력을 투입하는 일도 모두 벅찼다. 외부업체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경기TP를 통해 기술닥터 사업을 알게 됐다. 반기종 부천대 교수를 소개받았다.
기술닥터의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3단계를 거치는데 첫번째가 전문가인 기술닥터가 10차례에 걸쳐 현장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현장애로 기술지원', 시제품을 만드는 등 한층 더 세밀한 기술 지원이 이뤄지는 '중기애로 기술지원', 실제 제품 개발에 연결하는 '상용화 지원' 단계다.
비전코웍의 기술닥터였던 반 교수는 설계에는 능하지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전자 부문 인력이 없었던 비전코웍 측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를 듣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만들려면 어느 정도의 기간과 비용이 필요한지 설명해주고 어떤 기술이 구체적으로 필요한지 조사해 자료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2018년에 시작해 올해 상용화에까지 성공한 비전코웍은 기존보다 비용을 60% 가까이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외부업체의 손을 빌리거나 해외 제품을 구매해서 썼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비용은 절감하면서 제품은 더 많이 판매할 수 있게 돼 지난해 14억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24억원으로 뛰었다. 직원도 3배가 늘었다.
-화성에 있는 공기정화살균기 제조 업체 아이앤비코퍼레이션 역시 2016년에 창업해 올해로 5년이 됐다.
보다 넓은 공간에서 공기를 정화하면서도 소음이 거의 없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지만 적절한 방법을 알기 어려웠다. 시간과 자금을 들여 연구할 여력도 부족했다.
그러다 동서울대 박현철 항공기계과 교수, 황정행 디자인융합학과 교수를 '기술닥터'로 만났다.
서로 다른 전공의 두 교수가 함께 지원에 나선 것은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제품이 상용화에까지 이르려면 적정하게 설계됐는지, 제대로 된 부품이 쓰였는지에 더해 디자인적으로 효율을 저해하지 않는지 등을 복합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전문가는 보다 나은 설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자문을 거듭했고 샘플을 원활하게 제작할 수 있도록 도면 시방서도 지원했다. 그 결과 99% 살균 효과를 보이면서도 대용량을 처리할 수 있는, 보다 완벽한 공기정화살균기를 출시할 수 있었다.
단순히 공기 속에서 먼지를 걸러내는 '청정기'를 넘어 균을 없애는 '살균기'라는 점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주목도가 높아졌다. 특허를 획득하는 한편 수출을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양주의 이엘테크는 중소형 발전기를 제작하는 업체다.
일반적인 발전기가 아니라 발전하고 나오는 폐증기나 폐열을 이용해 다시 발전할 수 있는 설비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시스템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밸런스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지인에게 고민을 토로하니 기술닥터 사업을 소개해줬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는 지인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대진대 교수가 직접 찾아왔고 도무지 풀리지 않았던 에너지 밸런스 관련 기술에 대해 상세하게 자문해줬다. 이를 토대로 10kg 발전기를 개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발전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면 용량을 50kg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 역시 기술닥터의 도움을 토대로 상용화까지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지원 기관이 다수 소재한 경기남부 지역에 비해 이엘테크처럼 경기북부에 있는 기업들은 이같은 지원사업이 있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공적 개입, 지원의 기회가 그만큼 적어진다는 얘기다.
이엘테크 측은 "기술닥터 사업을 알기 전에는 오롯이 저희 힘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야 했는데 사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으니 현상을 유지하면서 이런 개발을 시도한다는 게 매우 힘들었다. 지원받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기술적 노하우를 전문가들에게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 깊었다"며 "경기도 뿐 아니라 전국 중소기업들이 이런 좋은 사업을 지원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전국으로 확대된 기술닥터 사업
경기도의 기술닥터 사업은 2009년 시작됐다. 이제까지 기술닥터의 도움을 받은 도내 중소기업은 7천곳 가까이인데 앞선 기업들 사례처럼 '닥터'가 직접 중소기업의 '앓던 이'를 빼주다보니 만족도 역시 95%로 매우 높다.
이에 올해 6월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닥터 사업을 벤치마킹해 비수도권 14개 시·도에 도입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그동안 각 지역 테크노파크나 지역 대학 등을 통해 비수도권 지역 중소기업들을 지원해왔는데, 각 기업의 여건이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원해 기업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이에 경기도가 하는 것처럼 분야별 전문가 집단을 꾸려 현장에서 1대1 맞춤형으로 기업이 겪는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토록 했다. 올해 290억원을 투입, 14개 시·도 기업 960곳을 지원 중이다.
이재명 도지사는 취임 2주년을 앞두고 SNS를 통해 "경기도가 하는 일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되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도에서 뚝심 있게 이어온 기술닥터 사업이 대한민국 기업 지원 사업의 표준으로 거듭난 셈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의 기술닥터가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강화해 매출을 증대시키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라며 "중소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러한 현장밀착형 지원으로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해당 기업들은 경기도·경기테크노파크의 기술닥터 사업 대상에 선정돼 관련 지원을 받은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