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부진 체격 스피드·크로스 장점
3개월 재활… 7월 그라운드 복귀
초등생 '길거리 캐스팅' 축구 접해
리그 1경기 남겨 "막판까지 최선"
목발을 짚고 지나가는 한 선수를 가리키며 FC남동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저 친구, 진짜 물건"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부상에서 복귀하면 크게 활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FC남동의 공격수로 뛰고 있는 안준한(21)을 가리키며 한 얘기다. 키 178㎝, 몸무게 72㎏의 다부진 체격으로 빠른 스피드와 저돌적인 돌파, 크로스 타이밍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안준한은 개막 전 연습 경기 도중 부상을 당했다. 경기대에서 한솥밥을 먹고 FC남동에 함께 입단한 그의 친구 강민규는 시즌 초반 연승 행진을 이끌며 펄펄 날았다.
안준한은 "친구 민규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니까 (벤치 신세인) 내 모습에 더욱 화가 났다"면서 "다치고 나서 한동안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재활 훈련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3개월의 시간이 흘러가고 안준한은 7월이 돼서야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그는 "첫 골을 넣은 시흥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풀 타임 첫 출전이기도 해서 의미가 컸다"고 했다.
이어 "긴장을 많이 했는데, 형들이 '잘하고 있다'고 다독이고 격려해준 덕분"이라며 주장 문준호를 비롯해 전우성, 강병휘, 고민혁 등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사연이 재미있다. 어느 날 동네 문방구 앞에서 놀고 있던 그에게 울산 학성초 축구부 코치(이명희)가 다가와 "이 동네에서 누가 축구를 제일 잘하니"라고 물었다.
안준한은 "제가 제일 잘한다고 했더니 저와 친구 둘을 차에 태우고 학교로 데려가 축구부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이를테면 길거리 캐스팅"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축구부 선수들의 강력한 슈팅을 본 그는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안준한은 "부모님께 며칠을 떼쓰고 코치님이 집까지 찾아온 뒤에야 허락을 받았다"며 "올해 초 FC남동 입단 소식에 코치님이 많이 기뻐했고 주변에 자랑도 많이 하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축구 선수로 성공해서 뒷바라지로 고생한 부모님을 위해 오래전 약속했던 자동차 선물을 꼭 해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시즌 막바지인 K4리그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5위(승점 41)를 달리고 있는 FC남동은 지난 주말(8일) 고양시민축구단을 4-0으로 완파하고 이제 단 1경기만 남겨놓았다. 이 경기에서 안준한은 시즌 3호 골을 터뜨렸다.
안준한은 "아직 보여 드리지 못한 게 많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1부리그(K리그1)에서 뛰고 싶을 것이다. 그런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정재 FC남동 감독은 그에 대해 "파워풀하고 스피드가 뛰어나다. 승부근성이 강하고 인성도 좋다"면서 "프로 선수로 성장하려면 자신의 장기를 최대한 살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