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9년 인천 동구 '공작창'서 제작 추정
폐선 이후 구입한 김의광 박물관장 '기증'
1937년 개통… 인천~수원 등지에 17개역
궤도 너비 표준궤간 절반 '소철' 별명도
대중교통 발달 1995년 12월 이후 사라져
수인선 완전개통, 인천·경기 교통여건 개선
市 '철도역사 출발점' 알리는 다양한 사업 추진
박남춘 시장 "위상 되찾는 일, 발 벗고 나설 것"

작가 윤후명은 자신의 장편소설 '협궤열차'에 수인선 협궤열차의 모습을 이같이 묘사했다.
이 협궤열차는 현재 수인선 철로 위를 다니는 빠르고 쾌적한 전동차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전까지도 인천과 수원을 오가는 통학생과 보따리 상인, 좌판 아주머니, 회사원 등 우리 이웃들의 소중한 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의자에 앉으면 앞사람과 무릎이 닿을 정도로 좁았지만, 서로 짐을 나눠 들고 중매가 이뤄질 정도로 정이 넘쳤다고 한다.
이 협궤열차가 퇴역 25년 만에 고향인 인천으로 돌아와 시민 품에 안겼다.
■ 시민 품으로 돌아온 협궤열차
지난 11일 인천시립박물관 내 우현마당에선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퇴역 25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 옛 수인선 협궤열차를 환영하는 자리였다. 행사에 모인 사람들은 마당 한편에 자리 잡은 열차를 보고 만지며 옛 시절 추억으로 빠져들었다.

이 열차는 1969년 인천 동구 화수동 인천공작창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에 '1969 인천공작창'이라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그리고 1995년 12월 수인선 협궤열차 운행이 종료될 때까지 인천과 수원을 오가며 시민들의 애환을 실어 날랐다.
수인선 폐선 이후 대전 철도차량정비창에 보관됐는데, 김의광 목인박물관 관장이 구입했다가 인천시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하면서 인천으로 돌아오게 됐다.
김의광 관장은 "협궤열차가 적재적소에 있는 게 맞겠다고 생각해 기증을 결정하게 됐다"며 "이 열차를 이용했던 많은 분들이 추억을 떠올리고 철도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수인선을 달렸던 협궤열차 2량을 연수구에 추가로 기증한 상태다. 연수구는 현재 복원 사업이 진행 중인 옛 수인선 송도역 역사에 이들 객차를 전시해 추억을 간직한 '문화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 서민 애환 담고 달린 50년
옛 수인선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개통됐다. 인천~시흥~안산~수원 등지에 17개 역이 전체 50여㎞ 구간에 걸쳐 설치됐다. 시점에서 종점까지 1시간 4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렸다.

수탈의 목적이 컸다. 수인선은 소래 등지의 소금은 물론, 수원~여수 간 수여선과도 연결돼 경기 여주·이천 곡창지대의 쌀을 인천항으로 반출하는 통로가 됐다. 수인선 협궤열차는 궤도 너비가 762㎜로 표준궤간(1천435㎜)의 절반 정도였다. 때문에 꼬마열차, 소철(小鐵) 등의 애칭이 붙었다.
교통수단이 지금과 달리 많지 않았던 시절, 협궤열차는 서민들의 삶과 함께 했다. 협궤열차는 생계를 위해 먼 길을 가야만 했던 이들의 발이 됐고, 송도유원지로 향하는 설렘을 담았다. 또 소래에서 들통 가득 꽃게를 사와 식구들과 나눠 먹는 행복의 연결고리가 됐다.
협궤열차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인하대에서 송도로 가는 고개에선 아침마다 레일에 이슬이 맺혀 열차가 올라가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럴 때면 기관사들은 학생들에게 레일에 모래를 뿌리라고 시키고 어른 승객은 뒤로 가 열차를 밀어 언덕을 넘어갔다. 승객과 기관사가 합심해 열차를 운행했던 셈이다.
속도가 워낙 느려 사람들이 달리는 열차에 뛰어올라 타는 무임승차가 많았다는 얘기도 있다.

1978년 9월엔 수인선 일리역 남쪽 200m 지점 건널목에서 협궤열차와 시내버스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당시 사고 소식을 전하는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면 이 사고로 넘어진 건 버스가 아닌 열차였다.
■ 새롭게 태어난 수인선
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이 속속 등장하면서 수인선 협궤열차가 설 곳은 점점 좁아졌다. 1973년 송도~수인역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고, 1992년엔 소래~남동역 구간이, 1994년엔 한양대~소래 구간의 운행이 각각 멈췄다. 1995년 12월 이후엔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수인선은 2012년 복선 전철로 전환돼 재개통됐다. 송도와 오이도를 잇는 1단계 구간이 개통된 것이다. 이후 2016년엔 2단계인 인천~송도 구간이 운행을 시작했고, 지난 9월 3단계인 수원~한대앞 구간까지 개통되면서 총 52.8㎞ 구간이 연결됐다. 인천과 수원이 25년 만에 하나의 철도로 다시 이어지게 됐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수인선은 인천과 경기 서남부지역의 교통여건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완전 개통으로 서울 4호선 오이도역에서 평면 환승이 가능해져 경기 군포·안양·과천과 서울지역으로의 이동이 한결 수월해졌다. 또 분당선(수원~왕십리), 경원선(왕십리~청량리) 등과 연결돼 이들 노선 주변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줄 전망이다. 수인선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된 것이다.
■ 市, "인천 철도유산 확보 적극 노력"
인천시립박물관은 이번에 기증된 협궤열차를 활용해 인천이 대한민국 철도 역사의 출발점임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인천이 통일시대 철도를 이끌어가는 중심점이 되기 위한 준비작업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이번 협궤열차는 시민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귀중한 공간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철도 역사의 시발점인 인천의 철도문화유산을 더욱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미래세대와 함께 소통하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 인천이 통일시대 철도의 출발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도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가 시작된 인천의 위상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지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이번 협궤열차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위로한 따뜻한 상징이 되길 바란다"며 "우리나라 철도 역사가 시작된 인천의 위상을 찾는 일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