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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년 역사 가진 '꼬챙이에 꽂아 말린 감' 대명사
당도 높고 비타민A 풍부… 떡·빵 가공식품 인기
지난해 농식품부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도
명품화 전략으로 해외진출… 유럽·동남아 수출길
'750년' 최고령감나무·곶감공원 등 즐길거리 눈길


한신협_로고
초겨울 도시 전체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여지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곶감 1번지 경북 상주시다.

56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상주곶감은 대한민국 곶감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에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등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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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곶감왕국 상주시

곶감은 우리의 대표적 말린 과일이자 100% 자연산 겨울 간식이다. '꼬챙이에 꽂아 말린 감'이어서 곶감이라 불렀는데, 요즘은 꼬챙이에 끼우지 않고 주로 플라스틱 전용 걸이에 매달아 말린다.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상주의 곶감 만들기는 10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상주에는 집집마다 감나무와 감 말리는 시렁(긴 나무 두 개를 박아 그릇이나 물건을 얹어 놓는 것)이 있다. 늦가을이면 마당이나 평상에 건조 중인 감말랭이, 감 깎는 손길들, 곶감이 대롱대롱 매달린 감시렁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규모가 큰 농가는 매달린 감의 수가 수백만 개나 된다.

11월 중순쯤까지 감을 깎아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두고 건조 시킨다. 반건시가 되기까지 50∼60일, 건시가 되기까지 60∼80일이 걸린다. 매년 크리스마스 전후에 반건시가 출하되고, 설을 앞두고 건시가 나온다.

상주 하늘아래 첫 감나무
상주곶감유통센터에서 수매한 생감을 직원들이 선별하고 있다. 2020.11.18 /매일신문=고도현기자

인구 10만 정도인 상주의 곶감 생산농가는 5천 호에 이른다. 한 해 생산되는 감은 4만5천여t이다. 이 가운데 곶감 1만2천t 이상을 생산해 연매출 3천억원의 전국 최고 생산과 소득을 올리고 있다.

특히 상주 곶감농가의 60% 정도는 가업을 이어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를 이어 곶감 생산에 종사하다 보니 남다른 열정과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영석 상주시장과 정재현 상주시의회 의장 등 상주의 대표적 지도자들도 모두 곶감 생산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다.

# 맛과 영양 탁월한 겨울간식

열대 과일 등 다양한 세계 과일이 시장에 쏟아지지만 상주곶감은 쫀득한 식감에 당도가 아주 높아 소비자들의 사랑이 식지 않는다.

특히 상주는 곶감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서고동저의 지형적 특성은 큰 일교차로 당분 축적이 유리한 기후조건을 만든다. 비옥한 토지는 물빠짐이 좋아 전국 제1의 고품질 감 생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상주 하늘아래 첫 감나무
상주는 감 깎는 기계 보유율도 전국 최고다. 2020.11.18 /상주시 제공

떫은감인 둥시감으로 만드는 상주곶감은 다른지역 감보다 당도는 4배, 비타민A는 16.6배, 비타민C는 1.5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혈액 응고 저해물질인 글루코스와 갈락토스로 구성된 다당류가 있고, 항혈전작용과 혈액 순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스코폴리틴 성분도 함유돼 있다.

상주곶감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건강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고, 곶감을 아침 대용으로 먹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상주곶감은 2008년 14만2천 개의 곶감을 청와대에 선물용으로 납품했으며, 2008년도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과 2010년도 국가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 진화하는 곶감…빵과 막걸리까지

곶감을 재료로 한 떡과 빵, 막걸리 등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떡 프랜차이즈 기업인 '떡보의 하루' (주)떡파는사람들(대표이사·성우진)은 2년 전 밥맛 좋기로 유명한 상주 아자개쌀(대표·안성환)과 상주곶감으로 만든 신제품 '상주곶감떡'을 내놓았다.

떡 속에서 곶감이 나와 색다른 식감이 있고, 떡과 곶감을 함께 먹으니 쫀득한 감칠맛이 더 느껴져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성우진 대표는 "곶감과 떡의 궁합이 절묘하다는 반응 덕분에 전국 167개 가맹점에서 골고루 판매되고 있다. 결혼식 등 각종 행사 답례품의 대량 주문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곶감빵은 상표권 등록까지 돼 있다. 상주시가 소상공인들과 함께 '감고을상주 곶감빵'을 개발한 뒤 상표권 1종, 포장박스 디자인권 2종에 대한 지식재산 등록을 2018년 10월에 마쳤다. 이는 상주곶감의 전국 관광상품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 곶감, 날개를 달다

햇빛, 바람과 같은 자연조건을 활용한 상주 전통 곶감농업은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제 15호로 지정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위상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관광자원화 등 부가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사업이 가능해졌다.

상주 하늘아래 첫 감나무
감을 깎아 자연바람에 말려 곶감으로 만드는 작업 현장. 2020.11.18 /상주시 제공

국가중요농업유산은 농업인이 해당 지역에서 환경, 사회, 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한 유·무형의 농업자원 중에서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 국가가 지정하는 농업유산이다.

역사와 전통이 각별한 상주는 예로부터 '삼백(三白)의 고을'로 통했다. 삼백은 곶감, 쌀, 누에고치를 일컫는다. 그만큼 상주에서는 오래 전부터 감 농사가 잘됐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468년 예종 즉위년에 상주곶감을 진상품목으로 정했다는 기록이 있다. 상주곶감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이 기록은 상주곶감이 우리의 오랜 농특산물임을 말해준다.

# 국내 최고령 750년 감나무

상주 외남면 소은리에는 750여년 된 감나무가 있다. 국내 최고령이며 이름은 '하늘 아래 첫 감나무'다. 오랜 세월을 견디느라 줄기의 가운데가 둘로 갈라져 있지만 해마다 감 3천~4천 개가 열릴 정도로 왕성한 결실을 맺고 있다. 백화점에서 개당 1만원 정도의 비싼 값에 팔린다고 한다.

상주 하늘아래 첫 감나무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는 국내 최고령(750년) 감나무에 열린 감을 주민들이 수확하고 있다. 2020.11.18 /상주시 제공

소은리에는 전국 유일의 곶감공원도 있다. 상주곶감공원은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이라는 창작동화를 주요 테마로 한다. 곶감의 본고장 상주의 역사적 정통성을 알리고 상주곶감을 홍보하는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있다.

# 상주곶감 세계로

상주곶감의 명품화를 통해 국내시장을 석권한 상주는 세계시장 석권도 노린다. 상주곶감은 상주시의 적극적인 명품화 전략과 해외시장 판로 개척 덕분에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상주IC 인근에 위치한 상주곶감유통센터(대표·이재훈)가 그 중심에 있다.

560여 농가에서 엄선된 곶감을 출품, 매년 6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이곳에서는 곶감의 집하, 선별, 가공, 저장, 포장, 물류 등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은 물론 상주곶감의 유통 일원화, 품질 고급화, 수출 활로 개척의 중심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상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상주곶감을 알리고, 직접 판매를 하기도 한다.

상주곶감5

상주곶감유통센터는 지난해 뉴질랜드에 곶감 1.6t을 처음 수출했고, 상주원예농협은 네덜란드에 1.3t을 수출했다. 상주곶감이 유럽시장에 진출한 첫 사례다. 올해는 교포가 많은 미국, 한류 바람이 드센 동남아시아는 물론 네덜란드, 스페인, 뉴질랜드 등 9개국에 24t, 3억4천만원 상당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강영석 상주시장은 "세계에 상주곶감을 알리기 위해 시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고 있다"며 "상주곶감의 다양한 활용방안을 찾고 판로를 더욱 넓혀 상주곶감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매일신문=고도현기자,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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